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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칼을 감춰야 하는 사회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가 벌써 4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니 오히려 빚이 쌓이는 느낌입니다.



 고학년 수업의 종강 시간에는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친구들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주로 어떻게 준비해야 취업이 가능할까요 정도의 실용적인(?) 것들이지만, 이번 학기에는 “어떻게 해야 칼을 감출 수 있나요?”라는 물음이 나왔습니다.



 칼을 감추다니,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직분을 빈틈없이 수행해 나가는 개미형에서 창의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른바 ‘잡스’형으로 직장인의 롤모델이 바뀌었습니다. 소위 ‘한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개성을 키우라고 20여 년간 교육받은 친구들은, 막상 입사 면접을 위해서는 똑같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순응적으로 모범 답안을 외워야 합니다. 야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멸사봉공의 자세를 보여줘야 개발시대를 밤 새우면서 보낸 부장님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연봉과 같은 기본적인 조건을 감히 물어보는 경우에는 버릇없다는 표정이 되돌아오게 마련입니다.



 지난 3년간의 빅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니, ‘개성’은 인정해야 하는 빛나는 그 무엇이지만 그것이 회사와 결합했을 때에는 지치고 사라진다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지 못한 채 검은색 정장을 매일 입어야 하는 직장인들이 지쳤다고,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토로하는 것입니다.



 입사 후에는 창의력을 가지라면서 윽박지르는 직장상사와 그 분위기에 눌려 한마디도 못하는 아랫사람을 보는 일 또한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게 과묵한 직원이 상사가 없는 곳에서 또렷이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을 보면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를 보는 듯합니다.



 이렇다 보니 입사 후 1년 이내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신입사원이 열 명 중 아홉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제 젊은이들은 ‘한칼’을 만드는 동시에 그 칼을 ‘감춰야’ 하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도대체 어른들은 그들보고 어쩌라는 것인지요.



 위의 질문에 제가 해준 답변이 궁금하신가요? 제 답변은 “칼을 감출 필요가 없는 곳으로 가라”였습니다. 만든 칼을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곳에서 검객은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곳이 우리나라 안에 있기를 희망합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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