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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무거운 명품 여행가방, 실용성은 떨어져도 폼 잡으려고 들고가지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구찌,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고야드 등은 모두 여행 용구에서 시작해 오늘날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이들 브랜드는 당시 유럽 귀족 등 상류 계층이 쓰는 여행용 가방 등을 만들던 소규모 공방에 불과했다. 상품 제작 노하우가 뛰어난 몇몇 공방이 왕족·귀족으로부터 ‘공식 여행용구 업체’ 같은 인증을 받은 게 브랜드 성장의 토대가 됐다.

명품 산업의 뿌리가 된 여행 용구업계 공방에서 만들던 제품은 큼지막한 여행 가방에 그치지 않았다. 귀족 부인의 화장대를 통째로 옮길 수 있게 만든 것, 옷장과 옷걸이를 담아 이사라도 갈 수 있게 만든 수납함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한가로운 오후의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담은 수납함, 손님을 초대한 성찬(盛餐) 정도는 뚝딱 차릴 만한 주방용품 수납함 등 품목엔 제한이 없었다. 오히려 전통적인 개념에서 당시의 명품 브랜드는 맞춤 제작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여행 스타일에 맞춰 어떤 제품이든 생산해 낼 수 있었다.

이런 전통에 걸맞게 이들 브랜드는 여전히 여행 용구를 주요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해마다 철마다 새 상품을 내거나 주력 상품으로 밀진 않아도 브랜드 DNA가 새겨진 품목이라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의 왕가에서 현대의 상류층으로 명품 고객이 바뀌었어도 여행 용구 제작 기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기본은 튼튼한 뼈대다. 휘거나 뒤틀려서 용구 안에 실은 물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나무로 뼈대를 만들었다. 뼈대 위는 최고급 천이나 가죽으로 마감했다. 장인의 손길로 멋지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이런 여행 가방에도 단점이 있다. 전통 방식대로 만들어 꽤 무겁다는 점이다. 대개 여행자들이 많이 쓰는 비행기 기내용 가방(길이 55㎝ x 높이 40㎝ x 폭 20㎝) 무게가 5~6㎏이다. 강화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보통 여행 가방은 3㎏ 정도다. 대한항공 규정에 따르면 일반석 여행자가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화물은 무게 12㎏까지다. 명품 가방 들고 여행 가려면 가방 무게만으로 허용량의 절반을 이미 차지하고 시작하는 셈이다.

실용성과 거리 멀어 보이는 이런 여행 용구는 이따금 과시욕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된다. 이런 비난에도 한 지인은 휴가 때 해외 여행가는 이유로 ‘평소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명품 여행 용구 뽐내기’를 주저 없이 꼽는다. 그의 명품 가방을 위한 변명은 이렇다. “휴가·여행은 현실과 철저하게 달라야 해. 어차피 현실로 돌아올 걸 알고 떠나는 거니까. 허영이라도 휴가에 잔뜩 들고 갔다가 거기서 다 쓰고 놓고 오면 되지 뭐.’

허영이든 실용이든 즐거운, 휴가철이 오고 있다.

강승민 기자

다음주 수요일(25일) 오후 6시5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바캉스 대비 건강미인 되는 법’ 편이다. MC 박지윤과 오미연·김효진·이지연 3인의 살림꾼이 주부 100명이 꼽은 건강 미인이 되는 관리법 1~5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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