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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역 발전 위해 '국립대 발전법' 제정해야

장지상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21세기는 자본이 아니라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지식기반시대다.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총량이 국민의 물질적 풍요와 행복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되는 시대인 것이다. 지식과 기술 그리고 문화를 창조하는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정은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지역의 번영은 그 지역 주민이 창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총량에 달려 있고, 그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지식과 문화 창조 역량이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추락하고 있는 지역경제와 함께 지방대학의 위상도 덩달아 추락해왔다. 특히 입학정원 감축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의 와중에서 지방대학은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지방대학이 위축되면 지역이 보유하는 지식의 총량이 줄고 이는 다시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지방대학의 발전 없이는 지역경제의 장기적 회복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1월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매우 시의적절한 입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이 제대로만 시행되면 젊은 층이 떠나고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범위 내에서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번에 제정된 법은 직접 지방대학의 육성을 겨냥한 법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7월 말 이 법의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에 국가의 힘만으로 부응할 수 없어 사립대학이 그 공백을 메웠다. 그 결과 90년대까지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으며, 질적 수준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난 것이 95년의 ‘5·31 교육개혁’이다. 이후 20여 년간 우리나라 대학은 다양한 개혁의 과정을 거쳤고 또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교육개혁의 철학적 배경에 ‘시장주의’가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이며, 오늘날 대학 입학정원의 과잉을 초래한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당시 세계적인 규제완화 추세 속에서 시장주의를 채택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로 인해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짐으로써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지켜야 할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가 방기되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BK21사업, NURI사업, 교육역량강화사업, 특성화사업 등 그동안 시행된 정부의 대학 지원은 국립과 사립을 구분하지 않은 채 시행돼 왔다. 그 결과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으로서 지켜야 하는 행정적 규제에 묶인 채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립대학과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운영 예산이 정부지원 사업의 수혜 여부 및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국립대학으로서는 공공성 추구는 고사하고 계획적인 대학 운영도 어렵게 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국립대학은 국가가 설립한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으로서, 시장에 맡겨둘 경우 공급되기 어려운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두고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역발전에 대한 장기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지식을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하며 나아가 지역 고유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시장이 공급할 수 없는 공공재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지방 국립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에 대한 책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발전에 대한 사회적 책무도 명시적으로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립대학과 관련된 법은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 설치령’이 있지만 대학 운영과 관련된 일반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립대학의 설립 목적과 사회적 책무, 그리고 지원에 관한 사항을 담은 법제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해 국립대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국립대학발전법(가칭)’을 특별법으로 입법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장지상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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