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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브라질서 만난 지구촌 2030

왼쪽부터 안드레아(브라질·33) 초등학교 교사, 디에고(에콰도르·34) NGO 활동가, 카를로스(온두라스·20) 취업 준비생, 브욘(독일·21) 자동차 엔지니어, 율라라(호주·21) 은행원, 마크(호주·20) 대학생.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 청춘들의 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월드컵 무대를 뛰는 선수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관중도 절대 다수가 2030 청춘 세대입니다. 청춘리포트는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에 브라질 현지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글로벌 청춘들을 만났습니다. 언어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청춘이 지닌 고민의 색깔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청춘리포트가 브라질·독일·에콰도르·온두라스·호주의 청춘들과 나눈 청춘방담(靑春放談)입니다.

어느 나라든 청춘은 다 아파 … 그래도 월드컵은 양보 못 해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한국에서 브라질까지는 꼬박 30시간이 걸렸다. 서른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는 건 고역이었지만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은 부풀고 있었다. 바야흐로 때는 월드컵 개막을 한 달 앞둔 5월 13일이었다.



 하지만 상파울루에 내렸을 때 한껏 부풀었던 가슴이 맥없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한 달 뒤면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라는데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경기장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임금을 올려 달라며 경찰관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이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브라질 특유의 열정은 솟구치고 있었다. 낮에 경찰이 시위를 하던 거리는 밤이 되자 축제의 무대로 바뀌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삼바 음악이 흘러나오면 어디서든 몸을 흔들었다. 술에 취해 흥겨워진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Bem vindo ao Brasil!(브라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청춘리포트가 겪은 브라질은 어딘가 역설적인 구석이 있는 나라였다. 이 나라의 어수선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는 청춘의 두 가지 표정을 떠올리게 했다. 제 삶이 지독히 무겁거나 혹은 지극히 가볍거나.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에서 만나본 글로벌 청춘의 모습도 꼭 이와 같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청춘은 발랄하게 쓸쓸한, 역설의 세대였다.



 글로벌 청춘들과의 수다는 브라질 헤시피에서 영어로 진행됐다. 모두 브라질 현지에서 열린 NGO 단체 행사에 참가한 이들이다. 국적과 인종은 달라도 청춘의 고민은 다르지 않았다. 사랑과 결혼, 취업과 내 집 마련…. 하지만 이야기가 월드컵 이야기로 옮겨가자 다들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마치 월드컵 경기를 치르듯 격정적인 대화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 개인적인 고민부터 털어놔보자.



 ▶브욘(독일·21)= 부모님 집에서 독립해 여자친구와 동거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집값이 너무 비싸서 고민이다. 프랑크푸르트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 한국은 동거를 도덕적으로 그릇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하다.



 ▶디에고(에콰도르·34)=에콰도르도 동거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남미 국가는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물론 지역별로는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사는 동네는 빈곤 지역인데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거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안드레아(브라질·33)=나는 결혼한 지 8년째이지만 브라질은 결혼보다 동거를 선호하는 편이다. 빈부 격차에서 오는 문제인 것 같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결혼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층은 결혼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브욘=독일도 젊은 층에선 동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부분 중간에 혼인신고를 한다. 동거는 단지 상대와 내가 함께 인생을 살아갈 준비가 됐는지 테스트하는 기간이다.



 ▶카를로스(온두라스·20)=온두라스 젊은 층도 동거를 많이 한다. 스무 살 전후로 연애를 시작하고 동거하는 친구가 많다. 빠른 경우엔 열 여섯 살부터 동거를 하기도 한다.



우리 취업할 수 있을까



 - 동거든 결혼이든 집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한국에선 집값 때문에 고통 받는 청춘이 많다.



 ▶안드레아=한국도 브라질보다 주택 가격이 비싸진 않을걸? 브라질에서 집을 산다는 건 극소수의 상류층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중산층 이하는 대부분 임대로 살고 있다. 요즘은 월드컵 때문에 물가도 미친 듯이 올라서 더욱 살기가 빡빡하다.



 ▶브욘=내가 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집값도 살인적이다. 대다수 젊은이들이 도시에 살고 싶어하니까 임대료가 계속 올라간다.



 - 한국 청춘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결국 뭐니뭐니해도 취업이다.



 ▶카를로스=사실 난 ‘백수’다. 알겠지만 온두라스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나라가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도 심하고 알코올·약물 중독자도 많다. 나라가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고등교육을 받는 젊은이가 드물다. 대학은 10명 중 1~2명 갈까 말까다. 그래서 상당수 청춘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마약 중개 같은 범죄 조직으로 흘러간다. 내 친구도 마약 조직에서 일하다 총 맞고 죽었다.



 ▶안드레아=브라질의 젊은 세대도 평균적인 학력 수준이 높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문이 워낙 좁아서 결국 마약이나 범죄에 빠지는 젊은이도 많다. 각종 범죄에 연루되다 보니 사망하는 젊은이도 있다. 브라질은 2030 세대의 사망률이 노인 사망률 못지않게 높다. 취업률보다는 사망률 걱정이 브라질 청춘에겐 더 큰 문제다.



 ▶브욘=미안한 얘기지만 독일의 경우 특별히 취업이 어려운 건 아니다. 다들 원하는 직장을 골라 가는 분위기다. 그리고 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못 하면 나라에서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취업이 좀 늦어진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독일에는 터키 이민자가 많은데 취업 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율라라(호주·21)=독일의 터키 이민자들과 내 처지가 비슷한 것 같다. 보다시피 난 금발의 백인이 아니다. 호주 원주민 출신이다. 호주에서 원주민 출신들은 여러 부분에서 차별을 받는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취직을 해보니 차별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겠더라. 호주에선 인종별로 취업률이 판이하게 다른 편이다.



 ▶마크(호주·20)=나도 원주민 출신이라고 어릴 때 학교에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 호주가 관용적인 사회인 것 같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인종차별이 심한 편이다.



우리 우승할 수 있을까



 - 브라질에 와서 월드컵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승국을 예상해본다면.



 ▶안드레아=당연히 브라질이다. 질문을 할 필요도 없는 거다. 브라질 축구는 세계 최강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브욘=결승전은 독일과 브라질이 만날 것 같다. 브라질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독일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디에고=무슨 소리냐. 에콰도르야말로 우승도 가능한 팀이다. 우승은 아마 에콰도르가 아니라면 브라질이 할 것 같다.



 - 한국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브욘=미안하다. 축구에선 한국은 우리 관심 밖이다.



헤시피(브라질)=고석승 기자

일러스트=송혜영 기자, 취재협조=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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