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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논쟁 군복무 학점인정제 도입 필요한가


국방부가 군 복무를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이르면 2017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에 재학하다 입대한 현역병 또는 사회복무요원이 병역 의무를 마치면 최대 9학점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온라인 수강으로 9학점을 더 취득하면 한 학기 정도를 단축해 취업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러한 방안을 놓고 “1999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군 가산점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보상 제도”라는 긍정적 평가와 “장애인과 여성,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병사 등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군 복무를 대학교육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본질적 시각 차이도 도사리고 있다. 찬반 양쪽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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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희생, 보상 필요하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
6·25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대한민국. 우리 장병들은 오늘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전후방 각지에서 고된 훈련, 칼날 같은 추위, 혹독한 무더위를 이겨내며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징병제를 당연한 의무로만 받아들이고 보상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이 현실이다. 1961년부터 도입되었던 군 가산점제도가 여성계의 반대 속에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39년 만에 폐지된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대체할 아무런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장병들이 신성한 국방의무 이행에 대해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군복무는 손해 보는 시간이라는 피해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

 헌법 제39조 2항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군 복무로 인한 학업 중단, 사회 진출 지연, 경제활동 중단 등의 희생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법적 근거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방부는 군 경험을 학점 또는 사회경력으로 인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병사 45만2500명 중 대학에 다니다 입대한 이들은 38만4700명으로 약 85% 정도다. 이들에게 각 대학들이 봉사활동 등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군 복무 중 수행하는 교육훈련 및 병영생활을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6만7800여 명의 고졸 출신 장병들에게는 학점은행제에 적립해 추후 대학진학이나 평생교육 시에 활용하도록 하고자 한다.

 이에 여성계는 즉각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군 가산점제와 같은 맥락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방안은 여성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의 우선적 특혜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다. 적어도 이로 인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대상이 없다. 또한 시험에 응시하는 일부 장병들에게만 적용되는 인센티브 개념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기존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인식하는 여성계의 반응은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여성이 사회진출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받았던 사회 분위기는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여교사 비율은 68.5%에 달하고, 판검사 임용자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이제는 여성계도 해묵은 논쟁에서 탈피해 내 아들, 우리 오빠, 내 남편이 될 사람이라는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군 복무로 인해 2~3년씩 학업이 중단되고 취업 기회를 상실하는 불이익을 보상하고, 제대 후에는 사회로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다. 이로써 장병들로부터 군 복무에 대한 보람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시민들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명동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박수 받을 수 있는 군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오랜 희망이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인생에서 군 복무기간을 매우 귀중하게 보고 5개월 복무당 3학점을 주거나 6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2011년 9월 기준으로 미국 전역 2300개 대학(대학원)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국방부가 총론적 수준의 검토 단계인 정책을 불쑥 내놓아 오해와 논란을 유발한 점이다. 앞으로 국방부는 각계의 찬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와 협조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조속히 마련할 책임이 있다.

 38년간 군에 몸담아 오면서 병역 의무 이행자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실히 느껴왔고,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관련 법안들을 발의해왔다. 대표적으로 병역의무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산입시키고, 군 복무 기간을 회사 경력에 반영하며, 장병 1인당 연 150만원을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법안 등이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다양한 방안들도 함께 논의돼 보편적이고 정당한 보상책 마련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

형평성·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국방부의 군 복무 학점인정제 추진은 군 가산점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해 군 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 국민이 그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상하겠다는 뜻에는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군 복무 학점인정제가 과연 적절하고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본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여성과 장애인 등 아예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차치하고라도 군에 복무한 사병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에 다니지 않거나 제대 후에도 대학에 다닐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학점 인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대학 졸업 후 입대한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없는 제도다. 국방부는 병사의 85%가 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나머지 15%는 어쩌란 말인가. 6만8000여 명의 장정이 똑같이 군 복무를 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학점인정제는 대학에 다니다 군에 온 청년들만 혜택을 받게 되는 학력 차별적 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군 복무를 대학교육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국방부는 군 제대자 전체에게 대학의 교양과목이나 일반 선택과목에서 9학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군사훈련과 대학교육을 동일시하는 군사주의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훈련은 대학교육과 동일하지 않거니와 대학교육을 군사훈련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또한 대학은 학점이나 따고 나오는 스펙 학원이 아니다. 교련과목을 두고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던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군 복무를 학점으로 인정해준 적이 없다.

 셋째, 실효성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군 복무 학점인정제 채택 여부를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대학들은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권과 학점의 가치를 무색하게 하고 교육과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군 복무를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학에 다니는 군 제대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대학에 재학 중인 군 제대자들 사이에서도 불공평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다.

 정부가 대학에 제도 도입을 강제하는 것 역시 조심스럽다. 국방부는 대학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제도화·법제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손쉽게 생색을 낼 수 있는 보상방안을 찾기보다 국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정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국방부는 군 복무 사병들에 대한 보상방안 마련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미 위헌 판결이 내려진 군 가산점제를 재도입하려는 데만 골몰해 사회적 갈등만 일으켰다.

 군 제대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보상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점을 찾고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제대 지원금 지급, 군 복무기간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산입, 군 복무기간만큼의 호봉 인정 및 정년 연장 등 합리적인 보상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결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군 제대자에 대해 봉급과는 별도의 ‘희망준비금’ 지급을 공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재정 투입이 어렵다며 사병들의 봉급 일부를 따로 떼어내 적립했다가 전역 시에 일괄 지급하겠다는 꼼수를 부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군 복무 학점인정제도는 국방부가 따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보상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급조한 궁여지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근본이다. 정부는 군 복무 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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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