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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릭] 왜 유독 강남에서만 빗물 펌프장 둘러싼 갈등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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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옆 ‘잠원2빗물펌프장’ 공사가 계속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사현장이 절반쯤 차지한 신사공원은 나무가 뽑힌 채 6개월 넘게 그대로 방치돼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공사를 하겠다며 땅을 파헤쳤지만 공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江南通新 2014년 4월 16일자 4면>

 서울시 관계자는 “신현대아파트 주민들이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하는 통에 공사를 진행할 수없다”며 “합의를 통해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땅을 깊이 파는 지하 터 파기 공사로 아파트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주민 정모(45)씨는 “공사 전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시측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는데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며 “전문가에게 의뢰해 공사를 하면 아파트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자문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은 지난 4월 말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동률 권익위 산업농림환경민원과 조사관은 “지난달 시 관계자와 주민 대표간 중재 자리를 마련했다”며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주민이 온 데다 일부 주민이 흥분하는 바람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잠원2빗물펌프장 공사 현장
 빗물펌프장 공사를 둘러싸고 시끄러운 곳은 압구정동뿐이 아니다. 대치동도 ‘도곡빗물펌프장’ 공사를 둘러싸고 갈등이 크다. 강남구가 대치초등학교 앞 양재천 변에 빗물펌프장을 짓겠다고 하자 학부모와 인근 아파트 주민이 구청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江南通新 2013년 5월 15일자 4면>

 강남구는 주민 의견을 받아들여 무작정 공사에 들어가는 대신 다시 한번 공사 후보지 적합성 여부 등을 가늠하는 용역을 민간전문업체에 맡겼다. 지난해 12월 결과가 나왔지만 구는 내용을 밝히기 거부했다.

이권구 강남구 치수팀장은 “구 치수방재과 검토를 거쳐 7, 8월 중 주민설명회를 열고 용역 결과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적다. 이 팀장은 “이런 선례를 남기면 대안 지역 주민이 반대할 경우 또 다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의 대표적 침수지역인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일대의 수해 예방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와 서초구청의 의견이 크게 엇갈려 갈등이 컸다.

 서울시가 ‘침수취약지역’으로 선정한 34곳 중 빗물펌프장을 짓기로 한 곳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모두 6군데. 이중 강남 2곳과 용산구 한강로동 한강교빗물펌프장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하다.

 애초에 빗물펌프장 신설 공사는 펌프장을 증설하거나 하수관을 설치하는 것보다 주민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증설 공사는 기존 시설 바로 옆에 일부를 늘릴 뿐이고, 하수관 설치는 공사 기간 동안엔 주민이 불편할지 몰라도 완공 후엔 눈에 띄지 않지만 신설 공사는 혐오시설의 유입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등을 겪는 3곳 외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한유석 서울시 하천관리과장은 “다른 지역은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빚어진 걸까.

 정답은 주민의 직접 피해 여부다. 지난해 9월 완공한 강북구 미아동 송천빗물펌프장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다. 지상 3층(지하 2층)으로 규모도 꽤 크다. 하지만 주민 반대는 별로 심하지 않았다. 이광철 강북구 하수관리팀장은 “사유지 매입 과정에서 땅 주인이 반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펌프장 주변이 상습 침수 지역”이라며 “주민이 피해 경험이 있어 공사에 거부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인 관악구 신사동 ‘신림2빗물펌프장’도 마찬가지다. 이곳 공사장은 주택 밀집 지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도림천 둔치다. 공사를 맡은 서관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치수시설과장은 “펌프장 건너 신사동 일대가 저지대라 원래 침수가 잦았기에 주민들이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며 “도로통제 때문에 일부 민원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침수 피해를 직접 겪은 지역에 빗물펌프장 같은 방재시설을 설치하니 주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거다. 이들에게 빗물펌프장은 ‘혐오시설’이 아닌 ‘필요시설’일 수밖에 없다. 

 반면 압구정동 펌프장 근처는 실제 침수 피해를 겪는 지역이 아니다. 피해 지역은 여기서 직선으로 400여m 떨어진 신사동 광림교회 일대다. 도로 건너편이라 양 지역은 서로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대치동 펌프장도 마찬가지다. 침수 지역은 대치초등학교 주변이 아니라 대치역사거리 일대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주민 반대를 무조건 님비(Not In My Backyard·지역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이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가 침수 피해 지역에 빗물펌프장을 지을 방법이 없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피해 지역에 지을 수 없다면 시설이 들어설 주변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설득 작업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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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