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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국은 대륙 국가일까 아니면 해양 국가일까





[일러스트=강일구]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약 1세기 전, 영국 지리학자 해퍼드 매킨더 경(卿)은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heartland)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론을 개진했다. 반면 미국의 해양 전략가인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은 바다를 지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북미에 대한 침공을 자연적으로 막아주는 대서양과 태평양, 그리고 세계와 교류하는 일차적 수단인 무역, 이 두 가지 덕분에 미국은 20세기에 해양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영국이라는 선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일본의 전략 문화를 규정하는 것은 해양이다. 대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시야는 대륙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느 쪽인가. 한국은 반도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기 때문에 아시아 대륙뿐만 아니라 동해·서해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 한국 역사의 대부분은 중국의 제국 체제와 연결됐다. 따라서 한국은 대륙에서 벌어지는 세력균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16세기말 해양으로부터 일본이 침공했을 때, 한국은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결국 전쟁에서 승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서 민주 무역 국가인 한국은 해양 정체성이 더욱 강화됐다. 이제 한국은 대륙 국가이자 동시에 해양 국가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의 이러한 이중 정체성에 압박이 가해진 일이 있었다. 5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Asia·CICA)에서다. 1999년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개최된 CICA는 최근까지 ‘휴면’ 상태의 모임이었는데, 올해 중국이 CICA의 개최국이 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중국이 CICA를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안보체제의 핵심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하이 회의 개막 이전에 중국은 공동성명에 서명하라고 한국에 엄청난 압력을 넣었다. 공동성명에는 아시아에서 블록과 동맹을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륙의 다른 미국 동맹국들은 압력에 허물어졌지만 한국은 중국의 제의를 거부했다. 공동성명 원안은 결국 발표될 수 없었다. 대신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탈(脫)동맹 안보체제’에 대해 넌지시 언급했다.



 애초에 중국이 불발로 끝난 공동성명에 한국이 서명하기를 기대한 이유는 뭘까. 한국 외교 정책 전문가들이 숙고해 볼 만한 중요한 질문이다. 내 추측은 이렇다. 막대한 규모인 한·중 경제 관계가 한·미 안보 파트너십과 가치의 공유를 압도한다고 베이징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역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베이징이 아마도 지나친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중국 쪽에서 바라본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 세력이 아니라 대륙 체제에 속하는 게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중국 내부에서는 아시아의 미래 질서에 대한 토론이 진행 중이다. 점점 더 많은 시진핑의 고문들이 세계에서 ‘두 질서’가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가 지배하는 질서가 그중 하나다. 러시아와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된 두 번째 질서는 서구 질서를 상쇄하는 질서다. 브릭스(BRICs)나 다른 비슷한 국가들의 모임이─예컨대 인도와 중국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2014>전략 측면에서 상호 불신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선례를 고려하면, 중국에서 제기된 이러한 논리는 의심스럽다.



 게다가 중국 전문가들은 미래 아시아 질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 최근 아시아의 전략 엘리트를 대상으로 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 질서의 지속’ ‘중국 중심의 아시아’ ‘미·중 공동 패권’ ‘다자주의적인 동아시아 공동체’ ‘다극체제’ 중에서 미국 중심 질서를 압도적으로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선호했다. 미국·일본·호주 전문가들도 한국 전문가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질서를 바라는 중국 전문가는 1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중국 중심주의, 미·중 공동 패권, 다자주의적 동아시아 공동체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핵심은, 중국이 리더십을 행사할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일단 미국의 힘을 점점 더 제약하는 질서의 도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한국은 미국 중심 동맹체제의 약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그 어떤 아시아 지도자보다도 사이가 좋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에도 좋은 일이다.)



 다른 많은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제 관계에서 한국의 위치는 지렛목(fulcrum)과 같다. 한국이 추구하는 최적의 상황은 해양 체제와 대륙 체제가 통합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렛목이나 다리에는 위험이 따른다. 양 체제가 한국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한국에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치라는 험난한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려면, 한국은 자신이 해양 국가이자 대륙 국가인 반도 국가라는 데서 파생되는 지정학적 함의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매킨더와 머핸, 이 둘의 지정학적 지혜를 모두 수용해야 할 때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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