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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A급 관심병사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해야

정원철
신라대 교수·사회복지학
대한민국에서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의무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다. 20대 초반 청년들에게는 신성한 의무로만 다가가지 않는다. 이들의 주요 스트레스가 다름 아닌 ‘군 입대’라는 설문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군 복무는 청년들에게 광야에서의 고된 생활임에 틀림없다. 복무기간이 단축되었다고 하나 요즘의 신세대 청년들에게 군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군대는 평소에는 전쟁을 억지하고 유사시에는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기강과 명령, 규율과 고된 훈련을 주 특징으로 하는 전투조직이다. 다소 개인차가 있겠으나 입대하는 모든 병사는 낯선 군 조직에 적응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군 생활을 스트레스로 느끼는 강도가 높을수록 ‘부적응 병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2005년부터 부적응이 일정 기간 지속하는 병사를 ‘관심병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벌인 22사단의 임 병장 역시 보호관심병사였다. 관심병사란 군 복무에 전념하는 데 제한이 있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살·타해·탈영·정신장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군기 사고의 대부분이 이들한테서 비롯된다. 이들의 관리 문제가 군의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군 당국은 관심병사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린캠프, 내무반 현대화, 친구 동반입대, 군 상담관 배치, 멘토 제도 도입 등이다. 이런 노력에도 주기적으로 총기사건이 발생한다. 그간의 노력을 넘어서는, 더욱 강력한 예방대책이 절실하다.

 이번 사건 발생 부대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방부대 병사의 약 20%가 관심병사라고 한다. 충격적이다. 이게 확실하다면 관심병사의 문제는 더 이상 병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안보체계와 직결된다. 내버려뒀다간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대책 역시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 학계에 보고된 관심병사 12명의 심층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군 생활의 스트레스로 가족에 대한 향수, 부대원과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 보직수행의 어려움, 낯선 신참역할 등을 들었다. 특히 낯선 계급사회에서의 인간관계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불안 정서가 높고 사회성이 떨어지고 난관대처 능력이 낮은 상황에서 엄격한 상하관계에 부닥치며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다.

 관심병사의 군 생활과정은 통상 세 가지의 경로를 거친다. 관심병사에서 벗어나거나, 도중에 군을 떠나 조기에 제대하거나, 힘든 관심병사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다. 전역을 불과 두어 달 남긴 임 병장은 마지막 유형에 속한다. 그러면 어떻게 관심병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진급, 동료 부대원의 다양한 지원, 부대의 적극적인 지지체계, 보직 이동이나 타부대 전출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 부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관심병사의 적응 능력을 끌어올린다고 볼 수 있다.

 관심병사의 군기사고를 방지하려면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현행 징병검사의 정신건강검사 항목을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 관심병사 문제의 상당 부분은 불완전한 징병검사와 관련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군에 입대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갖춘 징병검사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둘째, A급 관심병사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들은 전체 군 병력의 3.6%에 불과해 군 병력에 크게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들이 사고를 일으키면 군에 큰 손실을 초래한다. 이들을 전환 배치하는 게 크게 보면 군에는 이득이다.

 셋째, 관심병사를 찾아내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찾아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심병사 문제의 기저에는 개인의 심리와 가족·학업문제, 직업과 경제적 요인, 이성 갈등, 문화적 문제가 다각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도 다체계적인 요소들이 같이 투입되어야 한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넷째, 관심병사가 낙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동료에게 관심병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집단 따돌림을 받을 위험이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지휘관이 잘해야 한다. 특정인이 관심병사라는 사실을 숨겨둔 채 일대일로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현행 군 인권 상담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사나 심리학 석사학위 소유자 등이 상담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배치한 지 10년이 채 안 되지만 병사들의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사단급에 배치돼 있는데, 앞으로 연대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이번의 총기 사건을 통해 청년들의 군복무 어려움에 대해 사회가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 그리하여 불합리하거나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소를 잃었어도 서둘러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임 병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정원철 신라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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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