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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기다렸다 … 나비처럼 나는 강수진

서울 서초동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강수진 예술감독. 그의 등 근육은 30여 년 하루도 거르지 않은 연습의 결과물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수진(47)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발레리나로 무대에 오른다. 발레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순간이다. 다음달 4∼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발레단의 ‘나비부인’에서 그는 여주인공을 맡았다. 2012년 ‘카멜리아 레이디’ 이후 2년 만에 서는 국내 무대다. 현역 발레리나로 공연 준비하랴, 예술감독으로 매일 7시간씩 90여 명 단원들 춤 지도하랴, “하루가 24시간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그를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무대에 서는 건 늘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지만 지금 내 삶의 1순위는 국립발레단”이라고 말했다. ‘나비부인’ 공연에 대한 질문엔 “시간은 없지만 최선을 다할 것” 식의 단답형 모범답안만 내놨다. 그리고는 자꾸만 국립발레단 이야기로 돌아갔다. “내 지적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무용수들을 지켜보는 게 행복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지난 2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 취임했다. 1월 31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공연한 뒤 곧바로 귀국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 때 무대에 선 작품도 ‘나비부인’이었다. 푸치니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나비부인’은 인스부르크발레단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이 ‘발레리나 강수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지난해 초연한 작품이다. 발가 감독이 “강수진이 거절했다면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강수진을 위한, 강수진의’ 작품이다.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의 하루 스케줄은 국립발레단 중심으로 짜여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단원들 춤 지도와 발레단 행정 업무를 한다. 개인 연습 시간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출근 전까지, 그리고 오후 6시부터 밤 10∼11시까지 이어진다. 현재 최고령 현역 발레리나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힘들어도, 다쳐도, 30년 넘게 쉬지 않고 이어온 연습 습관 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나비부인’ 초연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직 제안은 10여 년 전부터 받았다”고 했다. 줄곧 거절을 해왔는데 지난해 갑자기 “지금이 딱 좋은 시기이고, 내가 많은 걸 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터키인인 남편 툰치 소크맨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의 예술감독 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82년 모나코왕립발레단에 입학한 이후 줄곧 외국 생활을 했던 그가 우리 국립 단체의 오랜 관행에 적응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국립발레단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어느 나라든 특유의 시스템이 있다”면서 “우선 자기 어깨를 토닥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현재 클래식 발레 중심인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확장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세웠다. “클래식만 하는 발레단은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올 10월 네오 클래식 장르인 ‘베토벤 7번 교향곡’과 모던 컨템포러리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두 신작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친숙한 음악을 사용한 작품을 골랐다. 그는 “관객들이 ‘백조의 호수’ 처럼 익숙한 작품을 선호한다는 걸 알지만, 애들이 햄버거 좋아한다고 햄버거만 먹이면 건강을 해치지 않냐”면서 “다양한 작품을 공연해야 무용수도, 관객도 함께 성장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은퇴시기를 2016년으로 못박아뒀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아직 잘할 수 있을 때 그만두고 싶다”면서 “그건 내 자신에 대한 존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예고한 바에 따르면 그의 현역 무대는 이번 ‘나비부인’과 내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내한공연, 그리고 2016년 슈투트가르트 극장에서 올릴 은퇴무대. 딱 세 번뿐이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수진=1967년생. 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최연소 입단. 99년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꼽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2002년 호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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