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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돈키호테 같지 않은 진보교육감 기대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이 ‘서울대 폐지’로 압축되는 국립대 통합론을 1순위 공동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본지 보도(6월 10일자 1, 8면)에 서울대 재학생들의 인터넷 카페 자유게시판엔 냉소적인 댓글 수십 개가 올라왔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얘기다” “교육감에겐 월권이라 실현 가능성이 없다” “법인 서울대는 통합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대를 없애면 연세·고려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서울대 중심 시스템보다는 다원적이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통신 3사 중 하나를 없애 2개로 만들면 다원적이냐”고 지적한 서울대생의 댓글에도 수십 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국립대 통합론은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대의 입시전형과 학점·학위를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구상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입시 경쟁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2001년 장회익(현 명예교수)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서울대 교수 20명의 서명을 받아 처음 제안했다.



 서울대생들의 냉소를 불안감·이기심에서 나온 것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싶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육부 관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간부, 교육학자, 시민단체 대표는 물론 장회익 명예교수조차 한결같이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약을 찬찬히 뜯어보면 교육감끼리 뭉쳐서 교육부·대학에 압력을 넣겠다는 건데 순진한 ‘돈키호테식’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꽃도 못 피운 학생들이 희생된 것을 계기로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논의도 불거졌다. 때마침 대입을 개혁하겠다는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에 공감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을 터다. 공교육 붕괴, 수십조원 규모의 사교육, 성적 비관 자살현상은 지금처럼 대학 서열화가 존재하는 한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고 불쑥 국립대 통합을 내세우는 게 해법이 될 순 없다.



 국립대 통합 같은 사안은 입시 경쟁 완화라는 한 측면에서만 봐선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한국 대학 전체의 경쟁력이란 관점에서도 엄밀하게 손익을 따져 봐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은 공약 달성을 위해 ‘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공감대를 얻고, 똘똘 뭉쳐 국회·교육부·대교협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문제는 가슴이 뜨거울수록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며 “엄정한 주제인 만큼 기득권과 어떻게 소통하고 이슈로 이끌어 낼지 구체적 실행방안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창 한 자루 들고 풍차로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되지 않길 바란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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