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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진핑 방한이 성공하려면



[일러스트=강일구]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댓글은 무섭다. 칭찬보다 질타가 압도적이다. 또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발산하는 원색적 표현이 많다. 필자의 글에 붙은 댓글 가운데 지금도 아프게 기억하는 게 있다. ‘이걸 글이라고 썼냐. 공이나 잘 차라’. 필자의 이름과 우리의 대표적 축구스타 중 한 명의 이름이 같은 걸 빗댄 것이다.

 직업적으로 중국 관련 글을 쓰는 필자는 지난 1년 사이 한 가지 눈에 띄는 사항을 발견했다. 댓글 중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에 대한 험담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란 호의적 표현이 적지 않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이 4월 발표한 미·중·러·일 등 주요 4개국 지도자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시진핑은 부동의 2위를 지키며 1위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시진핑이 한국에서 호감을 사는 이유는 무얼까. 크게 네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는 중후장대(重厚長大)의 체형이 주는 이미지다. 시진핑은 전임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와 같은 미남형은 아니다.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처음 시진핑을 소개받았을 때 ‘촌티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m80㎝를 넘는 듬직한 체구와 과묵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믿음직스럽다는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정치 지도자란 자고로 촐랑대지 않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일반의 기대에 그의 큰 몸집이 꽤 호소력 있게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둘째는 역경을 이겨 낸 성공 스토리다. 시진핑은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부총리를 지냈을 정도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렸을 때 부친이 실각하는 바람에 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화대혁명 때는 시골에서의 노동이 너무 힘들어 베이징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혀 강제노역에 처해지기도 했다. 80㎏ 쌀 한 가마니를 지고 십 리 길을 쉬지 않고 다닌 일, 벼룩에 하도 많이 뜯겨 단단해진 피부로 인해 벼룩이 더 이상 물려고 해도 물지 못하게 됐다는 등 그가 젊은 시절 겪은 고초와 관련해선 많은 일화가 전해진다. 밑바닥 생활을 딛고 일어선 그의 성장기가 국내에 소개되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중국을 뜯어고칠 여러 개혁소조를 만들고 직접 그 소조의 조장이 돼 책임을 지고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자세, 또 원로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부패척결 운동을 벌이는 등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은 국내에서도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넷째는 북한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단호한 자세다. 그동안 북한 감싸기에 급급했던 중국의 행태에 많은 사람이 실망했던 게 사실이다. 천안함 폭침은 물론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도 중국은 사태 악화만을 우려해 북한에 따끔하게 말 한 번 하지 못했다.

반면 시진핑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시진핑 집권 초기 북한이 잇단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그의 체면을 손상시킨 측면이 있지만 김정은 방중을 2년 넘게 불허하고 있는 등 그의 뚝심 있는 대북 태도가 한국인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7월 초 시진핑이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서 이미 적지 않은 호감을 사고 있는 터라 그의 방한이 성공하는 건 따 놓은 당상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인들이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 있다. 시진핑의 행보에서 과연 한국을 존중하는 태도를 얼마나 엿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인들에게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크다(大)’는 답이 돌아온다.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해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대국(大國)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큰 나라가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이웃 나라를 행여 가벼이 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몇 해 전 일이다. 중국의 한 부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와 국내 중국 관련 우호단체 인사들의 만남이 있었다. 한데 자리 배열이 중국 부총리를 중심으로, 초대된 한국 인사들은 마치 ‘신하처럼’ 도열하듯이 양옆으로 늘어앉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 인사들의 심기가 편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얼마 전 한국에선 주한 중국대사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에 한국의 전직 총리가 한꺼번에 4명이나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참석자들 사이에선 이게 과연 격(格)에 맞는 행사인가를 두고 말이 많았다. ‘한국에선 총리 값이 참 싸다’ ‘부른 사람이나 부른다고 온 사람이나 다 문제다’….

 시진핑의 현재 한국 내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다. 믿음직스러운 체구와 고난을 이겨 낸 인생 스토리,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과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단호한 태도 등 한국인의 마음을 사는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방중 시 만찬 메뉴로 여성을 배려하는 섬세한 식단을 짜고 또 지난 2월 박 대통령 생일 축하편지를 보내는 등 인간적인 접근은 후한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이 그 특유의 소탈하고 서민적인 행보를 통해 한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면 부인까지 대동한 그의 이번 방한은 한·중 양국의 우의를 더욱 다지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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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