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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대전과학고 1학년 황민영양

대전과학고 학생들은 기숙사 방이 아니라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한다. 칸막이가 있는 1인용 책상 뒤로 황민영양이 배정받은 개인용 책꽂이가 보인다. 『수학의 정석』『하이레벨』시리즈 등 학업 관련 책 외에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도 꽂혀있다.
대전과학고가 과학고에서 영재고로 전환된 후 첫 신입생인 1학년 황민영(15)양은 네 살 위 오빠(카이스트 2학년 재학 중)와 어려서부터 수학 책 읽고 과학 실험하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원없이 실험하며 수학·과학 공부를 하고 싶어 대전과학고를 택했다. 대전과학고는 2014학년도 영재고 입시 경쟁률 1위(22:1)에 이어 올 4월 원서접수를 한 2015학년도 입시에서도 1위(24:1)였다.

대전과고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그렇다보니 공부는 주로 학교 독서실에서 한다. 이곳의 학교 책상은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용 책상. 입학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원래 황양은 집중을 방해하는 건 다 치우고 책상 위를 늘 깔끔하게 정리한다. 하지만 수학 문제 풀이 시간을 점검하는 스톱워치는 늘 옆에 둔다. 그가 수학 공부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는 지 엿볼 수 있다.

화장품 관심 많죠, 직접 만들기도 해요

  대전과학고는 전교 석차를 매기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전교 1등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지금까지의 평가시험과 중간고사 성적, 수업태도 등을 바탕으로 황양을 추천했다. 전국에서 머리 좋고 성적 우수한 학생이 모인 곳에서 학교가 인정하는 우등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황양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명확해 과목별로 눈에 띄게 잘하는 애가 한두 명씩 꼭 있다”며 “나도 수학·과학은 좋아하지만 암기과목은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엄마 김지원(46·서울 송파구)씨도 “과목별 편차가 있어 민영이가 전교 1등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초·중 시절 학업과 관련된 탐구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걸 보면 그저 겸손의 표현처럼 들린다.

 엄마 김씨는 황양이 호기심 많고 발명을 좋아해 일찌감치 영재고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황양은 초등 6학년 때 오빠가 과학고에 입학하면서 과학고를 꿈꿨다. 영재고로 목표를 바꾼 건 중1 때다. 수학·과학 과목에 비해 사회 등 다른 과목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수학·과학에 집중하는 학교로 진학하기로 한 거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 판단에 스스로 만족한다.

 황양은 “시험 문제가 다 서술형인 데다 답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학습 분위기가 좋다”며 “전국학생대회나 수학과학논술대회 등 여러 대회에 전교생이 도전할 기회가 많아 생각하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양은 직접 뭔가 실험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 중학교 때부터 수학·과학 관련 대회에 열심히 참여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발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발명장학생으로 선발돼 2박 3일간 일본의 창의력 캠프에 다녀오기도 했다. 황양은 졸업 전까지 특허를 내는 등 관심 분야를 자유롭게 공부하고 실험하겠다는 계획이다.

 황양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수학·과학 이외에도 관심분야가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초등 2학년부터 계속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초등 2학년부터 학교 오케스트라를 했고 고교 진학 후인 올해도 학교 오케스트라 1학년부 악장을 맡았다. 악장은 자기가 연주하는 악기뿐 아니라 다른 악기를 모두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악기 전반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맡을 수 있는 자리다.

 또 여느 10대 소녀와 마찬가지로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다른 점은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쓴다는 점이다. 유기농 스킨이나 립밤을 만들어 엄마와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엄마 김씨는 “중학교 때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용 초콜릿을 밤새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친구와의 대화 공부법

황민영양(맨 위)은 매일 그 날 공부한 내용을 스프링 노트에 반복해서 정리한 후 정리가 가장 잘 된 장만 찢어 스크랩한다. 황양 책상 위엔 과목별 스크랩 파일과 수학문제 풀 때 활용하는 스톱워치, 독서대 등 꼭 필요한 것만 올라와 있다
황양은 서울 잠동초와 잠실중을 졸업했다. 이때부터 각종 발명교실과 창의력대회에 단골로 참가할 정도로 과학을 좋아했다. 황양은 “좋아서 참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경험이 영재고 입학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며 “대회 주제나 문제가 영재고 입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1 때부터 2년간 강동교육청 발명교실에서 기초반과 심화반, 특화반을 모두 이수했다. 영재고엔 워낙 뛰어난 학생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실험을 꾸준히 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지한 덕분에 중2 때 ‘편리한 봉지 내장형 밀가루 체’를 발명해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발명품은 현재 실용신안 등록 출원 중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실험과 발명에 열중하지만 혼자 실험도구에만 파묻혀 사는 외곬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공부법에도 이런 성격이 드러난다.

 황양은 대화하면서 공부한다. 예컨대 수업을 들으면 곧바로 친구와 그 수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궁금한 걸 묻거나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친구에게 설명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날 수업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황양은 “중학교 때도 이런 방식으로 공부했다”며 “서로 편하게 대화 하듯이 설명해주거나 설명을 들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수학·과학 관련 교양서적을 많이 읽는 것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황양은 “수학·과학 잡지를 통해 관련 분야 트렌드를 익히고 다양한 교양서로 기초 지식과 관련 인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다 보니 자연스레 학업이 연결되더라”고 했다.

 사실 이런 공부법은 엄마의 영향이 컸다. 엄마 김씨는 남매와 대화하기 위해 애들이 배우고 있는 단원이나 읽는 책을 같이 들여다본다. 1년 영어 연수를 통해 쌓은 영어 실력을 계속 유지시키주려고 원서도 같이 본다. 김씨는 일찌감치 『The Giver』를 읽혔는데, 이 책은 현재 대전과고 1학년 영어 보충 교재이기도 하다.

 황양만의 독특한 공부법도 있는데, 여기엔 한 장씩 찢어내기 쉬운 스프링 노트가 필요하다. 그날 배운 내용을 여러 번 손으로 직접 정리하며 적는 거다. 완벽히 이해가 되면 가장 잘 정리한 장만 뜯어 스크랩한다. 또 친구와의 대화 중 인상적인 내용은 포스트잇에 써 노트에 붙여둔다. 고민한 흔적을 남기는 황양만의 마무리 학습인 셈이다. 황양은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풀이법을 고민하다보면 창의력도 자라나는 것 같다”며 “수많은 창의력 대회가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태도와 능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양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업태도다. “수업시간 집중하는 건 기본예의일 뿐더러 학습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 김씨는 “심화 학습을 이미 해놓은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소홀하기 쉽다”며 “하지만 민영이는 중학교 때부터 일부러 학습 부장을 맡아 수업 전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거나 프린트물을 챙기며 수업을 미리 준비하고 수업 중에도 적극적으로 필기하고 질문했다”고 했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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