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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박원순의 기울어진 책장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선거에서 제일 이기기 힘든 게 ‘운짱(運將)’이다. ‘보궐선거 승자와는 붙지 말라’는 속설도 있다. 보궐선거 당선자는 바로 다음 번 선거의 승률이 매우 높다. 인정상 유권자들이 한 번 더 표를 주기 때문이다. 이상은 마치 박원순 서울시장을 위해 만든 말들인 것 같다.



 박 시장은 ‘안철수 현상’이 살아 있을 때 그 숨결을 가장 절정에서 느꼈다. 5%의 지지율이 마법처럼 50%로 치솟아 2011년 보궐선거에서 이긴 뒤 승승장구다.



 13일 박 시장을 인터뷰했다. 여야를 통틀어 차기 주자 지지율 1위까지 넘나들고 있지만 포지셔닝이 명확했다. “여론, 대권후보 이런 것에 마음이 뜨면 저는 정말 패가망신한다”는 거다. <본지 6월 15일자 3면>



 “마음이 콩밭(대선)에 가 있으면 서울시장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그에게 ‘도발’ 해봤다. 지면상 인터뷰기사엔 전하지 못한 내용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계시라고 여쭤보는 게 아니라, 2017년의 ‘시대정신’이 박원순 리더십을 원하면 응할 용의가 있느냐는 겁니다.



 “미래(일)까지… 유도심문하시지 말고요. 제가 절대 안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현재에 충실해야죠. 그럼요”라고 다짐했다. 자기최면을 걸 듯.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2017년 대선에는 안 나온다’, 이건 아니죠?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서울, 저는 지켜야죠.”



 A냐 아니냐고 묻는데 B라고 둘러 말한다. 명시적으로 ‘불출마’란 말을 하진 않았다.



 안철수 대표와의 관계를 물었다. ‘시장 잘하는 게, 재선한 게 보답하는 길’이란 취지의 답변이 나왔다. 빚 많이 갚았다는 뜻이다.



 -나중에 시장님 지지율이 40~50%쯤 되고 안 대표의 지지율이 4~5%쯤 된다면 양보할 용의가 있나요.



 이 대목에서 박 시장. 헛웃음을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허허허…질문을…허허허….”



 질문에 ‘황당’해한 것일까, ‘당황’한 것일까. ‘황당’을 뒤집으면 ‘당황’이긴하다.



 그는 덧붙였다. “정치부 기자를 하시면…. 늘 그런 생각을 하시는군요.”



 문답 도중 시장 집무실 집기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이른바 ‘박원순 책장’이었다.



 하나는 왼쪽으로, 하나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가운데로 역삼각형의 작은 책장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사진>



 무슨 의미일까.



 “우리 사회가 기울어져 있지 않나요? 좌우 갈등, 지역격차, 빈부 갈등, 세대 갈등까지. 제가 중간에서 연결하고 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박 시장은 ‘소품정치’에 능하다. 이 부분에 관한 한 ‘선수’다. 기울어진 책장, 밑창이 닳은 낡은 구두. 선거기간 중엔 백팩을 메고 다녔고, 승리 후엔 화환 대신 운동화를 목에 걸었다.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는 없다.



 말과 행동을 기준으로 할 때 사람(시장)을 대략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① 말 많고 일 많이 하는 사람(시장) ② 묵묵히 열심히 하는 사람(시장) ③ 말만 하는 사람(시장) ④ 말도 안 하는 사람(시장).



 옛날엔 음지에서 묵묵히 열심인 게 미덕이었을지 모르나 세상이 변했다. 이젠 말 많고, 많이 일하는 사람이 최선일 수 있다. 최악은 말도 없는 사람일 거다. 사실 박 시장에게 차기 문제를 캐묻는 건 우문이다. 시정에 충실하겠다는 말 속에 미래와 차기 문제에 대한 그의 답이 있다. 많이 말하고, 말한 만큼 보여주는 게 곧 차기행보다.



 이날 기울어진 책장 앞에서 박 시장은 자신을 ‘중도실용주의자’로 규정했다. 진보주의자? ‘No’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중도나 실용주의나 야당에선 서자(庶子)다. 적자(嫡子)는 여전히 진보다. 박 시장이 중도실용주의를 취하려 한다면, 또 하나의 색깔론을 넘어야 할지 모른다. 자기 진영 안의 색안경이다. 그가 강조한 중도실용주의가 보수의 공세를 막는 ‘소품정치’만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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