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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오르면 국민은 좋다" … 최경환 입에 쏠린 눈

이번 주 들어 외환시장의 눈과 귀는 온통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입을 향해 있다. 혹시라도 원화가치나 환율과 관련된 발언이 추가로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난 13일 부총리로 내정된 뒤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과거 환율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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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내정자는 “과거 환율정책이 지금 와서는 국민행복과 동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고환율에 따른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서 일자리를 만들어왔고, 국민도 이를 알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했다. 그런데 이제는 기업들 해외 아웃소싱이 늘면서 그 효과가 잘 안 나는 듯하다. 오히려 국민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오르면 구매력이 좋아져 소득이 오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즉각 국내외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원화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흐름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어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재부 간부들도 한동안 어리둥절해했다. 그가 서울 서초동 집 앞 호프집에서 얘기한 시간이 국내 외환시장이 끝난 뒤라 즉각적인 파장은 없었지만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간부들은 지난 주말 청문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 내정자에게 발언의 진의를 물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원론적 언급일 뿐이지, 요즘처럼 급속도로 원화가치가 오르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부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시장이 요동치면 지금처럼 시장 개입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화가치는 ‘양날의 칼’이어서 단기간에 너무 올라도, 너무 내려가도 부작용이 나타난다. 정책당국자가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로 굳어져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 내정자의 원론적 인식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과거처럼 고환율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면서까지 수출을 지원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2008~2009년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썼을 때도 확인됐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원저(低)’를 유지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했고 오히려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국민의 소비에 부담을 줬다. 국민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유학이나 해외여행도 크게 위축됐다.

 ‘원고(高)는 무조건 불리하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원화값이 오르면 국민의 실질구매력이 증가해 여유로운 소비에 도움이 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돼 있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과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내수 소비에 도움이 되는 원화가치 상승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최 내정자가 국민행복을 강조하면서 원저에 바탕을 뒀던 기존 외환정책의 한계를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로는 어느 정도의 원화가치 상승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수출 호조세로 달러가 넘쳐 들어오면서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늘어나 이제는 4000억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원고는 국내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기업 생산제품의 80%가 수출되는데, 원화가 너무 강세를 보이면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력 수출기업의 경우 1차와 2차를 포함해 많게는 3000개 안팎의 중소 납품업체를 먹여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면 이들 납품업체의 고용과 임금이 줄어 국가경제 전체로는 실질구매력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수출이 언제까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미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는 지난해 1.4% 올랐지만, 엔화가치는 17.9% 내렸다. 수출 경쟁력도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언제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며 “부총리 내정자의 원론적인 언급을 일반론으로 확대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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