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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무방비 달라진 게 없다 … 홍대 앞 클럽 가보니

위쪽부터 세월호 침몰, 서울 지하철 상왕십리역 열차추돌, 아산 오피스텔 붕괴, 고양 종합 터미널화재,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
지난 13일 오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I댄스클럽. 20대 50여 명이 입구에서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조명이 어두워 디디기조차 어려웠다. 직원들이 경광봉을 들고 휘파람을 불며 지하로 안내했다. 지하엔 커다란 스피커와 춤을 추는 무대, 술을 파는 바(bar)가 있었다. 무대엔 1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약 165㎡(약 50평) 규모였다.

일반음식점 … 소방시설 의무 없어

 비상구 표시를 따라 대피로 쪽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가봤다. 하지만 비상구 출입문은 전자식 번호키로 잠겨 있었다. 만약 불이 나면 취재진이 들어온 좁은 계단만이 유일한 탈출로였다. ‘66㎡(약 20평) 이상 다중 이용 업소는 출입구 외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현행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한 현장이었다. 232명이 숨진 2013년 브라질 나이트클럽 화재, 152명이 희생된 2009년 러시아 나이트클럽 화재 모두 출입구가 하나뿐이라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클럽에서 만난 회사원 한모(30·여)씨는 “솔직히 클럽에 갈 때 비상구가 어디인지 확인한 적은 없다”며 “‘설마 불이 나겠어’라며 즐겁게 놀 뿐”이라고 말했다.

 주말 밤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댄스클럽은 안전 관리가 엄격해야 하는 화재 위험지대다. 하지만 이날 밤 서울 홍익대 부근 클럽들을 마포소방서 검사지도팀과 함께 돌아보니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서교동 J클럽에선 소화기가 있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에 소화기가 없었다. 무대 앞 스피커 옆에서 어렵사리 소화기를 찾았지만 철망 안이라 꺼내기도 어려웠다. 또 다른 B클럽에선 다중이용업소에서 갖춰야 할 화재감지기와 비상조명등, 휴대용 조명등이 아예 없었다.

 마포소방서는 30여 개의 홍대 댄스 클럽 중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17곳을 소방특별조사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클럽들은 피난유도선이나 영상음향차단장치 등의 소방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없다.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서다. 법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클럽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약 110~120㏈이다. 비상벨의 소음이 보통 90㏈ 정도라 화재 시 경보음이 울려도 듣기 어렵다.

화재감지기·비상조명등 없는 곳도

 김동복 마포소방서 검사지도팀장은 “영상음향차단장치가 없으면 불이 나도 음악소리에 대피를 못할 수 있지만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클럽들이 유흥주점에서 가능한 무대를 설치한 점 등을 들어 업종 변경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업주들은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미루고 있다. 홍대클럽업주들의 단체인 홍대문화관광콘텐츠진흥원의 선호 사무총장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영상음향차단장치·비상유도등 같은 시설을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하며 안전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클럽들은 일반음식점이 지켜야 하는 실내 흡연 금지 의무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날 홍대의 A클럽에선 금연 표시 스티커가 여러 곳에 붙어 있었지만 젊은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꺼지지도 않은 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지난 6일 찾은 강남의 M클럽 화장실도 담배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에 설치된 환풍기는 돌지 않았다. 김영훈 마포소방서 검사지도팀 조장은 “환기 시설이 불량하면 화재 시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13일 밤 찾은 홍대 부근 클럽들은 소화기가 스피커 옆 철망 안에 있거나(위쪽 사진) 비상구 출입문이 전자식 번호키로 잠겨 있는 등 안전에 취약했다(아래).
음향차단장치 안 해 비상벨 안 들려

 부경대 최준호(소방방재학) 교수는 “지하에 설치된 유흥시설은 화재 시 대피가 쉽도록 출입 인원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관련 법규가 현실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고 업주들의 안전의식이 안이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장혁진·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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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