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론] 북한 경제 어디로 가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중국의 학회에서 만난 젊은 북한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 평양에도 고층 살림집(주택)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힘주어 말하는 말투와 반대로 그 표정에는 “우리는 언제 이렇게 살아보나”라며 중국을 부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중국만큼 사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세 가지만 하면 됩니다. 북한의 협동농장을 가족농으로 전환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는 자유를 허용하며 창업과 투자의 자유만 허락하면 됩니다.”



 한국은행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1년과 2012년의 북한 경제성장률은 각각 0.8%, 1.3%를 기록했다. 음의 성장률이 아니니 가뜩이나 피폐한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또한 북한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거의 그럭저럭 연명하는 수준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위의 세 가지 개혁만 제대로 한다면 북한 경제는 해마다 5%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있다. 수년 지나면 식량난도 사라지고 ‘이밥에 고깃국’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는 법칙이다. 꼼수도 없고 제3의 길도 없다. 사유재산제와 시장 교환, 기업활동의 자유가 없는 체제는 어떤 방법으로도 살릴 수가 없다. 그런데 북한은 이 핵심 개혁은 하지 않고 외화벌이를 통해 버티려 하고 있다. 이미 18세기에 애덤 스미스는 국부의 원천은 금과 은이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능력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북한이 부강해지려면 외국에 팔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북한 경제의 생산능력을 키우려 하기보다 밖에서 외화만 벌어들이려 한다. 그러기 위해 외국에 나가 외화를 버는 사람들에게는 일정 금액을 정부에 바치면 나머지는 자신이 가지는 식 등으로 인센티브를 주었다. 심지어 중국과 거래하는 북한 기업이나 기관은 그 매출액의 5%가량을 뇌물을 포함한 부대비용으로 받고 있다. 그 결과 북한에 외화는 괜찮게 들어오는 반면 북한 내의 생산능력은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 활동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혁을 하지 않으니 돈이 투자를 통해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과 무역은 북한 경제의 버팀목인 동시에 북한 체제의 아킬레스 건이다. 30~60%에 달하는 무역개방도로 볼 때 북한은 더 이상 폐쇄국가가 아니다. 이 무역은 북한 내에 퍼지기 시작한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무역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시장의 주요 수요자가 되고 북한 시장에 공급되는 소비재의 대부분이 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서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자들은 무역과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밀수꾼, 고리대금업자 등이다. 이들은 힘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과 결탁되어 있기도 하다. 국가 기관이나 정치 권력자는 돈의 맛을 점점 더 알아가고 있다. 이전에는 돈이 있어도 살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평양의 아파트 분양도 받을 수 있고 고급 소비재도 살 수 있다. 그 결과 돈맛을 아는 권력기관 사이의 암투도 급증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도 이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평양에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는 북한 경제의 업적이 아니라 북한이 앓고 있는 병의 징후다. 남미보다 더 심각한 북한의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표징이자 돈이 갈 곳이 없어 건설로 몰린 결과다. 그것도 북한의 고리대금업자가 권력기관과 결탁하여 아파트를 짓고 일부를 그 기관에 증여하고 나머지는 분양하는 방식의 이상한 조합이다. 심지어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도 정부가 돈을 대지 않고 기관이나 기업에 할 일을 할당한다. 그러면 기관이나 기업이 알아서 억지로라도 자신의 돈과 자원을 끌어다 그 일을 완수해야 한다. 더욱이 속도전까지 요구하니 이런 건물이 제대로 지어지기는 어렵다.



 불행히도 북한 정권은 북한 경제를 어디로 몰고 가야 할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스키장을 짓고 특구를 발표하면 투자가 유치되고 외화가 들어오는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한 것은 북한 내에 있는 돈이 생산활동으로 사용되도록 투자와 창업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기업의 사적 소유권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 투자도 자연스럽게 유치될 것이다.



 대내적 개혁 없이 대외적 부분 개방만으로 북한이 성공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무역과 시장을 통해 들어온 변화 때문에 북한 체제의 변동성은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역과 시장을 막으면 북한 경제가 붕괴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이 딜레마 속에서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북한 정권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북한 경제가 지금과 같이 계속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역과 시장으로 경제 효율성은 어느 정도 증가하지만 이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이념적·제도적 기반의 침식을 동반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체제가 하루 만에 무너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최근 평양의 23층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처럼 말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