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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은 도둑처럼 갑자기 오지 않았다"

지난 9일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포럼 ‘독일 통일과 한반도’ 학술회의에서 황병덕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오른쪽)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에 통일 담론이 무성했었다. 마치 통일이 언제라도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은 들뜬 분위기마저 있을 정도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독일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독일처럼 우리도 평화적으로 갑작스럽게 통일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고조됐었다.

서독 일관된 대동독 정책으로
통일 전 사실상 국가연합 상태
"북, 평화통일 선택하게 해야"



 그러던 것이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한순간에 반전했다. 어린 학생 160여 명을 포함한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속절없이 수장되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자신감을 한순간에 꺾어 놓았다. ‘통일대박론’은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바람 가득한 풍선과 같은 생각이었다. 세월호는 그 풍선을 터뜨려 버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통일 논의는 구경조차 어렵다.



 지난 9일 한반도포럼(회장 백영철)이 주최한 ‘독일통일과 한반도’ 학술회의는 통일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4명의 독일 통일 전문가들은 일반의 상식과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독일 통일은 도둑처럼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연초에 고조됐던 통일논의가 ‘통일이 도둑처럼 온다’는 분위기를 짙게 띠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3년 전 말했던 북한 급변사태론은 이날 회의에서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였다.



 구동독 지역의 명문 예나대학교에서 10년 공부 끝에 사학박사가 된 강릉원주대 이동기 교수는 “1990년 독일이 통일되기 직전 동서독은 사실상 국가연합의 상태였다”면서 비록 통일 직전까지 서독의 모든 사람이 통일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통일될 수 있는 여건이었음을 강조했다.



 독일 뮌헨대 정치학 박사 김학성 충남대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서독에서 기민당 보수정부가 집권하면서 동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지만 서독 국민들의 대동독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서독 정부의 대동독 정책 일관성이 통일에 크게 기여했음을 지적했다.



 백영철 회장도 개회사에서 “서독의 ‘접근을 통한 변화’ 정책이 일관성 있고 초당적으로 추진되면서 다방면에 걸친 교류·협력 정책은 민족동질성의 확보와 평화적 통일의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우리도 단절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하루빨리 벗어나 교류협력을 위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여 명의 남북문제 전문가들이 참여한 2부 토론에서 사회자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통일 논의를 다시 하게 돼 바람직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1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부분 “독일 통일에 대해 몰랐던 일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만족해했다. 이에 덧붙여 ‘독일처럼 남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려면 어떻게든 북한 주민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이영선 코피온 총재,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는 견해들이 제시됐다.



 김영희 대기자는 서독 빌리 브란트 정부의 동방정책 설계자인 에곤 바르의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Small steps are better than big talks.”(작은 행동이 거대 담론보다 낫다)



글=강영진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연구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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