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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벨기에를 짜증나게 해라





















24일(한국시간) 포스두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홍명보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복훈련을 하고 있는 손흥민. 표정이 어둡지 않다. [이구아수=뉴시스]
‘2002 한·일 월드컵 영웅’ 설기현(35·인천)은 국내에서 벨기에 축구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다. 2000년 8월 로열 안트워프에 입단해 한국 선수 최초로 벨기에 프로 무대를 밟았고, 이듬해 명문 안더레흐트로 이적해 3년을 더 뛰었다. 안더레흐트에서 설기현은 세 시즌 동안 리그 71경기를 뛰어 18골을 넣었다.

설기현이 대표팀 후배들을 위해 벨기에 축구에 대해 값진 정보를 내놓았다. 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벨기에를 상대한다.

벨기에 축구에 대해 설기현은 한마디로 “네덜란드 같다”고 정리했다. 설기현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기차로 1시간30분밖에 안 걸린다. 그만큼 벨기에가 네덜란드의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내가 뛸 때 벨기에 축구가 침체기였지만 2002년 이후 벨기에축구협회에서 네덜란드 명문 클럽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유소년 육성 정책을 벤치마킹해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축구의 기본 스타일에 대해서도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강조했던 게 패스와 컨트롤(공을 간수하는 능력)이었다. 벨기에도 마찬가지다. 패스·슈팅 등 잘 갖춰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밀한 축구를 강조한다”고 소개했다.

설기현은 벨기에 주장 뱅상 콩파니(28·맨체스터시티)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콩파니는 2003~2004시즌 설기현과 안더레흐트에서 함께 뛴 적이 있다. 설기현은 “내가 있을 때 콩파니가 유소년 팀에 있다 보니 잘 알지 못했다. 2003~2004시즌을 앞두고 치른 팀 전지훈련에서 중앙 수비수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 콩파니가 합류했다. 처음에는 그냥 숫자만 채우러 온 선수로 생각했는데 첫 연습경기에서 정말 잘 뛰었다. 결국 그 시즌에 주전 선수를 밀어냈다”면서 “신체조건뿐 아니라 운동신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시 18세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 명문 첼시로부터 영입 제안도 들어왔다. 같이 경기할 때마다 ‘쟤 진짜 대단하다’고 느끼게 해준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설기현은 후배들이 알제리에 2-4로 패한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그는 “상대에 대한 분석이 잘 안 됐던 것 같다. 상대가 첫 경기와 달리 공격적으로 나왔는데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벨기에가 결코 못 넘을 산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설기현은 “선수 개인의 능력은 분명 뛰어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기대만큼 강하지 않아 보인다. 빌모츠 감독이 팀을 완전히 가다듬지 못했다. 실제 전력보다 고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벨기에 최고참이자 주전 중앙 수비수인 다니엘 판바위턴(36·바이에른 뮌헨) 공략법도 내놓았다. “리그에서 판바위턴과 여러 번 맞부닥쳤다”던 설기현은 “판바위턴은 체격과 힘이 좋다. 반면 발이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공중으로 띄우는 볼에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수도 잦다”고 했다. 이어 “우리 미드필더들이 여유를 갖고 판바위턴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근호(상주) 등 발 빠른 공격수들이 뒷공간을 파고들거나 측면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상대 진영 중간쯤에서 올리는 크로스)를 한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했다.

심리적으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 것도 주문했다. 설기현은 “개인 성향이 강해 팀에 문제가 발생하면 선수들끼리 다툼이 벌어진다. 그건 감독도 통제를 못할 정도다”면서 “협력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히고 짜증 나게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16강에 올라가는데…’ 하며 일찍 경기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설기현은 마지막으로 침체에 빠진 대표팀 후배들을 향해 따뜻한 조언을 보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다. 우리가 유럽 팀보다 잘할 수 있는 건 기동력·조직력과 팀에 대한 헌신이다. 이게 어우러지면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경기를 해냈다”면서 “실망하는 축구팬들에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경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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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