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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재주 넘는 곰 … 2조원 쓰고 4조원 버는 FIFA가 최후의 승자

지난 2일 카타르 도하 리츠칼튼호텔. 동틀 무렵인 오전 6시쯤 일단의 경호요원들이 입구를 차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민 빈 하마드 알타니(32) 국왕 등 왕실 실력자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정기총회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IATA 총회는 카타르 정부가 적극 후원한 행사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해 새로 개장한 하마드공항 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호사다마일까. 이날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뇌물 공세를 펼쳤다는 소식이 미디어센터에 전해졌다. 취재진이 개막식을 마치고 나오는 알타니 국왕 쪽으로 몰렸다.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한 독일 기자가 소리쳤다.



[똑똑한 금요일] '달러 머신' 월드컵
개최 비용 주최국에 떠넘기고 TV중계료, 입장 수입은 FIFA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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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스캔들은 사실인가요?”



 “….”



 지난해 등극한 국왕은 답하지 않았다. 미간만 찡그렸다. 그날 이후 카타르 정부와 항공 관계자들은 행사기간 동안 월드컵 스캔들 관련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깨만 으쓱하며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되레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고 취재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그럴 만했다. 월드컵은 카타르가 관광과 항공운송을 키워 석유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변곡점이다. 영국 BBC방송은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카타르는 경제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카타르와 달리 국제축구연맹(FIFA)은 느긋한 표정이다. 실제 FIFA는 월드컵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이런저런 스캔들에 시달렸다. 그러나 FIFA는 도덕적 질타만 받았을 뿐이다. 월드컵은 4년마다 어김없이 열렸다. 수십억 축구팬이 열광하는 사이 FIFA 계좌 잔액은 계속 불어났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월드컵을 처음으로 경영학적으로 분석한 패트릭 페일 비즈니스모델링(네덜란드) 대표파트너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월드컵 사업모델이 경이로울 정도”라고 했다. 그는 “비용 대부분은 주최국에 전가하고 매출과 이익은 FIFA가 틀어쥐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브라질 월드컵의 비용은 160억 달러쯤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그 가운데 75%인 140억 달러는 브라질이 부담한다. 경기장 12곳을 새로 짓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 돈이다. FIFA는 20억 달러 남짓 투입할 뿐이다. 반면 입장권 판매대금과 기업 후원금 등 수입 40억 달러는 고스란히 FIFA 계좌에 입금된다.





 그렇다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에게 FIFA가 주는 일당(상금 등 참가비)은 얼마나 될까? 페일은 “고작 2100달러(약 214만원) 수준”이라며 “가장 낮은 비용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활용해 돈을 버는 모델”이라고 촌평했다.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상술이다. FIFA가 무슨 재주를 부려서일까. 그 비밀을 알 수 있는 열쇠 말이 하나 있다. ‘아벨란제 모델’이다. 1974~98년까지 24년 동안 FIFA를 쥐락펴락한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스포츠평론가인 고두현씨는 “아벨란제가 74년 FIFA 회장이 된 이후 월드컵 상업화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바로 아벨란제와 독일 스포츠용품 메이저인 아디다스 전 회장인 호스트 다슬러 사이에 맺어진 동맹이다. 둘은 74년 의기투합해 체제 선전장 성격이 강한 월드컵을 비즈니스 무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BBC가 말한 ‘아벨란제-다슬러 동맹’이다.



 사실 74년 이전 월드컵은 올림픽처럼 체제 선전의 장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34년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가 주최한 제2회 이탈리아 월드컵이다. 이탈리아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무솔리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남미 강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탈락시키기 위해 선수단 숙소를 일부러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정하는 등 진 빼기 작전까지 동원했다. 54년 스위스대회 때부터 TV 중계가 시작됐지만 정치색이 바래자 대회도 맥이 빠졌다. 침체 위기의 월드컵을 철저한 비즈니스 모델로 재창조해 낸 게 아벨란제-다슬러’ 동맹이다. 페일은 “아벨란제는 올림픽조직위원회(IOC) 회장들과는 달리 돈은 한곳에 집중돼야 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한 스포츠계 인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입장권 판매와 기업 후원금, 중계권료 등 모든 수입이 FIFA에 집중되도록 했다. TV 중계권도 월드컵 최대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월드컵 로고 등을 4년 동안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팔기 시작한 것도 FIFA다. 이와 달리 올림픽 수입은 주최국 IOC에 의해 관리된다.



 아벨란제 모델은 98년 취임한 제프 블라터(78) 현 회장에 의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축구의 변방에 개최권을 부여해 월드컵을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축제로 글로벌화했다. 남아공(2010)·러시아(2018년)·카타르(2022) 등으로 개최국을 다변화한 것이다. 이들은 체제나 경제적 성취를 자랑하려는 욕망이 강한 나라이기도 했다. 이들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면 FIFA엔 여러모로 득이 된다. 월드컵 비즈니스 기본인 축구 열기를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비용 전가도 유럽지역 국가들보다 용이하다. 마침 신흥국들의 경제력도 커졌다. 유치 경쟁이 더욱 달아오른 건 물론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부패 스캔들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블라터는 98년 FIFA 회장에 출마하며 아벨란제 뒷거래를 강하게 비판했다”며 “이제는 그가 16년 장기 집권 탓에 다시 카타르 뒷돈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집권이 핵심 원인일까. 페일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월드컵은 무솔리니 이후 거의 모든 정치리더가 활용해 보고 싶은 이벤트”라며 “그 욕망 위에 FIFA의 독점권과 저비용구조가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주최국의 정치적 의도와 FIFA의 장삿속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는 게 월드컵이란 얘기다.



도하=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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