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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⑤ 학생들이 보면 좋을 역사책 6권


단재 신채호(1880~1936)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시우스는 ‘역사란 전례가 가르치는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현장 아우슈비츠엔 ‘잊혀진 역사는 반복된다’는 가슴 서늘한 문구가 쓰여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내일을 살아갈 교훈을 준다. 특히 이번 달은 역사 공부하기 좋은 달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달이자 현충일이 있으니 말이다. 역사관련 책을 읽으며 무심코 흘려보냈던 기념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정비해보자.

● 역사e 1, 2권
(EBS·국사편찬위원회, 북하우스, 권당 1만4800원)

EBS에서 방영하는 5분짜리 역사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겼다. 짤막한 글과 강렬한 사진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방송 프로그램이 호평 받았던 만큼 책도 깔끔하고 재미있다. 단원별로 각기 다른 인물과 사건을 소개하고 있어 관심 부분만 찾아 읽기도 좋다.

 내용은 짧지만 울림은 상당하다. 임진왜란을 소개한 부분에서는 일본 장수 사야가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뤘다. 사야가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편에서 일본에 대항한 인물이다. 왜군이 죄없는 조선 부녀자와 노인을 학살하는 모습, 전쟁 중에도 늙은 부모를 등에 업고 도망치는 조선인의 모습에 감명 받아 500명의 휘하를 이끌고 조선에 투항했다. 사야가는 우리 입장에선 의인이다. 하지만 일본 시각에선 천하의 매국노다. 같은 인물, 같은 사건도 관점이 바뀌면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통번역가에 해당하는 ‘역관’을 조망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도 중국과의 외교를 담당한 전문 역관 양성에 힘을 쏟았다. 역관이 될 인재를 모아놓고 ‘중국 말만 사용토록 하고 이를 어긴 생도에게는 매질하라’는 명을 내릴 정도였다. 이런 혹독한 시스템 속에서 길러진 전문 역관은 외교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청나라와 국토 분쟁에서 승리해 ‘백두산 정계비’를 세우기도 하고 대립하는 중국과 여진 사이에서 중개무역을 벌여 엄청난 이익을 남기기도 한다. 총칼 없이 세치 혀로 국익을 이뤄낸 것이다.

 기존의 역사 상식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는 참신한 예화가 풍부하게 녹아있어 지루하지 않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도 역사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듯하다.

● 당신이 알아야 할 한국사 10
(서경덕과 한국사 분야별 전문가, 엔트리, 1만6000원)

“이거 뭐하러 배워요?” 역사 시간에 학생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란다. 이 책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역사적 지식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 등을 짚어준다. 러일전쟁·샌프란시스코조약·포츠담선언을 줄줄 외우는 건 의미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 도발하는 독도 분쟁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찾기 위해서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의 억지를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실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독도 분쟁, 위안부 문제, 동북공정, 야스쿠니 신사참배, 약탈 문화재 반환 등 청소년이 관심을 가질 법한 역사적 주제를 모았다. 과거 일이지만, 오늘의 신문 지상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역사인 동시에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외교적 현안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역사를 배우는 일이 단지 과거 사실을 익히는 것뿐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역사를 외교적인 관점으로, 그리고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키워드로 해석한 게 장점이다. 다만 ‘우리의 시각’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위안부가 얼마나 반 인륜적인 전쟁 범죄였는지만 강조했지, 일본 정부가 왜 이 문제를 외면하고 보상하려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대와 싸워 이기기 위한 전략적인 역사 학습이라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으로는 ‘나’를 아는 정도에 그친다.

● 한국사를 뒤흔든 열명의 학자
(류화선, 한림출판사, 1만2800원)

역사 수업이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이 아닌 사건을 배우기 때문 아닐까. 대동여지도 편찬이라는 사실을 외울 게 아니라 김정호의 일생을 배운다면 역사가 훨씬 풍성하고 재미있을 텐데. 이 책은 혜초를 통해 신라와 당나라를, 김부식을 통해 고려와 송나라를 알게 해준다. 책에 실린 10명의 위인이 당대의 뛰어난 학자인만큼, 시대별로 주목받았던 인재상과 인재 등용 과정까지 엿볼 수 있다. 또 각각의 인물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은 단원 말미에 따로 정리해 역사 지식을 정리할 수 있게 구성했다.

초등생 독자를 염두에 둔 책이라 글자 크기가 크고 일러스트를 곳곳에 배치해 지루하지 않다. 일러스트는 역사책답게 붓과 먹으로 그린 듯 차분하고 잔잔하다.

 아이 혼자 충분히 읽을 수 있지만, 부모가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다. 가령 신라의 천재 학자 최치원에 대한 부분을 함께 읽고,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신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신라 조정에서 몇번이나 ‘나라를 위해 일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거절한 최치원의 행동은 과연 옳은 일일까”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또 책에 실린 인물과 비견할만한 오늘날의 인물을 신문에서 찾아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 교과서가 쉬워지는 용어
한국사 1 고대(총 6권)

(투비한국사연구회, 아이세움, 9800원)

역사책에 등장하는 용어 중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는 말이 꽤 많다. 많은 학생들이 ‘선사시대’를 그저 ‘아주 오랜 옛날’ 정도로 알고 있다. 선사시대란 ‘역사를 기록하기 전’이라는 뜻이다. 문자가 없어 유물로만 당시 상황을 추리해야 하는 시대다. 시대를 구분할 때는 도구에 따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로 나눈다. 그럼 선사시대의 반대말은 뭘까. 역사시대다. 문자로 기록을 남긴 때부터 역사시대라 부르는 거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단어 의미를 일러스트로 풀어 이해를 돕는다. 용어 설명이 끝날 때마다 확인 문제를 통해 이해한 내용을 확실히 잡아준다.

 초등 저학년보다는 5~6학년 이상 고학년이나 중학생에게 추천하고 싶다. 지금껏 배운 개념을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학습지같은 문제풀이가 있지만 초등 저학년에게 문제풀이용으로 쓰는 건 말리고 싶다. 용어 설명같은 단편 지식을 문제까지 풀어가며 공부해야 한다면 역사 공부에 질리게 될 것 같아서다.

● 한국사 편지 생각책 1
(박은봉·생각샘, 책과함께어린이, 1만1000원)

어린이 역사책의 고전으로 불리는 『한국사 편지』를 읽고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 워크북. 꼭 『한국사 편지』가 아니라 다른 책으로 역사 공부를 한 학생이어도 이 워크북으로 여러 활동을 하며 생각을 넓힐 수 있다.

 생각책에 수록된 독후활동은 단편적 역사 지식을 외워서 답할 수 있는 단답형 퀴즈 풀이가 아니다.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오늘의 현실과 비교해보면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신라 시대의 불교’에 대한 내용을 보면, ‘왕은 불교를 받아들이려 하고, 귀족은 반대했다.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 불교를 위해 순교한 이차돈 이야기를 영화 시나리오로 작성하라는 활동을 제시한다. 영화 주인공을 이차돈으로 할지, 법흥왕이나 당대 귀족 중 한 명으로 정할지는 자유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역사적 사실을 자신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역사에 관심 많은 학생이라면 혼자 무난히 책에 주어진 활동을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좋은 활용법은 부모나 교사가 또래 아이들을 모아 놓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학습지로 인식하지 않게 융통성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역사를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즐길 교사와 학부모에게 권한다. 사진 등 시각 자료가 풍부해 어른들의 상식을 넓히기에도 좋다.

● 단숨에 정리되는 세계사 이야기
(정헌경, 좋은날들, 1만2800원)

역사를 공부할수록 사고력이 늘어난다고 한다. 역사란 하나의 사건이 수많은 인과관계로 엮여 있는 다층다면적 특징이 있어서다. 많이 알수록 사고력을 펼쳐나갈 여지도 많아진다. 한국사를 공부할 때 세계사를 함께 읽으면 좋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일본의 식민 지배는 제국주의라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일어났고, 한국의 국토 분단과 한국전쟁은 냉전 시대 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역사는 세계사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으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신뢰를 주는 이유는 전문 역사학자의 연구 선례를 충실히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한 사람이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세계사를 뒤집어본 책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아직 학습과 이를 통한 관점 정립이 덜 된 학생들에게 저자만의 ‘해석’을 앞세운 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굵직하고 의미있는 세계사 장면을 놓치지 않고 다루면서 다양한 학자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하지 않았다’거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라고 말하지 않았다’처럼 최근에 밝혀진 역사적 사실까지 반영했다.

 더 큰 미덕은 읽기 쉽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제1·2차 세계대전 등 복잡다단한 사건에 대해 서술하면서 청소년 시각에서 이해하기 쉬운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만 콕콕 짚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옆에서 누군가 ‘이 사건이 왜 일어났죠’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라고 말을 건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밝힌 부분이 무슨 말인지, 책을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리=박형수 기자
도움=심미향 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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