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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노 담화 검증 20일 발표" 한국 "외교 않겠다는 거냐"

일본 정부에 의해 추진된 ‘고노 담화 검증’의 결과가 오는 20일 발표된다.

 일본 정부는 5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팀의 팀장 격인 다다키 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을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검증 결과를 공개토록 할 예정이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 언론들은 “검증팀이 1993년 8월 고노 담화 발표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부 당국자가 물밑 논의를 거쳐 문구를 조율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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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위안부 모집을 했다’는 담화 문구의 경우 당초 일본이 작성한 초안에는 ‘군의 의향을 받은 자’로 돼 있었는데 한국 측이 ‘군의 지시’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절충 끝에 ‘요청’이 됐다는 식이다. 검증 보고서는 또 “(한국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법적인 문제는 다 해결됐음에도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의 정신에 입각해 아시아여성기금 설립 등 인도적 노력을 하긴 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한국도 국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리하고 설득하는 데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걸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한·일 공동 책임론’을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검증은 담화의 내용이 아닌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검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고 당시 관방장관의 참고인 증언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차원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외교 당국의 부분적인 협의 내용까지 일방적으로 공개할 경우 “외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될 것”(한국 정부 관계자)이란 게 공통된 지적이다. 먼저 한·일 모두 외교기록 문서는 원칙적으로 30년 이상 지난 후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일종의 ‘규칙’이다. 당사자들이 아직 현직에 있을 공산이 있고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은 76년부터 이 규칙을 지켜왔다.

 이번 담화 검증의 경우 당시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건 아니지만 담화 발표를 둘러싸고 오간 협상이나 대화를 사실상 대외에 공개하는 것이란 점에서 외교의 기본 룰을 파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고노 담화는 93년 8월 발표돼 아직 21년도 채 안 됐다.

 한 외교 관계자는 “20일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사실상 ‘이제 한국과는 외교를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논리는 96년 일본과 미국이 합의한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과 관련한 협상 내용도 야당이 요구하면 검증팀을 꾸려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그 경우 미국이 가만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우익들의 입맛대로 왜곡될 소지가 크다.

 검증작업 자체가 ‘일본 측 버전’의 기억을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고노 담화 발표 당시 주일대사관의 담당 외교관이었던 조세영(전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 동서대 특임교수는 17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 외교부는 ‘일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발표하는 게 맞다. (한국은) 문안 조정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문서 지령을 내렸을 정도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고위 인사는 ‘나중에 한국에 책임을 전가할 생각은 없다’며 ‘상담’에 응할 것을 먼저 요청해 왔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고노 담화는 일본의 자체적 조사와 판단을 기초로 일본 입장을 담아 발표한 문건으로 공동성명, 합의문서와는 다르다”며 “타국과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한 문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쾌감도 표시했다. 외교부는 지난 15일에도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훼손하는 결과를 발표할 경우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역사적 진실과 책임에 대한 국내외의 권위 있는 입장과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가 일본 정부에 의해 자행된 반인도범죄라는 사실은 유엔 등이 이미 인정한 바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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