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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확인 하느냐 무시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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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 휴대폰으로 문자(SMS)하듯 대부분 카톡을 쓴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는데 카톡과 문자는 다르단다. 상대방이 내 문자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신 확인 기능 때문이다. 권력 관계에 따라, 또 친밀도에 따라 카톡을 편하게 주고 받는 대상이 확연히 갈린다. ‘카톡~’하고 울리는 이 푸시 알람에 고민이 시작된다. 확인할 것이냐, 무시할 것이냐.

오프라인 위계질서를 그대로 재현하는 카톡
카톡은 … “친밀감의 표현?vs “사생활 침범”


“웬만하면 다 카톡으로 하지. 남편, 애들, 친구들, 한마디로 휴대폰에 번호 저장된 사람들하고는 전부 카톡으로 한다고 보면 돼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여러 사람한테 한꺼번에 보낼 수도 있고, 또 휴대폰 문자와 달리 상대방이 봤는지 수신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 좋고. 요즘 우리 또래도 카톡 안 하면 미개인 취급받아요.” 자영업자 서주희(61·여)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카톡) 예찬론자다. 그는 무엇보다 카톡의 수신 확인 기능이 맘에 든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 후 곧장 답이 없으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데, 카톡은 보낸 메시지창 옆에 노란색 숫자 ‘1’이 지워지는 순간 상대가 읽었다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조바심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서씨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출판사에 다니는 오모(33·여) 과장은 바로 그 읽음 표시 기능 때문에 카톡이 불편하다. “휴대폰 문자는 때론 보고도 못봤다고 하거나,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 읽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카톡은 읽는 순간 상대에게 다 노출되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카톡인데, 누구는 편하다 하고 누구는 불편하단다. 왜 이처럼 반응이 엇갈리는 걸까. 이는 철저하게 오프라인의 위계질서를 재현하는 카톡의 특성 때문이다. 카톡의 사회학을 들여다봤다.


읽음 확인 기능은 오 과장을 그저 불편하게 할 뿐이지만 카톡이 아예 싫어질 때도 있다. 윗사람이 퇴근 후나 주말에 카톡을 통해 업무지시를 할 때다. 그는 “카톡만큼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여기는데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으면 회사가 내 사적 영역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너무 싫다”며 “게다가 읽음 확인 기능 때문에 보고도 못본 척 할수도 없으니 족쇄도 이런 족쇄가 따로 없다”고 불평했다.

사실 모든 ‘을’(乙)들은 카톡이 생겨나기 한참 전부터 이미 휴대폰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로밍이 값싸고 간편해지면서 해외로 휴가를 가더라도 꼼짝없이 상사 등 ‘갑’(甲)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왜 유독 카톡에 예민할 걸까. 이는 문자에 없는 두 가지 기능 때문이다.

하나가 카톡의 읽음 확인 기능이고, 또 다른 하나가 수시로 바꿀수 있는 프로필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권력 관계에 따라 호불호가 확연하게 나뉜다. 부모나 직장 상사처럼 위계질서의 상단에 있는 사람과 하단에 위치한 사람으로 말이다.

갑과 을이 있는 카톡

대학 평생교육원 강사인 신모(50·여)씨는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가 읽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땐 카톡을, 그럴 필요가 없을 땐 문자를 보낸다”며 “50대 후반인 남편은 선후배 등과 카톡방을 10개도 넘게 만들어 인맥관리를 하는데 휴대폰 문자로는 할 수없는 좋은 기능”이라고 말했다. 카톡이 세대나 지역 불문 여러 사람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데 좋은 매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뷰티업계에 종사하는 한모(31·남)씨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예 카톡을 안 쓴다. 대신 한국에선 덜 대중적인, 카톡과 유사한 라인을 쓴다. 상사가 카톡을 쓰고 라인을 안 쓰기 때문이다. 그는 “팀장은 팀원들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친해지고 싶어 자꾸 카톡을 보내는 것 같은데 직장 동료는 절대 가족이 아니다”라며 “상사가 보낸 카톡은 꼭 업무 연락이 아니더라도 ‘당장 읽어야하나’‘읽으면 얼마나 빨리 답을 해야 하나’등 부담스런 생각이 자꾸 들어 아예 하기 싫다”고 말했다.

江南通新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용자 5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도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연령과 무관하게 응답자 대부분 직장 상사와 카톡 주고받기를 불편하게 생각했다. 30대 응답자는 직장 상사와 카톡을 주고받는 경우(24%)는 적으면서도 정작 직장 후배와 카톡을 주고받는 경우(36%)는 훨씬 많았다. 40대와 50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60대 이상에서만 직장 상사(19%)나 직장 후배(24%)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세대별로 누구를 카톡 상대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심리적 영역이 다를 뿐더러, 그 장벽이 꽤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카톡을 동보기능이 편한 휴대폰 문자 메시지 정도로 생각하는 윗사람으로선 아랫사람의 이런 반응을 접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젊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IT업계 임원인 남모(51·남)씨도 그렇다. 그는 “한번은 윗사람이 한 5명쯤 모아서 카톡 하자고 보냈는데 밑에서 대답을 안해버리더라”며 “상사는 친밀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밑에선 24시간 감시받는 걸로 받아들인 눈치”라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상으로는 근로 시간에만 상사의 영향력 아래 놓이지만 카톡으로 연결되면 주말에도 이 관계가 이어진다”며 “오프라인상의 수직적 관계에서 하던 종속적 행동을 카톡 상에서 또 해야되니 아랫사람으로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자식 간에 카톡 체감도가 다른 것도 이 맥락으로 설명했다. 부모는 카톡으로 자녀와 격의없이 소통한다고 느끼고 아무 말이나 툭 던지지만 자녀는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거다. 실제로 이번 설문 결과 모든 연령층이 카톡 상대 1순위로 ‘친한 친구’를 꼽았다. 특히 10대는 부모(51%)와 카톡을 하는 경우는 친구(99%)나 형제자매(72%)에 비해 현격히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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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프로필, 소통 창구 vs 온라인 명함

카톡의 심리적 영역이 다른 건 카톡을 어떤 도구로 바라보느냐와도 연결된다. 카톡 프로필이 이를 잘 드러낸다. 젊은층은 카톡을 사적인 매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카톡 프로필을 친한 사람끼리 통하는 내용물로 채우고 싶어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카톡 프로필을 마치 명함처럼 바라본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대학생 박모(19·여·개포동)씨는 “카톡 프로필 대화명에 지아의 노래 ‘술 한잔 해요’를 올렸더니, 엄마가 이걸 보고는 ‘어디 여자애가 술 먹자고 올려놓느냐’고 야단이더라”며 “친구끼리 주로 카톡으로 소통하니까 그 시점에 유행하는 얘기나 재밌는 사진 같은 걸 올리는데 어른들은 이렇게 자꾸 오해를 하고는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보회사에 다닌다는 한 40대 여성부장은 카톡을 공적 영역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필 사진과 대화명에 의도적으로 상당히 신경을 쓴다. 그는 “카톡 프로필은 온라인 인격과 같다”며 “실제 생활에서 남 시선을 의식해 화장하고 좋은 옷 입듯이 온라인 상에서도 카톡 프로필 사진과 대화명을 바꾸면서 끊임없이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대화명에 이상한 말을 올리면 당연히 신경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젊은층일수록 카톡을 친한 사람끼리 주고받는 사적인 매체로 생각하는 데 비해, 나이 먹은 사람은 똑같은 카톡을 쓰면서도 휴대폰 문자나 전화의 대체재 정도로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밖에. 한쪽에선 방문 걸어잠그고 들어갔으니 내 사생활을 존중받겠다는 생각인데, 상대방은 열쇠구멍으로 다 들여다보면서 “왜 예의를 지키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식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4·여) 과장은 “대화명을 마음 상태에 따라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내 감정 상태를 알아도 되는 사람하고만 카톡을 하게 된다”며 “전에 신입사원 하나가 카톡 대화명에 ‘떠나고 싶다, 젠장, 난 누구, 넌 어디’ 뭐 이런 식으로 한번 써놨다가 팀장에게 불려가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개인 공간에 뭔 말을 쓰는 무슨 상관이냐 싶었는데 카톡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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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빨리 안 오면 불안해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카톡을 쓰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지 네트워크의 장점 때문은 아니다”라고 잘라말한다. 애초에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목록을 기반으로 연결돼 폐쇄적인 데다 휴대폰 번호 한개당 정확히 한 개의 계정밖에 만들 수 없어 익명성에 숨을 수도 없는 탓이다. 이런 특성 탓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다른 SNS가 비록 온라인 상에서나마 기존 인맥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 수있는 데 반해, 카톡은 오히려 각종 사회적 연고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장 교수는 “인간관계에서는 수직적 관계뿐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도 적당히 모른 척 넘어가는 사회적 관계의 기술이 있는데 카톡은 이런 소셜 스킬을 발휘할 여지를 닫아 버린다”며 “편리해서 쓰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카톡에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카톡의 읽음 확인 기능 때문에 부모나 상사와 카톡하기가 꺼려진다는 젊은층도 정작 본인이 카톡을 보낼 때는 이 기능에 상당히 집착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상대와의 관계가 친구 등 수평적인 사회적 관계라도 말이다. ‘읽씹’ 당하기는 싫다는 거다. 읽씹이란 카톡을 읽고도 답을 안하는 걸 말하는 카톡 용어. 분명 ‘1’이 지워졌는데 상대가 답을 안하면 이때부터 불안해진다. 또 오랜 시간 ‘1’이 계속 남아있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대가 일부러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직장인 김모(27·여)씨는 “몇번 카톡을 보내도 계속 ‘1’ 상태로 있으면 불안해서 다른 친구에게 누구누구랑 최근에 연락했는지 카톡을 보낸다”며 “이 친구가 ‘어, 방금도 톡했어’라고 답이 오면 혼란스러워 아무 일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나이든 사람들은 그냥 전화기를 들지만 젊은층은 다르다. 김씨는 “전화로 확인하는 건 내가 관계에 집착하는 것 같아 구질구질한 느낌이라 싫다”고 했다. 친구관계도 이러니, 남녀 관계는 오죽할까. 요즘은 사귀다가 헤어질 때도 대놓고 “그만 만나자”하기보다 상대 카톡을 ‘읽씹’하는 걸로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검색포털에 ‘읽씹’을 치면 ‘읽씹’에 대한 상황 판단을 부탁하는 글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오죽하면 카톡 메시지로 감정을 분석하는 앱(넥스트앳)까지 나올 정도일까.

카톡 스트레스, 꼼수로 날려 볼까
읽었는지 모르게 하려면? 비행 모드로 보세요


江南通新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조사한 결과 100명 중 97명 꼴로 카톡을 쓰고 있었다. 이들 카톡 이용자가 하루 평균 주고 받는 카톡 수는 평균 50개 이하였다. 하지만 1020세대에서는 ‘하루 201개 이상’ 주고받는 사람이 열 명 중 셋이나 됐다.

 이렇게 카톡 이용 빈도가 높을수록 카톡의 ‘읽음 확인’ 기능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눈가림용 ‘꼼수’도 많이 쓴다. 예를 들어 카톡을 확인하고도 상대가 그 사실을 모르게 카톡창에 ‘1’을 남겨놓는 기술을 쓰는 거다. 또 카톡 PC버전 출시 이후 ‘대포 번호’를 만들어 PC상에서 카톡 세컨드 계정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이수지(22·여)씨도 ‘꼼수’를 쓰는 사람 중 하나다. 이씨는 카톡이 휴대폰 푸시 알림에 뜨면 일단 스마트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꾼다. 이 상태에서 카톡을 확인한 후 다시 일반 모드로 돌아오면 상대 카톡창에 숫자 ‘1’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외에 카톡이 원래 제공하는 다양한 프라이버시 기능도 있다. 채팅방별로 알림음 설정을 달리 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성가실 정도로 알림음이 자주 울리는 방만 알림음을 끌 수도 있다. 또 ‘친구 관리’ 설정에 들어가 ‘자동 친구 추천’을 막으면 다른 사람의 카톡 추천 리스트에 내 정보가 뜨지 않는다. 내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사람과 자동적으로 카톡 친구가 되는 걸 막는 장치다. 원치 않는 사람의 카톡 친구 등록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능도 있다. 내 휴대폰에 새 번호를 등록할 때 상대방 이름 앞에 ‘#’을 넣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의 카톡 리스트에 내 정보가 뜨는 걸 차단할 수 있다. 언제라도 ‘#’을 삭제하면 친구 등록이 가능하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게임 관련 메시지가 스트레스라면 ‘게임 메시지 수신 관리’ 기능을 써서 게임 메시지를 차단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는 애교다. 은밀한 카톡 주고받기를 위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대포번호’를 만든 뒤 PC상에서 이 번호로 카톡을 하는 사람도 있다. 카톡을 쓰지 않는데 느닷없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문자나 전화 등으로 ‘왜 카톡 답이 없느냐’는 항의를 받는다면, 당신의 번호는 누군가에게 도용당한 거다.

글=안혜리 기자
취재=성시윤·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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