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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기자의 발로 뛰는 브라질] '메시교 집회' 아르헨 응원

리오넬 메시가 22일 이란전 결승골을 넣은 뒤 오른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킨 채 왼손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다. 이는 두 살배기 아들 티아고를 위한 세리머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루오리존치 AP=뉴시스]
낙천적인 남미 팬들은 별났다.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 22일 아르헨티나-이란전을 앞두고, 경기장으로 가는 팬을 사전 취재했다. 세바스티안(36)과 산티아고(27) 형제는 “함께 응원이나 하자”며 기자의 머리에 아르헨티나 유니폼 색깔인 하늘색-흰색 줄무늬 가발을 덜컥 씌웠다.

 남미와 북중미 팬들은 며칠간 자동차를 타고 달려와 열정적으로 자국 팀을 응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냥에서는 스페인전에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칠레 팬들이 보안을 뚫고 경기장에 무단 입장하려다 진압당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아빠가 집에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해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입장할 때 아르헨티나 팬들이 불러준 노래 가사다. 축구와 잘 연결되지 않는 가사지만 “팬들이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든든히 지켜주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됐다.

 힘차게 노래 부르던 아르헨티나 팬들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들었다. 이란은 후반전 45분까지도 무실점으로 아르헨티나의 예봉을 막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서 축구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61) 이란 감독의 얼굴은 밝아지고, 아르헨티나 팬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팬들은 응원을 멈추고, 팔짱을 끼고, 알레한드로 사베야(60) 감독의 전략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나누며 경기를 지켜봤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4000만 명이 모두 축구 감독”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질 때 지더라도 90분 동안은 죽어라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아르헨티나 응원단이 실망을 넘어서 분노하기 시작하던 후반 46분 메시의 발끝이 번득였다. 왼발 인프런트킥으로 감아찬 브라주카는 우아한 커브를 그리며 이란 골문 구석에 박혔다.

 폭발 직전의 분노는 탄성과 환희로 바뀌었다. “나와 함께 가자, 친구여! 메시의 손을 잡으면 우리가 이긴다”는 내용의 응원가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이어졌다. 서포터석에서 시작된 노래는 경기장 전체 아르헨티나 팬들의 합창으로 번졌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메시의 이름을 연호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손을 들어올리는 모습은 ‘메시교’ 신도 집단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사베야 감독도 “골키퍼가 두 명이라도 못 막을 슛”이라며 메시를 ‘경배’했다. 메시는 “우리가 90분 동안 골을 넣지 못할 때 팬들이 실망한 표정을 봤다. 내가 골을 넣었을 때 팬들이 환호하는 모습에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2승을 거둔 F조의 아르헨티나는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김민규 기자
벨루오리존치=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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