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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방 속의 방 … 자투리 서재 … 아파트 평면 고르는 재미

천안시 백석 더샵(84㎡형)의 ‘룸 인 룸’(左), 창원시 감계힐스테이트 4차(84㎡형)의 알파룸(右).

20일 오전 10시 충남 천안시 백석 더샵 견본주택. 문을 열기도 전에 길게 줄을 서 있던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안으로 몰려들었다. 분양 중인 619가구는 모두 84㎡(이하 전용면적)다. 분양업체는 집 크기는 같지만 특징이 다른 3개 타입의 평면을 내놨다.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주부 김모(39)씨는 A타입과 C타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A타입은 자녀방 안에 별도의 공부방을 갖춘 ‘룸 인 룸’ 설계가 특징. C타입은 거실을 마주 보고 요리할 수 있는 넓은 주방에 마음이 끌렸다. 김씨는 “식구가 3명이라 집 크기는 고민의 여지 없이 84㎡형으로 결정했는데 세부 평면이 서로 달라 고민”이라며 “나만 생각하면 탁 트인 주방이 있는 C타입이 끌리지만 중학생이 되는 아이를 위해 A타입에 청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평면이 세심해지고 있다. 다양하고 깐깐해진 주택 수요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품종 다변화’다. 주택 크기는 단순화하지만 평면은 다양해졌다.

 이전에 주택업체들은 폭넓은 수요층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주택형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엔 주택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형을 집중 공급한다. 이 때문에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단일 면적으로 분양되기도 한다. 대우건설이 이달 경기도 양주시 옥정지구에서 분양한 양주신도시 푸르지오는 전 가구(1862가구)가 58㎡형(3개 타입)이다. 중흥종합건설이 부산시 강서구 명지지구에 분양한 명지중흥S-클래스 프라디움(1033가구)도 59㎡형(5개 타입)으로만 이뤄졌다. 대성건설이 대구시 달성군 옥포지구에 짓는 옥포 대성베르힐도 1067가구 모두 84㎡형(3개 타입)이다.

 분양되는 주택 넓이가 단순화진 데엔 전용 85㎡ 이하 중소형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전무는 “공급자 입장에선 이것저것 내놓는 것보다 선호도가 높은 주택 크기를 골라 집중해 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도 장점이 있다. 비슷한 경제력 수준의 수요가 몰려 커뮤니티 활성화가 잘된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홍석민 실장은 “경제여건 등이 비슷한 수요가 몰려 살기 때문에 아파트 운영 등에 있어 잡음이 덜할 것”이라며 “로열층 물량이 많아지는 것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넓이를 통일하는 대신 평면을 다양화해 상품을 차별화한다. 주택 크기가 같아도 평면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는 것도 평면 차별화를 부추긴다. 대림산업이 5월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 광안비치는 84㎡형(396가구) 4개 타입으로 이뤄졌다. 거실 2면 개방 설계로 조망권을 강조한 C타입과 ‘ㄷ’자 모양의 넓은 주방을 갖춘 D타입은 각각 41대 1,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A, B타입은 각각 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3월 분양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경남아너스빌(84㎡)도 세 가지 타입 중 A타입이 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가장 인기를 끌었고 나머지 타입은 평균 2대 1을 나타냈다.

 포스코건설 홍동군 분양소장은 “지역적인 특성이나 주요 수요층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담을 수 있어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층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SK건설 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주택형이 여럿일 때보다 단일화하면 배치 등 전체 설계가 단순해지는 대신 수납공간 등 작은 부분에 좀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60㎡ 이하(20평대) 소형 아파트 평면도 성냥갑을 벗어나고 있다. 펜트하우스(맨꼭대기층 고급주택)·테라스하우스 등 그동안 중대형에서 볼 수 있었던 특화설계를 도입해 고급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형은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의 ‘인기주’가 됐다. 크기가 작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구원 수가 줄면서 소규모 주택 수요가 늘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분양된 소형은 5가구 중 2가구 정도(42.6%)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다른 주택형의 1순위 마감 비율은 20% 안팎이었다.

 전북 전주에서 계성종합건설이 분양 중인 건지산 이지움(전용 59㎡형 371가구)은 2개 동의 최상층인 23, 24층에 한 가구씩 2가구의 펜트하우스를 배치했다. 펜트하우스 4면에 마당처럼 쓸 수 있는 67㎡의 테라스가 설치되고 조망이 좋다. 계성종합건설 박종완 대표는 “집이 작더라도 희소가치가 있는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4월 분양을 시작한 서울 고덕동 고덕시영 재건축 단지인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전용 59㎡형 1074가구 가운데 24가구를 테라스하우스로 꾸몄다.

 펜트하우스·테라스하우스는 같은 주택형의 다른 가구보다 비싸지만 인기가 좋다. 다른 주택형보다 분양가가 5000만원가량 높은 건지산 이지움 펜트하우스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5대 1로 5개 주택형 중 가장 높았다.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테라스하우스는 조합원들이 모두 가져가 일반분양분은 없었다.

 소형도 대개 방 셋을 갖추는데 방을 하나만 들인 원룸형이 나왔다. 두산중공업이 한강변인 서울 성수동에서 분양하고 있는 최고 47층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트리마제는 전체 688가구 가운데 150가구를 전용 60㎡ 이하로 설계했다. 방이 하나거나 아예 방을 거실과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은 “혼자 사는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등이 널찍하게 쓸 수 있도록 방을 거의 설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리마제와 서울 천호동 강동팰리스 등은 소형주택에 조식, 세탁 대행, 호텔 예약 등 고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규모 가구가 늘면서 주택에서 원하는 부분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소형 아파트의 차별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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