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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교회 강연 43분 방송 뒤 "청문회 열자" 확산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지 22일로 13일째다. 극심한 혼선이 빚어진 2주였다. 언론의 머리와 꼬리를 잘라낸 ‘거두절미(去頭截尾)’식 보도가 여론 악화를 부르고, 여기에 여당 인사들까지 우왕좌왕하면서 문 후보자의 거취는 안갯속에 놓였다. 그러나 최초 논란을 부른 대목, 즉 문 후보자가 친일사관을 가졌는지 여부를 인사청문회에서 차분히 가려보자는 목소리가 ‘묻지 마 낙마 요구’에 묻혀 있다가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앞두고 조금씩 커지고 있다.

 혼선은 총리 지명 다음 날인 지난 11일 오후 9시 KBS ‘뉴스 9’의 보도에서부터 시작됐다. KBS는 문 후보자가 2011년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한 내용의 일부만 발췌해 “교회 장로인 문창극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강연에선 친일파 윤치호를 높이 평가합니다”라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문 후보자를 친일 인사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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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보도 이후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12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박광온 대변인)며 공세에 나섰다. 김상민 의원 등 새누리당 초선 의원 6명(이후 1명 철회)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역사관·민족관”이라며 사퇴 압박에 동참했다.

 반면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체 맥락도 살피지 않고 일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잘못”(윤상현 사무총장)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문 후보자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는 분명히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다.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대응을 시작했다. 하지만 7·14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권 주자이자 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여권 기류가 급변했다.

 KBS와 일부 언론들은 과거 칼럼과 서울대 강연 등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문 후보자의 발언을 계속 일부만 잘라 소개하며 “문창극, ‘일, 위안부 문제 사과 필요없다’ 파문”이란 식의 ‘거두절미’식 보도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안팎까지 나왔다. 그러자 청와대도 당초 16일 제출하려던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를 17일로 연기한 뒤 18일에는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귀국(21일) 후 검토하겠다”고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자진 사퇴하라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대통령이 돌아오실 때까지 저도 차분히 제 일(청문회)을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후보자는 19일부터 출·퇴근길에 안중근 의사와 독도와 관련한 과거 자신의 칼럼을 소개하며 “왜 저보고 친일, 반민족이라 하는지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며 적극 해명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문 후보자의 과거 교회 강연과 칼럼 전문을 보거나 들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등 각계 원로와 지식인들은 “언론이 편파보도를 해서 조작된 여론을 빙자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MBC는 20일 문 후보자 관련 긴급 대담을 편성해 문제의 교회 강연(70분 중 43분 분량)을 공개했다. 대담에서 손석춘(전 한겨레신문 기자) 건국대 교수가 “공영방송 MBC가 저런 동영상을 저렇게 오래 틀어도 좋은지 모르겠다”고 하자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KBS는 앞뒤 자르고 트는 건 괜찮고, MBC가 전체를 트는 것은 안 되느냐”고 반박해 논쟁도 벌어졌다. 방송 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동안 욕 엄청 많이 했는데 미안합니다”(shin****)라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TV조선 김명우 앵커는 22일 문 후보자 관련 대담을 진행하다 “과연 KBS 보도가 언론 검증으로서의 역할을 했는가에 의문이 든다. 저도 (동영상 전체를 안 보고) 그 보도를 인용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열흘 가까이 문 후보자 비판 기사가 거의 모든 언론에서 쏟아진 만큼 전체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인터넷 각종 게시판엔 20일 이후 점차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댓글이 늘고 있다.

허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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