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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기 적합업종제도 살려야 하는 이유

전승우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여름, 어느 지방 소재 생수업체 사장이 서울 서초동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소 앞 10차로를 대형 트레일러로 가로막은 일이 있었다. 이 사장은 잘나가던 사업이 경쟁 대기업의 부당 염매행위(제조원가나 매입원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행위)로 큰 피해를 입자 이 회사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문제가 바로 시정되지 않자 견디다 못한 사장은 이런 ‘불법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심정의 중소기업인이나 자영업자 사장이 국내에 한두 명은 아닐 것이다.



 1998년 중소기업 두리화장품이 ‘댕기머리’라는 한방 샴푸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자 LG생활건강(리엔)·아모레퍼시픽(려)·애경(에스따르) 등이 시장에 진입했다. 결국 두리화장품은 대기업과의 경쟁에 실패하고 2010년 대형마트에서 철수했다. 냉동만두의 경우에도 과거 중기 만두조합이 있었지만 대기업의 무차별 판촉행사 등으로 조합은 해산됐다. 대부분의 중기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되고 말았다.



 2011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적합업종) 제도가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제조업 85개, 서비스업 15개 등 총 100개 업종·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기한이 3년이라 올해까지 이 업종들에 대한 재지정 또는 해지를 결정해야 한다.



 최근 적합업종에 속한 중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제도가 매출 확대에 큰 효과는 없었지만(9.1%만 긍정 응답) 경영상의 심리적 안정감(65.9%), 경쟁력 향상을 위한 품질 개선(40.2%), 원가 절감(36.8%) 등에는 효과적이었다. 현재 적합 업종의 95.5%가 재지정을 희망하고 있다. 이 제도가 보완해야 할 점은 많지만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대기업 측은 이 최소한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약화시키려 한다.



 적합업종 제도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생태계의 다양성이 파괴되면 오히려 소비자 선택은 더 제한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경쟁에 실패해 소수의 대기업만 시장에 남았다고 가정해 보자. 독과점 지위에 있는 대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만 생산·판매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소수의 대기업이 담합할 가능성도 커진다.



 대기업은 적합업종 제도가 외국계 기업만 유리하게 만든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논리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업종에서 외국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발광다이오드(LED) 등은 10%, 재생타이어는 1.1%에 그친다. 일본계 외식업체도 전국 음식점 수의 0.015%에 불과하다.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된 지 3년, 아직 가시적 성과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없애려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전승우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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