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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관피아 면죄부 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허무 개그 아닌가요? 해임 대상이지만 해임하지 않겠다니 말이죠.”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접한 한 대형 공기업 직원의 반응이다. 기재부는 이날 낙제점(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14개 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중 2명만을 해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2명은 임명된 지 6개월 미만(지난해 12월 기준)이라는 이유로 퇴출 대상에서 뺐다. 재임 기간이 짧아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바꿔 말하면 이번 평가는 사실상 지난해 현직 기관장보다 더 많은 기간 경영을 책임진 전직 기관장에게 매긴 점수라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아무리 그만뒀더라도 전직 기관장에게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공기관 운영법상 전직 기관장은 지난해 1년간 자신이 근무한 기간만큼의 성과급을 못 받을 뿐 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임 공기업 CEO는 “자기 자신의 명예 때문이면 모를까 민간 기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성과급을 못 받을까 봐 걱정하는 기관장은 별로 못 본 듯하다”고 말했다. ‘뒷북 평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경영 부실에 대해 전·현직 CEO 모두가 사실상 면죄부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고착화된 데에는 오랫동안 기관장을 독점한 관피아(관료 마피아) 폐해가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지적한다. 보통 전·현직 기관장들이 관료 선·후배 출신이다 보니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가 크게 가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한 산물이라는 얘기다. 실제 이번에 해임 건의에서 제외된 12곳의 기관은 전·현직 기관장 14명(전직 8명, 현직 6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E등급을 받은 전직 기관장 중 한 명은 퇴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직유관단체인 민간협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확고하다면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미 공직을 떠난 퇴직 관피아들이 신상필벌이 불분명한 현 경영평가의 빈 틈을 파고들고 있어서다. 이들은 경영평가 점수가 나쁘게 나와도 별다른 불이익 없이 공공기관과 협회에 몇 차례씩 재취업하고 있다. 전직 기관장의 경우 경영점수가 나쁘게 나오면 공직유관단체에 재취업 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현직 기관장에 대해서는 재임 6개월이 안 됐더라도 경영 성과가 나쁘면 곧바로 해임 건의를 하는 것이 경영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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