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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하루 마무리는 … 이 한인 여성과 함께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인근 ABC방송국의 나이트라인 스튜디오에서 앵커 주주 장이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뉴욕중앙일보]


미국 3대 공영방송인 ABC의 한인 최초 간판 앵커로 ‘굿모닝 아메리카’를 진행하며 매일 미국인의 아침을 열었던 주주 장(49·한국이름 장현주)이 지난 3월 시사보도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의 앵커로 발탁됐다. ‘굿모닝 아메리카’ 이후 4년 만, 입사 25년 만이다. 앵커지만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기자로서, 세 아이의 엄마로서, 1인 3역을 하는 그를 지난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인근 ABC방송사 13층 사무실과 나이트라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말투는 나직했지만 단호했고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주주 장 ABC '나이트라인' 앵커
현장 누비는 기자, 세 아이 엄마
"세상 바꾸는 건 진심과 열정"



 “지난 2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갔었어요. 한국의 통일교 결혼 풍습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성형수술 실태 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는데, 미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굉장히 흥미로운 취재였어요.”



 나이트라인 앵커를 맡은 소감을 묻자 “아시안 여성 혼자 심층보도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전례가 없기도 하고, 늘 원했던 스타일의 프로그램이라서 굉장히 자랑스럽고 영광”이라고 했다. 나이트라인은 1980년 첫 방송을 시작, 34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ABC방송의 인기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다. 평일 0시45분부터 30분간 방영되며 주주 장을 포함해 3명의 앵커가 돌아가며 진행한다. 미국인들은 그의 뉴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셈이다.



 “나이트라인에서는 이슈를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고 통찰력 있게 보도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이 한 가지 주제를 파고들어 스토리를 발굴하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저에게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앵커라고 해서 뉴스 진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현장에 나가 직접 취재하고 취재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안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고 있는 건 별로예요. 현장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느끼고, 소통할 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한국에서는 40~50대 기자 출신 여성을 간판 앵커로 쓰는 대신 젊고 예쁜 앵커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깊이 있는 뉴스를 전하려면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 뉴스를 전할 수 없죠.”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졸업과 동시에 ABC방송에 입사한 그는 뉴스부문 데스크 보조로 시작해 프로듀서와 기자로 걸프전, 체르노빌 원전사고, 케냐의 폭탄테러 현장 등 세계의 재난과 참사 현장을 누볐다. 워싱턴 파견 당시 주재기자로 백악관과 대법원을 취재하고, CNN방송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ABC에 재직할 때 함께 심야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로서 감명을 받는 경우는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조용하게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라고 했다.



 “지난해 테네시 동부의 작은 병원에서 진통제에 중독된 여성의 출산 과정을 일주일간 취재할 때 자기 아이인 것처럼 출산을 돕던 간호사가 기억에 남아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때 좋아하는 문구가 적힌 펜던트를 그가 줬는데 늘 지갑에 넣고 다니며 되새겨요. 유명인들의 크고 놀라운 이야기는 매일같이 쏟아지죠. 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진심과 열정을 다해 일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해요.”



 보물처럼 꺼낸 은색 펜던트에 새겨진 문구는 ‘달을 향해 쏴라(shoot for the moon)’였다. 이 말은 미국의 유명 강연자인 레스 브라운의 경구인 “달을 향해 쏴라. 달을 놓치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별들 사이에 있을 것이다(Shoot for the moon! If you miss, you will still be among the stars.)”에서 따온 듯했다. 멜라닌 합성이 결핍된 선천성 유전 질환인 ‘백색증’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차별을 보도하는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다양한 보도로 에미상과 언론상인 그레이시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는 달을 향해 쏘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1.5세다. 채널13 WNET 대표이사인 남편 닐 샤피로(전 NBC 사장)과는 ABC방송사에서 만나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는 “남편도 나도 바쁘지만 13·10·6세인 세 아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직도 취재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여전히 세상이 궁금해요. 눈 감는 날까지도 그럴 것 같아요.”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뉴욕중앙일보 황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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