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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박 대통령과 가깝게 의논하는 비선라인 따로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역대 대통령 모두 ‘대통령병’이란 걸 갖고 있다”며 “자신은 국정운영을 잘하는데 언론과 홍보팀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 증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박관용(76) 전 국회의장은 철저한 의회주의자다. 정치의 중심은 의회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약 2년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것 말고는 36년 정치 역정의 대부분을 국회에서 보냈다. 우리 나이로 희수를 맞아 이달초 펴낸 책도 『나는 영원한 의회인으로 기억되고 싶다』이다.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은 최초의 국회의장, 대통령을 탄핵한 유일한 국회의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를 만나 오늘의 한국 정치에 대해 물었다. 2004년 국회의장 퇴임과 동시에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10년째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통일과 정치 발전에 관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책을 핑계로 만났지만 박근혜 정부의 거듭되는 인사 실패와 국정의 난맥상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만난 사람=배명복 논설위원ㆍ순회특파원

-안대희 후보에 이어 문창극 후보까지 두 명의 총리 후보가 연이어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 참사’의 근본 원인이 뭐라고 보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검증을 하는 한 똑같은 참사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가 맑아지고 투명해지는 쪽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는 건국 초기의 혼란과 전쟁을 거치며 이념적으로 대단히 협소한 지형에서 살아왔다. 또 고속성장 과정에서 진흙탕같은 삶을 살았다. 그 속에서 생활한 우리에게 선진국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견뎌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거를 되새기기보다 정책 개발이나 수행 능력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흠집내기식, 먼지털이식 검증이 문제라는 뜻으로 들린다.

“나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면서 많은 인사풀을 운영해 봤지만 능력도 있고, 인사 청문회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솔직히 쉽지가 않다. 하겠다는 사람보다 안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박근혜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이 좁은 인재풀에서 자기 사람만 찾다보니 그런 것 아닌가.

“박 대통령 인사는 ‘저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가’에서 시작된다. 그의 아버지는 최측근에게 총을 맞았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가까이서 자신을 모셨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아버지 추모식조차 제대로 못했다. 혼자 사는 여자의 가슴에 깊은 한이 맺혀 있다. 그것이 ‘수첩인사’로 나타난다. 박 대통령이 사심을 갖고 인사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내가 믿는 사람, 아는 사람만 찾는 경향이 있다. 잘 모르는 사람까지 포함해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 훌륭한 인사라고 보면 문제가 있다.”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문창극 총리 후보 발탁은 바로 그 점에서 의외의 카드 아니었나.

“그래서 나도 ‘대통령이 열심히 찾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좋게 평했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청문회 기회조차 못 갖고 자진사퇴했다. ‘친일ㆍ반민족’으로 낙인 찍어 거의 마녀사냥 하듯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인권과 법치를 내세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정상적인 일인가.

“일부 언론과 야당, 그리고 여당 내 일부 정치꾼들의 잘못된 주장을 결과적으로 정부가 수용한 꼴이 됐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문 후보는 국회에서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할 기회를 당연히 가졌어야 한다. 5개월만에 16억원을 번 사람과는 경우가 다르다. 강연 내용 중 일부를 문제 삼아 친일파로 모는 것은 개인에 대한 인격살인이고 인권 탄압이다. 문 후보 인준을 각 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여당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이미지 경쟁에 이용했다. 그 바람에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됐다. 언론도 문제다. 언론은 좀 더 객관성 있게 기사를 써야 한다. 세월호 사건과 문 후보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의 행태에 대해 시중에선 굉장히 말이 많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청와대와 정치권 모두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국민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총리 후보의 철학과 생각을 들을 권리가 있다. 이것은 법에 정해진 절차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국민의 권리를 묵살하고, 법 절차를 무시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추천해 놓고 잘못된 여론에 밀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 낙마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도 누군가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7ㆍ30 재보선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도 정치꾼들의 선동과 유혹에 휩쓸릴 게 아니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민주적 시민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인사 실패로 인한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총리같은 주요 인사 경우에는 야당에게도 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여야 지도부와 사전 물밑 조율을 하는 방법은 어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요 인사 발탁 과정에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자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이 우선 여권 지도자를 불러 얘기를 들어보고, 또 어지간히 틀이 잡히면 야당 지도자들과도 얘기하는 그런 절차를 밟는 게 좋겠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다.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도 인사가 자기 권한이라는 이유로 너무 독단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믿는다.”

-역대 정부마다 인사 파동이 되풀이 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면 첫 인사 때는 대개 탕평책을 쓴다. 그래서 외부 인사를 많이 기용한다. 김영삼 대통령 경우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안기부장, 외무장관, 통일원장관 모두 교수 출신들을 기용했다. 그러다 보니 오합지졸이 된다.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학자 출신들은 제 멋대로 떠들기 때문에 국정의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혼란이 발생한다. 그래서 2기 개각은 내부 인사를 기용하게 되는데 전문성이 떨어진다. 마지막에는 대통령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보은 인사를 한다. 이래서 5년 동안 인사의 난맥상은 계속된다.”

-박근혜 정부 내각은 ‘받아쓰기 내각’이란 비판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로서는 물론이고, 대통령으로서도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믿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아버지의 통치 스타일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러니 너무 많이 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박정희 때와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지금이 디지털 시대라면 그때는 아날로그 시대였다. 유능한 군대 행정 경험에 기반한 지시형 리더십이 통했던 시대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장관들은 받아적어 그대로 시행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전문화, 다양화, 다기화한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 사람의 머리로 국정운영이 가능한가. 그 때는 지시형 리더십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토론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총리부터 장관까지 다 머리를 숙이고 받아적은 장면은 아주 보기 안 좋다. 시대 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다.”

-집권당인 새누리당 상임고문인데, 박 대통령과 따로 만난 적이 있나.

“한 번 만났다. 독대는 아니었고 여럿이 같이 만났다.”

-정치원로로서 책임감을 갖고 직언한 게 있나.

“정당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 얘기를 좀 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하고, 많은 의견을 듣는 대통령이 돼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박 대통령은 자기신념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완벽주의자에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몸가짐에 흐트러짐이 없다. 주변 사람이 접근하기가 어렵고, 다가가서 충언하기가 어렵다. 충언은 대놓고 뭘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설득하는 것이다. 아마 그런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혼자 산다고 아침도 혼자 먹고, 저녁도 혼자 먹고 해서는 안 된다. 단 둘이 만나기 곤란하면 그룹을 지어서라도 만나야 한다. 대통령은 많은 얘기를 들어야 하는 자리다. 여러 사람이 가져온 의견을 놓고 취사선택하고, 결단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누군가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7인회가 그런 역할을 못 하고 있나.

“7인회는 언론이 만든 용어일 뿐이다. 사실 아무 역할도 안 한다.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이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말하나.

“구체적으로 말하긴 좀 그렇다.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 라인을 통해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 장관이나 비서실장, 수석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의논하는 경향이 있다. 비공식적인 의사결정은 대단히 위험하다.”

-7인회 멤버들도 요즘 대통령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나.

“다들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인데 이틀에 한 번 꼴로 내게 전화할 정도로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

-충언을 하는 역할을 비서실장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대통령 성격에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혼자 있는 여자라는 측면도 있지만 성격도 있고, 자기 신념도 강하고 해서 쉽지가 않을 거다.”

-그렇다면 비선 라인이 그 역할을 해야 하나.

“그런 그룹에서 하는 조언이란 것은 대통령 뜻을 받든다는 전제 위에서 하는 조언이다.”

-대통령 뒤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비서실장이란 얘기가 시중에 파다하다.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지만 유능하다는 것과 남을 설득하고, 충언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이번에 출간한 걑나는 영원한 의회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걒에서 대통령 당선 후 찾아온 노무현 당선인에게 ‘당신도 1년 후면 제왕이 돼 있을 것’이라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1년쯤 지나니 제왕이 돼 있더라’고 썼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탈권위적이라는 노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이었다는 뜻인가.

“제왕이 됐다고 쓰진 않았다. 노 당선인에게 ‘당신도 1년쯤 지나면 제왕이 되어 있을 것이오. 참모가 그렇게 만들고, 내각이 그렇게 만들고, 청와대 건물조차도 그렇게 생겼소’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난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러러면 하루에 세 번씩 혀를 깨무는 각오를 하라고 했다.”

-정확하게 인용하면 ‘제왕이 돼 있을 것이란 내 예언은 적중했다’고 썼다.

“문장을 길게 쓸 수없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몇몇 386 출신 참모들에게 ‘너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구현하는 도구로 나를 써달라’고 했고, 그 말을 지키느라 386이 시키는대로 했다. 그 결과 나에게 약속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소통을 통해 뭘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쓸 수 없어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는 의미로 그렇게 쓴 것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 하에서 제왕적 대통령은 불가피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정치문화 때문인가.

“역대 대통령 모두 기본적으로 ‘대통령병’이란 걸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일이 자기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주 잘못된 인식이 첫 번째 병이다. 두 번째는 ‘통일 대통령’을 앞세우는 병이다. 세 번째는 자기는 국정을 잘 수행하고 있는데 언론과 홍보팀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병이다. 대통령이 되면 ‘각하가 원하시는 대로 다 됩니다’라고 옆에서 부추기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와 교훈을 갖고 있다. 권력 분립 원칙을 확인한 것도 중요한 교훈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도 법 아래 대통령이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은 한 번 지나간 쓰나미처럼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하지만 모든 대통령은 대통령도 법 아래 대통령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YS의 첫 비서실장으로서 아들 문제를 대통령에게 제기했다가 경질된 것으로 저서에 쓰여 있는데 비서실장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대통령의 심기를 봐가며 적당한 시기에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충언이다. 붙어서 한바탕 싸우고 나오면 그건 충언이 아니다. 그래서 가장 조용한 시간에 아무도 없는 한가한 시간에 찾아가 얘기했는 데도 그렇게 됐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적임자인가.

“첫째 대통령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상대방 성격도 잘 알고 내 성격도 잘 알아서 그때그때 얘기를 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대통령을 독점하는 비서실장은 안 된다. 누구든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비서실장이 내각에 군림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급하면 수석들도 대통령에게 뛰어가 보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장에게 얘기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했다고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책임총리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까.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란 제도가 우습긴 하다. 무엇보다 총리는 대통령의 의중을 알 길이 없다. 자주 만나야 알 텐데 그렇지 못하다. 총리는 그저 대통령 대신 여기저기 다니며 축사나 하는 자리다. 최선의 방법은 대통령이 총리에게 권한과 책임을 확실하게 위임해주는 것이다. 법에 명시된대로 각료 제청권도 총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총리 공관이 비서실장 공관 바로 앞에 있다. 나는 저녁 때마다 시간이 나면 찾아가 ‘오늘은 청와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해 줬다. 그랬더니 총리가 깜짝깜짝 놀라더라. ‘실장님,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몇 번씩 절을 했다.”

-한국 정치의 가장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정당다운 정당이 없는 점이다. 한국 정당은 외생정당으로 시작했다. 이승만 박사가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당을 만들었고, 박정희 장군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만든 정당이 공화당이다. 이승만과 함께 자유당이 사라졌고, 박정희와 함께 공화당이 사라졌다. 한국 정당의 또다른 문제점은 정책개발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양김(뗠)이 갈라섰지만 정책에 차별성이 없으니 지역주의로 갔다. ‘우리가 남이가’로 간 거다. 지역정당에선 정책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전라도 뭉쳐라, 경상도 뭉쳐라’만 하면 된다. 그게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따로 모이는 곳이 정당이다. 그들이 모여 토론하는 곳이 국회다. 토론을 통해 일반화된 다수 의견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 지금 국회는 토론이 없는 국회다. 무작정 싸움만 하는 국회다. 내 말은 옳고 네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얘기를 들어줄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다. 내 주장보다 어쩌면 상대방 주장이 더 현명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할 때 타협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으니 타협이 안 된다. 이 역시 우리 역사의 산물이다. 일본과 타협하면 친일파, 좌파와 타협하면 빨갱이, 독재정권과 타협하면 사꾸라 소리를 듣는 역사 속에서 살아온 잔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다. 그러니 야당은 만날 선명야당, 싸우는 야당만 외치고 있다.”

-그걸 바꾸는 게 정치개혁일 텐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지금 각 당 대표들은 비교적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우선 그들이 모여서 진정 이 나라 정치에서 무엇이 문제고, 앞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정치에선 언론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언론은 정치판 상황을 단순히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인들을 옳은 방향으로 끌고나가야 한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도 왜 국회에 들어가면 다 ‘바보’가 되나.

“내가 제일 걱정하는 문제다. 공천권과 당직 배분권은 물론이고 국회직까지 중앙당, 즉 당 지도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눈밖에 나면 다음 번 국회의원 못 한다.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국회가 바로서지 못한다. 국회 운영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각당 중앙당 간부 조찬회의에서 결정된다. 오늘 회의는 보이콧이라고 오더가 내려가면 보이콧하고, 오늘은 퇴장이라고 하면 퇴장한다. 국회 운영을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않는 한 지금의 병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각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당ㆍ청관계다. 말로는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겠다고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여당은 집권당이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다. 따라서 당ㆍ청 회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과거엔 그래도 주례회동, 월례회동이란 게 있었지만 지금은 그조차 없다. 집권당다운 책임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야당답고, 여당은 여당다워야 한다. 그런데 야당은 그저 헐뜯기만 하고,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살핀다. 그러니 정당정치가 안 된다.”

-이번에 펴낸 책에서 양당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우리나라 정당에는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이 없다. 여야만 존재한다. 군소정당들이 있지만 선거 때 급조해 장사만 하고 문 닫는 정당이 많다. 차라리 양당제를 정착시켜 미국이나 영국처럼 두 당이 왔다갔다 하면서 권력 운영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야당을 해본 사람이 여당을 하고, 여당을 해본 사람이 야당을 할 때 역지사지가 가능하다. 다당제로 가면 연합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을 잡기 위한 술수로서의 연합이지 정책 연합이 되기 어렵다. 이념의 다양화 시대가 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양당제가 맞다고 본다.”

-양원제 주장도 했는데.

“국회의장을 하면서 보니까 유력한 몇 명의 당 지도자에 의해 국회가 마음대로 움직이더라. 꼭 통과되야 할 법안인데도 지도자 한 명이 개인적 이해 관계 때문에 반대하면 부결돼 버린다. 지도자 중 몇 사람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끌어가도 재심할 기회가 없다. 나라가 이만큼 커진만큼 국정 논의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날치기를 해도 고칠 기회가 없다. 그런 걸 시정하자고 양원제를 주장한 건데 국민이 반대한다. 가뜩이나 일 안 하는 국회의원들 숫자만 더 늘려 예산이나 축낸다는 이유다. 국회의원 300명 중 90명을 상원으로 하고, 210명을 하원으로 하면 돈 10원도 더 안 들어간다.”

-양원제를 하면 입법의 효율성이 문제 아닐까.

“양원제는 의사 진행의 완만성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꼭 양원의 심의가 필요한 안건은 뭐고, 하원에서 끝나도 좋은 안건은 뭔지 구분하는 등 후발주자의 잇점을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좀 있나.

“굉장히 절친한 사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때 당 부총재를 같이 했다. 이름이 박관용, 박근혜니까 가나다순으로 하면 만날 짝이다. 본회의장 뿐만 아니라 같은 외무통일위를 하다 보니 상임위에서도 짝이다. 외국에 같이 다니며 비행기도 많이 같이 탔다. 그러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국회의장 끝나고 박근혜 당시 당대표를 만나 ‘대권에 도전하기까지 이러이러한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런 것들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 대통령과 육여사의 딸로 있으면 안 된다. 정치인 박근혜로 홀로 서야 한다’는 등 조언을 많이 했다.”

-그 조언을 받아들였나.

“수첩에 메모를 많이 했다. 단 둘이 만났을 때 ‘정치인이 자기 소신, 자기 고집만 갖고 되는 게 아니오, 남의 얘기도 들을 줄 알아야 큰 정치인이 되오’라는 얘기도 많이 했다. 그걸 달갑게 받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비서실장 한 번 더 하면 박 대통령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솔직한 얘기로 내가 지금 무슨 욕심이 있겠나. 대통령이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밖에 없으니 하는 얘기다. 단독으로 잘 안 만나 주지만 만약 만나 준다면 오늘 한 얘기를 전부 다 할 것이다. 비슷한 얘기를 방송에 나가 한 적이 있는데 대통령을 잘 아는 어떤 친구가 듣고는 ‘너 이제 박근혜 만나기는 다 틀렸다’고 하더라. 내가 대통령 못 만나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다만 정치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입 닫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얘기한 것 뿐이다.”

-총리 때문에 저 난리인데 제대로 된 총리감을 한 명 천거한다면.

“내 머리에 있는 사람은 있지만 내가 직접 검증해 보지 않은 이상 천거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누구도 자신있게 천거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 전 총리 후보와 개인적으로 친하진 않지만 ‘아, 이런 사람이 총리로 가면 잘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언론인이야 때 묻은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또 그동안 써온 글을 보면 상당히 소신도 있고. 그래서 박 대통령이 열심히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내놓았는데 옳은 처방이라고 보나.

“꼭 세월호 사건이 있어서 국가개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를 고쳐야 한다는 일반론으로서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국가개조란 단어 하나로 뭐가 되는 것은 없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조할 것인지, 무엇이 문제인데 그것을 어떻게 고치겠다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민 전체의 의식 개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도 교육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 가면 정치교실도 있고, 정치학교도 있다. 공무원 교육도 해야 하고, 일반 학교 교육도 해야 하고, 사회교육도 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를 하는 데 새마을 교육이 얼마나 크게 기여했나. 그러니까 교육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교육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나는 초등학교 인성교육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개혁이 된다. 관피아 척결한다고 될 것같지 않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해경을 해체하고, 공무원 선발 방식을 바꾸고, 전관예우를 없애는 등 여러가지 조치를 내놓았다. 이 모든 게 국회의 입법조치가 필요한 사항인데 국회와 협의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툭 던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던데.

“정계에서 은퇴한 뒤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분들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 때마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다. 정당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이 정당들과 자주 접촉해야 한다. 국회에도 자주 나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부터 박 대통령까지 다 했던 얘기다. 대통령이 만든 정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대통령이 정책을 갖고 국회에 가서 세일을 해야 한다. 선진국 대통령은 어려운 법 하나 통과시키려고 야당 의원들과 비행기 타고 같이 다니지 않나. 어떻게 대통령만 되면 구중궁궐에 틀어 박혀 국회 쪽으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국정연설을 통해 세금을 거둬 어떻게 쓰겠다는 얘기를 하려면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야 한다. 이라크 파병 결의 때 전화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여보시오,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데 국회로 나오시오, 와서 부탁한다고 말하고 가시오’라고 해서 노 대통령이 국회에 왔다 갔다. 대통령은 국회와 자주 대화할 생각을 해야 한다. 국회와 대화한다는 것은 정당 대표와의 대화다. 대화가 단절된 정치는 민주주의 정치가 아니다. 자기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부여됐다고 해서 대통령이 거기에 매이면 대통령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그 점이 지금 안타깝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여야가 국정조사와 특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 일정 등을 놓고 계속 갈등 중이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뭐라고 보나.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하지만 정략적 토론에서 벗어난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를 비방할 목적으로, 다음 선거를 유리하게 가져갈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 지금 하겠다는 국정조사가 바로 그렇다. 그런 데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이 지적해 줘야 할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사고 현장 쫓아다니며 절을 할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권의 실추된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그런 장면이 안 보이니 국민이 보기에 답답한 것이다. 논의를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얘기한 것은 좀 뜬금없지 않나. 김정은 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한 희망적 사고에 근거한 흡수통일론이란 지적이 있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으로서의 통일대박론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가 통일된 독일의 집은 유럽의 지붕 밑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듯이 우리의 통일은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과 북한의 인력, 한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 러시아의 에너지, 몽골의 물자 이런 것을 합하면 동북아에는 큰 그림의 공동체가 그려지고, 공동번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화두로 던짐으로써 주변국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계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지금부터 통일의 긴 마라톤을 시작하자는 얘기다. 중국을 향해서는 우리의 통일은 결코 중국의 경제나 안보적 이익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006년 펴낸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에서 북한 붕괴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썼다.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버리고 조금만 더 압박하면 김정일 정권이 곧 붕괴될 거라는 뜻이었다. 이후 MB 정부가 들어서서 5년동안 계속 압박했는데도 여전히 북한 정권은 건재하다. 어떻게 설명할 건가.

“내가 그 책에서 한 얘기는 북한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이고, 북한은 더욱 고립될 것이고, 그렇게 고립되면 결국 핵이 몸 안에 암처럼 번져서 죽고말 것이다는 뜻으로 쓴 것이다. 그래서 통일이 산사태처럼 올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지금도 그 믿음에 변함이 없나.

“핵을 붙들고 있는 서른한 살의 김정은은 예측불허의 인물이다.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압박을 얘기했지만 압박을 하더라도 대화의 물꼬는 터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접촉을 통한 변화’ 아니었나. 그래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도 ‘큰 거 교류하려고 하지 마라. 작은 교류, 예컨대 미술가 협회끼리 교류를 하거나, 고고학 연구자들이 개성에 가서 연구하고, 백두산과 한라산 가서 지질조사하고 그런 거 하라’고 했다. 작은 물꼬를 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지 큰 것부터 하려니까 잘 안되는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도 동의한다며 메모를 해갔다.”

-통일에 대비한 외교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이다. 지금 한ㆍ일 관계와 중ㆍ일 관계 악화로 우리 외교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미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중국과의 통일외교를 굉장히 열심히 해야 한다. 나는 중국이 북한을 끝까지 안고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 중국도 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주민들이 변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을 통일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반드시 끌어들여야 한다. 중국이 쉽게 북한의 손을 놓지 않을 거란 전망을 부정하진 않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스탠스를 잡고, 어떤 외교를 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하다. 통일까지 염두에 뒀을 때 과연 미ㆍ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주변 강대국과 몸을 비비며 살아온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 시기는 과거처럼 쉽게 전쟁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지혜로운 균형외교가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도 우리가 미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통일의 잇점과 편익을 중국에 잘 설득해야 한다. 정말 외교적 지혜와 두뇌가 필요한 시기다.”

-그런 점에서 지금 박근혜 정부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대일 외교는 문제다. 일본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풀어야 한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국익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일본과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은 국익에 마이너스다. 이 점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너무 과격한 것같아 걱정이다. MB가 저질러 놓은 일이긴 하지만 지혜를 갖고 찾으면 방법이 있다고 본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은 사실상 없는 것 아닌가.

“해결 방법은 중국 이외에는 없다고 본다. 중국이 북한으로 통하는 10여 군데의 모든 지원 라인을 끊는다고 가정하면 북한이 손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 초기 단계에 해결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는 얘기를 미국에 가서 한 적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선택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됐을 때 북한이 협상하자고 손을 드는 것이고, 중국이 석유를 포함에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겠다고 확실하게 선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둘 다 가능성이 없지 않나.

“그렇다. 이제는 방법이 없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저렇게 핵을 갖고 있으면 내부가 폭발할 수 있다. 북한에도 240만 명의 휴대폰을 갖고 있다. 북한 내부의 변화를 중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해결 방법은 없다. 작은 대화의 물꼬를 터가면서 우리 군사력을 굳건히 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도 이제는 방법이 없다. 북한에 대해 손을 들었다. 전략적 무시가 아니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솔직하게 우리는 힘이 없다. 중국이 너희가 좀 해라, 너희가 해결해주면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겠다, 아시아 지역에서 너희에 대한 포위망을 풀 수도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면 북한 핵을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

1938년 부산 출생. 61년 동아대 정치학과 졸업. 81년 국회의원 당선. 6선(11~16대·부산 동래). 85년 남북 국회회담 대표. 87년 국회 헌법 개정 기초위원.

93년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장. 94년 대통령 정치특보. 96년 국회 통일외무위원장. 97년 신한국당 사무총장. 98년 한나라당 부총재. 2002년 16대 국회의장. 2004년 정계 은퇴. 현재 동아대 석좌교수,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 등 4권의 저서.


[인터뷰 후기] 두 시간 내내 어떤 질문에도 꽉 찬 답변

두 시간 가까이 그를 괴롭히고 나서 딱 떠오른 단어는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름 석 자에 실린 내공과 경륜의 무게가 결코 그냥 쌓인 게 아니라는 확신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그는 군더더기 없이 꽉 찬 답변을 내놓았다. 난처할 것 같은 질문에도 우회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인사’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혼자 사는 여자의 가슴에 깊은 한이 맺혀 있다”고 말할 때는 오히려 기자가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겸손함과 솔직함은 그의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받아 적으면 그대로 문장이 되니 인터뷰어로서는 최상의 인터뷰이를 만난 셈이다.

 행복한 고민은 거기서 비롯됐다. 그가 쏟아낸 그 많은 문장을 어디서 자르고, 어떻게 줄일 것인가. 고심 끝에 이슈를 쫓아가는 언론의 생리에 일단 충실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와 국가개조론, 통일대박론 등에 관한 내용은 지면에서 과감하게 잘라내고 난기류에 빠진 박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운영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아무래도 지금 최고의 이슈는 잇따른 인사 실패와 그에 따른 국정 공백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신 지면에 못 실은 부분까지 포함해 보다 긴 인터뷰 기사를 본지 인터넷 사이트(joongang.co.kr)에 올리기로 했다.

 인터뷰는 20일 진행됐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24일 간단한 전화 인터뷰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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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