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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들 정신질환 심각 … 손님은 왕? 앙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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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 경영의 시대다. 고객은 왕이고 서비스는 고객 만족이 우선이다. 이제는 고객만족을 넘어서는 고객감동·고객졸도 경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고객만족 서비스의 이면은 어둡고 처절하다. 고객을 대하는 일선 근무자는 무리한 요구도 수용해야 하고 잘못이 없어도 사과를 한다. 반말과 욕설과·폭언을 듣는 것은 기본이다. 행동은 항상 감시 당하고, 고객 불만이 제기되면 불이익을 받는다. 급기야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피에로처럼 항상 웃어야 한다.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한 대기업 임원이 항공기에서 ‘라면을 끓여주지 않는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일명 ‘라면 사건’은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백화점 고객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은정(29)씨는 물건을 교환해 주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고객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 매일 무리한 요구에도 감정을 억누르며 참았다. 김씨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느꼈고 상태가 심각해지자 직장을 그만뒀다. 그후 대인기피증이 생겨 집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의류매장 판매직 10년차인 이선영(36)씨는 최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손님이 항의를 하면 힘이 빠지고 초조해진다”며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는 것이 일상이 됐다.

국내 감정노동자 552만 명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앨리 러셀 혹쉴드 교수가 그의 저서 ‘관리된 심장-감정의 상품화’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시초다.

 감정노동자는 감정노동이 직무의 40% 이상 노출된 근로자를 의미한다. 각종 서비스·판매업 종사자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감정노동은 한마디로 미소와 감정을 생산물화 하는 것”이라며 “서비스가 강조되면서 이들에게 강한 감정의 부하가 걸린다”고 말했다.

 국내 감정노동자 규모는 얼마나 될까.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국내 전체 취업자 2500만 명 중 약 552만 명이 감정노동자로 추정된다. 5명 중 1명 이상 감정노동자인 셈이다. 이중 자영업자를 제외한 감정노동 근로자는 400만명 수준이다. 특히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 감정노동에 노출된 근로자는 258만명, 근무시간 내내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도 약 110만명에 달한다.

고객에게 불만 표시하면 불이익

감정노동자의 가장 큰 문제는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2268명을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조사(2013)’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고객으로부터 ▶인격무시(87.7%) ▶욕설 등 폭언(81.4%) ▶무리한 요구(80.8%) ▶신체적 위협(43.3%) ▶성희롱 및 신체접촉(29.9%) ▶폭행(11.6%)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들은 월 평균 1.3회 폭행을 당하고, 7.3회 욕설 등 폭언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을 피할 수 있다’는 응답은 10.7%에 불과했다. ‘피해 사실을 상급자나 보안요원에게 알릴 수 있다’는 응답도 37.5%에 그쳤다. 회사가 고객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은 3.4%에 불과했다. 회사측은 ‘그냥 참으라’(32.4%)고 하거나 ‘무조건 사과하라’(19.3%)고 했다. 3.2%의 응답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이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서비스에 불만을 터뜨렸을 때 이들은 ▶회의 때 공개망신(23.1%) ▶인사고과 불이익(21.6%) ▶반성문 등 벌칙(20.9%) ▶성과급 불이익(20.7%)을 당했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정혜선 교수는 “감정노동자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들은 사회적으로도 억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감정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가 24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조사(2014)’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장시간 고객응대로 허리·목 통증(54.7%)·두통(41.3%)·관절염(33.3%)·위장장애(27.5%)·불면증(23.7%)·하지정맥류(23.4%)·알레르기(22.1%)를 겪는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더 심했다. 우울감이 있다는 응답자는 58.3%였다. 우울 정도에 따라 약한 우울 32.7%, 중간 우울 15.2%, 약간 심한 우울 7.1%, 심한 우울 3.2% 순이었다. 이는 일반 국민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응답자의 7.5%는 자살을 생각해봤고, 0.5%는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전체 응답자의 18.1%를 차지했다. 정 교수는 “고객 응대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가고, 우울이 심하면 자살이나 심혈관계질환 발병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손님이 왕’ 이라는 인식 바뀌어야

감정노동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소비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종민 교수는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해 고객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요구도 당연시된다”며 “이제는 건강한 소비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특히 “따지고 민원 제기하는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일부 있다”며 “당시에는 만족할 수 있으나 이런 행동이 습관화하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지만, 지나치면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 교수는 “▶종업원의 복종을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소홀한 대접을 받는 것 같으면 화부터 나는 경우 ▶항의에 원했던 보상이 없으면 무시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한번 문제를 제기하면 끝까지 가는 등의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소비 패턴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글=류장훈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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