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세태고발] "젊어질 수 있다면야, 천만 원이 아깝겠어요?" ②

관절내시경으로 촬영한 연골재생 효과. 무릎 연골이 너덜너덜 찢어진 부위(위쪽 사진)에 줄기세포를 넣었더니 6개월 만에 연골이 두껍고 매끄럽게 재생된 모습
‘해외 원정치료족’은 줄어드는 추세



'불로초 주사'에 취한 현대판 진시황들
부유층들 사이에서 1천만 원 짜리 줄기세포 주사 '회춘약'으로 각광…
중국 등 해외 부유층도 소문 듣고 '러시' 이어져

병원 접수실에는 60대로 보이는 부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두 사람은 이곳에서 6개월 전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허리 질환 때문이다.



남편 이모(58) 씨는 “10년 넘게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왔는데 병원에서 수술도 하고, 치료를 꾸준히 받았지만 잘 낫지 않아 이곳을 찾게 됐다”며 “줄기세포 척추시술 이후 좋은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사람도 피부 주름살 제거 시술을 위해 함께 왔다”며 “내 나이또래 주변 사람들 중에 소문을 듣고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경우가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날 자신의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줄기세포를 척추에 시술하는 치료를 받았다.



30년 넘게 허리통증으로 고생을 해온 70대의 한 여성도 “척추협착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지인의 소개로 이 병원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며 “3차례 시술에 비용이 2천만 원 넘게 들었지만 허리통증이 거의 사라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오랫동안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했던 김모(61) 씨도 줄기세포 치료로 정상적인 걸음걸이를 찾았다.



그는 “아킬레스가 파열돼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지만, 1년 동안 아예 걷지를 못했다. 친구 소개로 이곳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두 차례 받았는데, 현재는 걷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질환치료에는 당국의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환자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세 가지다. 하티셀그램AMI은 심근경색, 카티스템은 무릎연골 결손, 큐피스템은 크론성 누공(대장이나 소장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구멍이 생기는 병) 등의 치료 목적으로 허가됐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허가된 치료 목적 이외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 한연혜 주무관은 “허가된 치료제는 세 가지 치료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허가됐지만,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만 부유층 고객들은 이들 제품보다 자신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사용하는 주사치료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의 허가된 제품은 목적 이외의 다른 용도로는 허가받지 못했다. 미용이나 회춘은 물론 허가된 치료 용도가 아닌 질환을 앓고 있는 고객들은 그 제품을 사용할 매력을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가 줄기세포는 면역거부반응도 없다. 게다가 최근엔 병원들이 고객이 자신의 몸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기 때문에 더 신뢰를 얻어가는 듯하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부유층들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원정 치료’를 가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지 않은 줄기세포를 사용한 치료가 불법이다 보니 합법적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간 것이다. 2012년 말,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이 같은 열풍을 보도한 적도 있다. “한국의 줄기세포 전문기업 알앤엘바이오(현 케이스템셀)가 매달 500여 명의 환자를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의 ‘신주쿠클리닉 하카타원’에서 자가지방 줄기세포 시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원정을 떠나는 내국인은 줄고 오히려 외국인 환자들의 한국방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겠다는 것인데, 해외원정 줄기세포 시술의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해외 원정치료 환자의 사망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2010년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일본과 중국에서 성체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환자 두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해 업계가 큰 홍역을 치렀다. 그 후부터 해외보다 의료 수준이 높은 국내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리포셕션(liposuction·지방흡입술)을 먼저 시행하는데, 이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 이 때문에 요즘은 중국으로 가서 줄기세포 시술 받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줄기세포 치료의 관건은 주사의 시술 수준에 달렸다. 최선의 재생 기능을 얻으려면 정확한 부위의 혈관 등에 줄기세포를 주사해 생착률을 높여야 한다. 국내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해외에서 시술을 받을 경우 높은 세금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줄기세포 치료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A씨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앰플 1개당 500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까지 하는 배양 줄기세포를 택배 방식으로 해외 병원으로 보냈는데 이를 알고 있는 정부가 가만있을 리 없지 않나? 중국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해온 국내의 한 업체가 세금포탈 혐의로 관세청의 조사를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사람들도 세금문제 말고도 치료를 위해 해외에 나가는 기록을 남기길 싫어한다. 해외 원정치료를 떠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유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 수준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이 국내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통해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치료를 받은 것은 유명하다. 물론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를 통한 시술이었다.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2013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및 규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개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다. 올해 3월 기준, 세계적으로 258건의 임상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40건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시판허가가 난 4개의 줄기세포 치료제 가운데 3개가 한국에서 개발한 것이기도 하다.



난치병을 앓는 서민들은 줄기세포와 관련해 임상시험 절차 간소화를 요구한다. 임상시험 절차 간소화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2011년 12월 차병원그룹은 ‘차움 국제 줄기세포 임상시험센터’를 열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안전성·효과성 놓고 찬반양론 팽팽



이 같은 명성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고 국내를 찾는 해외 부유층도 꾸준히 늘어난다. 주로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에서 오는 환자라고 한다. 부산에 있는 한 줄기세포 치료전문병원 관계자는 “부산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초상류층이 많이 찾는 반면 서울은 미국·일본·중국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에서는 ‘사이비’ 줄기세포 병원도 생겨난다. 이들 병원은 주로 단순한 지방이식을 줄기세포 시술로 속여 비싼 진료비를 받아 챙긴다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를 공공연하게 광고하는 병원은 거의 대부분 가짜라고 보면 된다”며 “배양 줄기세포 치료 자체가 아직 불법인데, 이를 광고할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주사시술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정부는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시술받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하고, 일부 줄기세포 치료 병원과 환자들은 해외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된 것을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하려 한다며 못마땅해 한다.



성형업계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 주사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고 단언했다. “일본, 스페인 등에서 성공한 임상시험 결과들이 국제학술지에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절 연골손상 복원은 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승인하기도 했다. 심혈관 질환 쪽은 1회 주사로 거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통계적으로 파킨슨병의 경우 치료환자 중 98%가 증상이 개선됐고, 전체의 91%는 현저히 좋아졌다. 중풍 환자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줄기세포 주사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산의 줄기세포 전문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해외의 한 억만장자도 줄기세포 치료로 회춘한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안전하지 않으면 그런 갑부가 왜 줄기세포 주사를 맞겠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는 올해 2월 영국 공영방송 에 방영된 억만장자 패션디자이너 피터 니가드(70)의 사례를 말한 것이었다. 에 따르면 캐나다 출신으로 바하마에 거주하고 있는 니가드는 4년 전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꾸준히 받아오고 있는데, 미 마이애미 대학의 연구 결과 니가드의 신체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가드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면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고 말한다”며 “나는 세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단계”라며 “대형병원 연구팀이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무감각 환자나 류머티즘 환자에 대한 치료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의약품 개발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관계자도 “줄기세포를 치료 등에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는지 여부보다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세포를 적정하게 배양해 개별 질환에 효과가 있도록 제조·투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는 단계지만, 모든 병을 낫게 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줄기세포 주사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 단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전문가들도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입장이더라도 임상시험 과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는 이가 많은 듯했다. 일부 전문가는 임상시험 단계 중 약효를 확증하는 3상 단계를 없애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가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자기 것을 자기 몸에 투입하는 형태인 만큼 1차 안전성 검증(1상)만 거친 뒤 허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 허가하면 의료계 대혼란 온다?



바이오기업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무조건 생략하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한시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제도를 유연하게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임상 1상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될 경우 조건부로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제안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서민이 많다. 이들은 임상실험이 길어질수록 개발비용이 늘어나게 돼 줄기세포 치료비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피부암을 앓고 있는 김모(52) 씨는 “치료를 위해 내 몸의 일부를 다시 내 몸 속으로 집어넣는데 그것이 왜 불법인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안전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타인의 줄기세포를 집어넣는 게 면역거부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 더 위험하지 않나? 정부가 규제를 하다 보니 돈 있는 부자들만 치료를 받고 가난한 환자들은 아예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줄기세포 치료가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희망으로 주목받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이다. 왜 그럴까? 성형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줄기세포 시술은 성형외과·피부과·정형외과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줄기세포 치료는 가정의학과 진료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특정분야에 속하지 않은 것이다. 줄기세포 시술을 어느 특정 과목에 포함시켜주면 다른 과목의 의사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주사제 치료가 보편화되면 메스를 든 정형외과는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압박이 심하다는 풍문도 들린다.”



자가 줄기세포 주사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합법적인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줄기세포 불법 시술에 대한 정부의 단속은 소극적이다. 부자들이 너도나도 돈을 싸들고 ‘현대판 불로초’에 달려드는 이유다.



최재필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