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고란 기자는 고은맘] 엄마는 요리꽝?

엄마가 독을 타기라도 했니 ㅠ. 이유식이 싫다는 고은양.

‘왜 저러지…’ 싶었습니다. 고은양이 태어나기 전에는 요. 엄마들이 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니고 애들은 도망치고…. 조카를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혼자서 먹을 나이도 지났는데 일일이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 언니(오빠 부인)가 애를 너무 오냐 오냐 키우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고요. 조카는 먹을 게 많아서, 배가 불러서 그런다고 생각했습니다. 굶어 봐야 먹는다며 싫다는 애를 왜 강제로 먹이려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란이가 달라졌어요’ 수준입니다.

요즘 고은양과 전쟁 중입니다. 이유식 먹이기 전쟁. 안 먹겠다는 고은양을 붙잡고 숟가락을 들이밀며 씨름하고 있습니다. 싫다는 애 억지로 먹일 필요 없다는 소신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고은양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씁니다.

고은양은 완모(완전 모유) 아기입니다. 그것도 직수(직접 수유)만 고집하는. 고은양을 어디 떼어놓고 다닐 수 없는 이유입니다.

완모 아기는 7개월째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면 된다고 합니다. 만 6개월이 지나서는 모유에 영양 성분이 떨어져 음식을 통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분유 먹는 아기들이 4개월 정도에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좀 늦은 거죠.

전 ‘사 먹는 밥’ 혹은 ‘남이 해준 밥’이 맛있습니다. 집 밥에 대한 환상은 없습니다. 그러니 요리와 친할 리가 없죠. 백번 양보해 요리 자체는 재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요리하고 난 뒤 감당해야 할 설거지 등 뒤처리가 싫어 웬만하면 요리는 멀리하고 싶습니다.

이런 습성 탓에 이유식 만드는 것도 무섭더군요. 이유식, 거부감부터 듭니다. 사 먹일까 생각도 했는데, 그야말로 요리 솜씨가 필요한 후기 이유식도 아니고 쌀 미음에 야채 정도 얹어주는 초중기 이유식까지 사 먹이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에 걸려 직접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시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귀찮더라도 이유식 사 먹이고 그러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ㅠ).

귀차니스트의 품성은 어쩔 수 없는지라 재료만 넣고 25분 두면 이유식이 완성된다는 영** 기계를 샀습니다. 홈쇼핑에서 볼 때는 정말 완벽한 제품이었는데 막상 이유식을 만들고 보니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최소 조리양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 고은양 쌀 미음 10일치 분량이 나왔습니다. 곧장 냉동고로 직행했죠.

싫다는데 왜 자꾸 주는 거야. 울음보 터진 고은양.
이유식 첫날, 고은양은 쌀미음을 제법 잘 받아먹었습니다. 처음 입속에 넣어주니 이물질에 인상이 찌그러지더니 맛을 보고 쩝쩝거리더군요. 그러더니 더 달라고 입을 벌리고요. 다만, 아직 먹는 법을 몰라 혀로 자꾸 이유식을 밀어내 줄줄 흐르긴 했습니다. 익숙해지면 좋아지겠죠.

다행이다 싶었는데 첫날 이후로 이유식 먹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꾸 짜증만 냅니다. 그나마 기분이 좋을 때 조금 먹는 시늉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엔 매일 새벽 6시 전후해서 이유식을 먹입니다. 하루 중 아침에 일어나자마자가 고은양 기분이 제일 좋을 때이거든요. 고은양은 쌩쌩한데 엄마는 좀비 상태입니다. 그래도 잘 먹으니 다행입니다.

쌀 미음에 적응될 무렵 문제가 생겼습니다. 야채를 섞었더니 먹는 걸 거부합니다. 애호박 미음을 줬더니 손으로 숟가락을 밀쳐냅니다. 혹시 미음이 뜨거워서 그런가 싶어 식혀 줬는데도 입을 다물고 열지 않습니다. 앉아 먹는 게 싫은가 싶어 아빠가 고은양을 안고 서 있는 상태에서 떠먹이는데도 몇 번 먹다 역시 거부합니다. 너무 배가 고파 그런가 해서 쭈쭈를 조금 먹이고 줘도 싫다, 졸려서 그런가 해서 자고 일어난 다음에 먹여도 싫다, 소화가 안 돼 그런가해서 한참을 놀게 만든 뒤 줘도 싫다, 무조건 싫다고 그럽니다. 애호박이 별로인가 싶어 브로콜리 미음을 주는데 이건 더 싫다고 난리입니다. 얼마나 싫은지 이유식을 담은 그릇만 들고 와도 기겁을 합니다.

그러면서 보리차 끓인 물은 벌컥거리면서 먹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다 싶어 중간에 물병을 떼면 더 달라고 난리입니다. 물배만 차는 것 같습니다. 바나나를 과즙망에 넣어주면 쪽쪽 빨고, 아기 치즈를 줬더니 왜 더 안주냐고 팔을 휘젓습니다. 유독 이유식만 안 먹습니다.

남편은 해결책이랍시고 회사에서 들은 아줌마 동료 얘기를 전해줍니다. 민감한 아기는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이유식을 알아채고 거부하는 거라며, 그 아줌마 동료는 매번 이유식을 새로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하긴 고은양도 유축해 놓은 쭈쭈를 젖병에 담아주면 먹지 않았거든요. 신선한 것만 먹겠다는건지... 하여간 민감한 고은양 덕분에 귀차니스트 엄마는 이유식을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일일이 쌀을 불리고 갈고, 감자를 삶고 으깨고 체에 거르고(이번에는 감자 미음을 만들어 주려고요), 맛이 좋아하라고 다시마 국물까지 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말이죠.

엄마 정성을 아는지 브로콜리 미음보다는 감자 미음을 잘 먹기는 하는데 역시 조금 먹다 짜증을 냅니다. 물만 찾고요. 너무 되돼 그런가 싶어 다시마 육수를 더 넣고 좀 더 묽게 만들었습니다. 허겁지겁 먹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무작정 거부하지는 않네요.

이유식 먹일 시간만 되면 두렵습니다. 머리부터 아파 오고요. 고은양은 또 얼마나 까탈을 부리며 이유식을 뱉을지... 이렇게 고민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옆에서 화를 돋웁니다. 미음을 조금 먹어보더니 “맛이 없네. 나도 안 먹겠다” 이러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