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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발상(逆發想), 좋은 상권 ‘찾아가는’ 대신 ‘만들었다’

신현성 커피&파트너스 대표는 한 주택가 골목에만 6년 동안 매년 카페 한 개씩을 내며 ‘강남역 언덕길’을 만들었다. 김경록 기자

최근 강남역 주변 상권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체 그 번잡한 강남역이 뭐가 새롭다고. 그런데 알고보니 강남역 대로변 안쪽에 있어 그동안 별로 관심받지 못하던 한 주택가 골목 얘기다. 멋스럽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고, 주말엔 작은 공연과 벼룩시장까지 열려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 외진 주택가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데는 한 인물의 노력이 숨어있다.

신현성 커피&파트너스 대표다. 2008년 이 골목에 처음 카페를 낸 이후 여기에만 매년 한 개씩 새 카페를 열며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언덕길’이란 이름도 2년 전 그와 주변 상인들이 지어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한다.

40대인 그는(※나이 밝히기를 거부했다) 6년 전만 해도 카페나 장사란 단어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었다.

고교 졸업 후부터 강남에 살았다는 신 대표는 “대학 시절(※수차례 물었으나 출신 대학은 물론 그가 나온 초·중·고가 어디인지도 밝히지 않았다)부터 주식 투자로 돈을 많이 벌었다”며 “여유가 있으니 대학 때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며칠 보려고 갔다가 마음에 들어 그냥 몇 개월 살기도 했다. 뉴욕에서 7개월(※관광비자로 7개월이나 머무르면 불법체류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중간에 한 번 한국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2개월, 이런 식이었단다. 가본 곳이 워낙 많아 지금까지 몇 개국을 몇 번 갔는지 기억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유럽을 주로 다녔다고 한다. 여행 가면 박물관에서 전시 보고, 백화점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는데 미국과 유럽이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이렇게 정처없이 여행을 했던 이 시기를 한번도 시간낭비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지금 20대에게도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자신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젊어서 해외를 경험하는 건 그 이후 안정된 삶을 살면서 슬슬 여행할 때와는 분명 다른 걸 느낀 다고 믿기 때문이다. 똑같은 걸 봐도 2030과 4050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는 “같은 영화나 책을 봐도 20대 때와 50대 때 보면 느끼는 게 굉장히 다르다”며 “더욱이 낯선 다른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라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최소 두 번은 반드시 해외여행을 간다.

미혼인 그는 혼자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그만의 재밌는 여행법도 따로 있다. 후배나 친구가 출장갈 때 따라가는 거다. 신 대표는 “출장을 휴양지로 가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느냐”며 “평소 잘 몰랐던 곳, 쉽게 볼 수 없는 걸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배나 친구가 일할 때는 혼자 놀고 일 끝난 뒤 같이 즐긴다”고 했다.

한번은 패션업에 종사하는 후배를 따라 프랑스 노르망디에 간 적이 있는데, 후배의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초대받아 프랑스 가정집에 가 현지식을 대접받기도 했단다.


20대를 자유롭게 보내던 그는 1998년 어느날 문득 정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해외에서 경험한 걸 창의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 광고회사(애드렉스)를 인수했다. 그렇게 10년이 흐르니 이번엔 평소 즐기는 커피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광고회사를 접고 카페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의 남다른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순간이 바로 이때다.

상권으론 형편없던 언덕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언덕길엔 타로 카페 몇 개와 세탁소같은 생활편의형 가게만 있었다. 전형적인 주택가 동네 구멍가게 상권인 셈이다. 그런데 신 대표 눈엔 가능성이 보였다. 인근 강남역 때문이다. 교통요지가 바로 옆이지만 강남역과 전혀 다른 걸 내놓으면 먹힐 거라 판단한 거다.

2008년 에스프레소 퍼블릭(현재 지인이 운영)을 연 이래 매년 새로운 카페를 내고 있는데, 평소 운영하는 곳에서 아쉽다고 생각한 점을 보완하는 컨셉트의 카페들이다. 2013년 문을 연 원테이블 카페(좌석 총 4개)인 브릴리언트 로스팅랩은 사람들에게 좋은 커피맛을 알려주려고 낸 곳이다. 여기선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볶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준다. 값도 5000원으로 비교적 합리적이다. 돈을 벌자면 말도 안되는 컨셉트다. 하지만 좋은 커피맛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결국 좋은 커피를 파는 다른 가게를 찾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인근에 카페가 여럿인 그가 큰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가장 최근에 연 알베르는 카페에서 편하게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들었다. 1·2층은 카페, 지하는 파티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 매장 인테리어나 컨셉트는 여행 경험이 풍부한 그가 주도한다. 인상깊었던 장소나 건물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비슷한 느낌이나 감성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독립 건물인 알베르의 경우 건축단계부터 그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유럽식으로 천장을 높게 해 자유로우면서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매장을 여럿 운영하니 늘 바쁠 것 같지만 신 대표는 의외로 여유롭다.

“보통 장사할 때 10% 더 벌려고 스트레스 받으며 안간힘을 쓰는 데 그 10%만 포기하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글=안혜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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