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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손가락이 제일 맛있어요

손가락이 제일 맛있어요. 고은양 손가락 닳겠네.

고은양은 혀가 손인가 봅니다. 궁금하면 뭐든 가리지 않고 빱니다. 손가락 발가락 등 자기 신체 부위를 비롯해 장난감은 기본으로 입에 넣고 빨아댑니다. 아기띠를 매면 침받이가 흥건하게 젖고, 아기 체육관에 달린 인형도 어떤 맛인지 골고루 빱니다. 거실에서 놀다 주방까지 기어와 주방에 깔아 놓은 발걸레를 빨고, 거실 창가의 블라인드 끝자락을 빱니다. 제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기어와 제 발가락을 빨기도 하고요. 정말 가리는 게 없습니다. 일단 원하는 걸 잡고, 그리고 빱니다. (아, 딱 하나 안 빠는 건 공갈 젖꼭지네요.ㅠ)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빨기 좋아하는 건 고은양의 왼쪽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입니다. 쉴 새 없이 빱니다. 손을 안 쓴다 싶으면 왼쪽 손을 들어 빨고 있습니다. 신기한 건 오른쪽 손은 랜덤하게 주먹을 빨거나 엄지를 빨거나 검지를 빨거나 하는데, 왼쪽 손은 꼭 두 개 손가락만 입에 넣고 쪽~쪽~ 빱니다.

책을 보니 아기들은 3~4개월 무렵부터 손가락을 빠는데 이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하더군요. 손가락을 빨면서 정서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죠. 그래서 손가락을 빠는 걸 억지로 빼지 말고 놔두라고 합니다. 보통 6개월 정도면 자연스럽게 빠는 행동을 멈추니까요.

문제는 고은양은 만 6개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손가락을 빨고 있다는 겁니다. 자연히 없어지겠지 했는데 여전합니다.

손가락 빠는 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난주 백화점 문화센터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를 만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손가락을 열심히 빨고 있는 고은양을 보곤 “에이구 예쁘게 생긴 아기네. 근데 손가락을 빠네. 그거 빠는 거 아니야. 그거 나쁜 거야. 안 돼요” 라고 고은양을 타이르듯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곤 제게 “손가락 빠는 거 습관들이면 안 되니깐 못 빨게 하라”고 조언하십니다. 그냥 놔두면 심할 경우 손가락이 이상해지고 얼굴 변형도 오며, 커서도 손톱 물어뜯고 한다고.

그때부터 고은양이 손가락 빠는 게 유난히 거슬립니다. 차라리 장난감을 빠는 게 나아 보입니다. 장난감 등 물건을 빠는 거야 맛을 알게 되면 그칠 것 같지만 손가락 빠는 건 버릇이라 고치기 힘들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며칠 전 예방접종을 하느라 병원에 갔다 간호사에게 지나가는 말로 고은양이 손가락을 여전히 빤다고 했더니, 간호사는 ‘안됐다’는 표정으로 제게 “그거 습관이에요. 안 빠는 애들은 안 빨아요” 라고 하는 겁니다.
고은양 손가락 빠는 게 요즘 육아의 심각한 고민이 됐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이유가 ‘안습’입니다. 고은양 손가락 빠는 게 결국은 다 제 책임인 것 같았습니다.

6개월 이후에도 손가락 빨기가 계속되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이 무렵의 손가락 빨기는 심심함이나 불만족 불안감 등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한 행동일 때가 많다고 하네요.

키즈카페에 간 고은양. 놀 게 많으니 손가락을 안 빠나?
고은양을 관찰해보니 정말 고은양은 혼자 있을 때 손가락을 빱니다. 제가 안아주면 손가락을 빼거든요. 대신 제 옷자락을 꼭 잡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죠. 주로 혼자서 놀거나, 먹기 싫은 이유식을 억지로 먹일 때, 잠투정을 할 때 등. 그렇게 심심하고 불안하다가 손가락을 빨면 마음이 안정되는가 봅니다. (못 빨게 하면 짜증을 내면서 발가락을 빨기도 합니다.ㅠ)

그런데 이런 현상은 특히 하루 종일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아기나 엄마로부터 받는 좋은 자극이 적은 아기, 충분히 놀 수 있는 환경을 제한받는 아기 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못 빨게 하려고 손가락에 뭘 묻히거나 장갑을 씌우는 등의 인위적인 방법보다는 엄마가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아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결국, 무심한 엄마를 둔 탓에 고은양이 손가락을 빠는 거였나 봅니다. 손가락 빤다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아기에게 야단만 친 엄마가 미안해 집니다.
고은아, 앞으로는 잘 놀아줄게. 손가락은 이제 그만~.
(그래도 이유식은 안 먹고 손가락만 빠는 고은양을 보면 인내심에 한계가 오곤 합니다.)

ps. 고은양은 이번에도 일주일째 일을 못 보다, 약을 먹고 나서야 응가를 했습니다. 응가 폭탄이었습니다. 엉덩이 씻어 준다고 물에 담갔더니 물 속에서도 응가를 하더군요.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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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