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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해임 건의 받은 공공기관장 … "괘씸죄 때문" 반발

공공기관 평가에서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기관장이 평가 주체인 기획재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기준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는 “외부 평가위원들이 공정한 기준에 따라 매긴 등급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 개혁에 차질을 줄까 난감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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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민(59)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은 22일 “기재부가 지난해 이의제기 전력을 문제 삼아 ‘괘씸죄’를 준 것 같다”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감사원 감사청구와 대통령 탄원서를 제출했고, 앞으로 행정소송과 형사고발까지 해서 명예를 찾겠다”고 말했다. 해임 건의된 공공기관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남궁 원장은 옛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우정사업본부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지금까지 해임 건의된 기관장은 해임되기 전 스스로 먼저 사표를 낸 뒤 퇴직했다.

 남궁 원장은 산업기술시험원이 2013년 경영평가에서 전년도에 이어 또다시 D등급을 받으면서 해임 건의 대상이 됐다. ‘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이면 기관장을 해임 건의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 운영법의 조항을 적용해서다. 논란이 된 것은 기재부가 D등급 근거로 내놓은 비정규직 생산성 문제다. 기재부는 “비정규직을 급격히 늘려 생산성을 떨어뜨려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실제 시험원의 2013년 비정규직(383명)은 3년 전인 2010년(210명)보다 배 가까이로 늘었다. 하지만 남궁 원장의 설명은 다르다. “업무가 많아져 정규직 정원 확대를 줄기차게 요청했는데도 기재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비정규직을 썼다”는 것이다. 실적 하락에 대해서도 “2년 연속 70억원대 흑자가 난 데다 빚이 없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해 6월 발표된 2012년 경영평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기재부는 올해처럼 비정규직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시험원에 D등급을 줬다. 이에 대해 남궁 원장은 “비정규직의 생산성을 숙련된 정규직과 동등 비교한 것은 잘못”이라며 등급 상향 조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공공기관도 모두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자 남궁 원장은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올해 1월 돌연 심판 청구를 철회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기술시험원이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재분류된 것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다시 한번 크게 엇갈린다. 남궁 원장은 “내가 이의제기를 철회하고 사표를 내는 조건으로 기재부와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협의해 바꿔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산업부는 “산업기술시험원의 재정자립도가 98%로 높아 민간기업과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재분류했다” 고 반박했다. 남궁 원장은 사표를 냈지만 후임 원장이 결정되지 않는 바람에 지금까지 5개월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 과실이 없는 남궁 원장이 해임 건의 대상이 된 것도 논란이다. 지금까지 해임 건의된 기관장은 대부분 사회적인 대형 사건·비리에 연관되거나 실적 악화가 심각한 경우였다. 이번 경영평가에서 또 다른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울산항만공사만 해도 세월호 사건 이후 민관 유착 여부를 놓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남궁 원장은 “비정규직 증가와 같은 이유로 해임 건의를 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해임 건의는 2년 연속 D등급과 같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하는 것이지, 기관장 잘못의 경중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방이 그동안 논란이 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데다 평가를 받는 기관이나 기관장의 이의제기 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엄격한 경영평가를 하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경영평가 신뢰도를 높이고, 공기업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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