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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역설 … 부양 외면당한 부모들 평균 자녀 3.4명





소송 판결문 원고 151명 분석
형제 많을수록 책임감 적어
"왜 나만 모시나" 방관자 효과







평균 자녀 수 3.4명. 본지가 2007년부터 7년간 전국 법원에서 선고된 부모·자식 간 부양료 청구소송 판결문 144건의 원고 151명을 분석한 결과다. 많게는 9명까지 2명 이상의 다자녀를 키운 부모는 85.4%에 달했다. 자녀가 1명인 경우는 14.6%였다. ‘자식농사 잘 지으면 노후 걱정은 없다’는 통념과 달리 많은 자녀를 키웠어도 제대로 부양받지 못하는 이른바 ‘다자녀의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




 ◆자녀 많이 있지만=허모(83·여)씨는 2004년 남편과 사별했다. 1남4녀를 뒀지만 8000만원가량의 아파트를 포함한 남편의 재산은 모두 자신을 부양하기로 한 아들에게만 줬다. 막내 동생만 상속받은 걸 알게 된 딸들이 반발했지만 듣지 않았다. 딸들과는 연락마저 끊어졌다. 하지만 허씨가 2010년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병원비로 2년간 5000여만원이 넘게 들어가자 감당하기 힘들어진 아들이 허씨를 설득, 누나들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소송을 냈다.



 대구가정법원은 2012년 9월 “자녀들은 각각 25만원씩 매월 부양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형제가 많을수록 ‘부양하는 자녀’와 ‘부양하지 않는 자녀’ 간 편이 갈린다. 이게 다자녀의 역설을 초래하는 근본적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자녀가 많으면 일부 자녀에게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편중되기 마련이고 이들이 “왜 나만 모셔야 되느냐”고 생각하는 순간 부양 중인 부모를 압박하거나 대리해 소송을 내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허씨 사례처럼 한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대신 재산을 몽땅 상속받았을 경우 다툼은 더 일어나기 쉽다. 지난해 가정법원에서 부양료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지우의 이현곤 변호사는 “부모와 함께 자식이 법정에 선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직접 모시는 자녀가 부양비용까지 내게 되는 ‘독박’ 구조인 경우”라며 “재산은 공평하게 상속해 주는 추세가 일반화됐지만 부양의무는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 게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 설명했다.



 형제가 많으면 자녀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부양에 대한 책임감이 심리적으로 덜해진다는 점도 원인이다. 이 변호사는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심리학의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가 부모 부양에도 나타난다”며 “자녀가 한 명인 경우는 오히려 나밖에 부양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강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직된 ‘부양의무자 기준’도 소송 원인=부모는 자식들에게 부양의무를 지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부양료 소송에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울산에 사는 전모(89)씨는 2012년 자신의 딸과 사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래 기초생활수급자로서 45만원의 생계급여를 받고 있었는데 사위의 연금소득이 월 300만원이라는 사실이 관할 구청에 보고되면서 20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딸과 사위가 함께 모자란 월 25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전씨처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직 운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부모들이 제기한 소송은 전체 소송 중 6.9%를 차지했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부모·자식 간 관계가 단절됐음에도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수입이 있으면 국가로부터 생활보호가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양료 소송의 승소율은 83.3%(일부 승소 포함)로 높다. 일반 민사소송 승소율(59.8%)을 크게 웃돈다. 자녀들이 “소송을 낸 부모가 우리를 돌보지 않았다”고 주장(34.3%)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총 인정액수(44만여원)는 청구액수(113만여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녀 부양 책임을 소홀히 한 경우에는 부양료 산정 시 제 역할을 다한 부모와는 차등을 두는 게 일반적이라서다.



 김성우 서울가정법원 공보관은 “부모가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권리 남용에 해당될 정도로 크지 않다면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부양료 소송의 원인으로는 부모와 사이가 나빠진 경우(15.7%),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경우(11.8%) 등이 있었다. 기각된 경우는 부모가 자력이 있거나(48.1%) 자식이 이미 부양하고 있는데 더 부담하라고 한 경우(14.8%)가 많았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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