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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서울 압구정고 3학년 조성환군

조성환군이 자기 방에 있는 독서실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집중이 필요한 암기과목을 공부할 땐 주로 앞과 옆이 막혀있는 독서실 책상을 이용한다.


파란만장(波瀾萬丈). 파도 높이가 만장(萬丈·아주 높음)이라는 뜻으로 부침이 심할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압구정고 3학년 조성환군의 짧은 공부 인생이 그렇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 전역에서 상위 1%에 드는 영재였고, 초6 때 한국으로 돌아와 전국의 우수생이 모인다는 청심국제중에 합격했다. 하지만 바로 이때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첫 시험에서 전교 20등(전체 100명)을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은 떨어졌다.신반포중으로 전학 후에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전교 400명 중 100등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조군은 압구정고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비결이 뭘까.

전교 세 자리 등수에서 전교 1등으로
학원 전전했을 땐 성적 안 올라
수업 집중하고 쉬는 시간 복습하니 성적↑
"진짜 내 것이 될 때까지 무한 반복"



‘띵동땡동~.’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고 교사가 교실 밖으로 나가면 압구정고 3학년 4반은 금세 왁자지껄해진다. 학생 대부분 휴대전화를 꺼내 게임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하기 바쁠 때 꿋꿋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이 있다. 귀에 귀마개를 꽂은 채 교과서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조성환군이다. 중학교 졸업할 때 전교에서 상위 26%였던 그는 고1 1학기 때 전교 3등, 2학기 전교 2등으로 등수가 오르더니 고2 이후론 계속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다.



 뛰어난 성적을 받는 비결 중 하나가 수업 직후 복습이다. 특히 국어·영어·수학·사회는 쉬는 시간에 반드시 수업 내용을 다시 훑어본다. 쉬는 시간은 불과 10분이라지만 다음 수업 선생님이 교실에 오기까지 이동시간을 합하면 15분이 생긴단다. 그는 “전 시간 수업 내용을 정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며 “미리 조금씩 해 두면 내신 시험 공부할 때 이해나 암기가 훨씬 잘된다”고 말했다.



 조군의 학습 비결은 이렇게 특별하지 않다.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쉬는 시간에 바로 복습하고, 모르는 건 알 때까지 보고 또 보는 거다. 모범생이라면 대부분 하는 방법이지만, 그는 조금 더 철저히 지킨다.



 조군은 “수업 집중도와 성적은 정확히 비례한다”며 “특히 내신 시험은 선생님이 가르친 내용에서 벗어난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그는 중학교 때 학교 수업을 집중해 듣지 않았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도 주말에 학원을 전전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학원을 아무리 많이 다녀봤자 좋은 성적이 나올 리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달라졌다. 주요 과목은 물론, 한문이나 제2외국어 수업에서도 단 한 번도 졸은 적이 없다. 한두 번 졸기 시작하면 버릇이 될까봐 두려워서다.



 조군의 공부 비법은 또 있다. 아는 것도 다시 보기다. 많은 학생이 수학을 공부할 때 오답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만 정리하지만, 그는 맞은 문제도 다시 푼다. 확실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조군은 “맞았던 문제를 다시 풀었을 때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반복 학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체 흐름을 파악한 뒤 처음 보는 내용이 나오면 다른 사람에게 술술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 보고 또 본다. 처음에는 연필로, 그 다음에는 노란색 형광펜과 분홍색 형광펜으로 색깔을 바꿔가며 표시한다. 시험 전에는 여러 번 표시가 된 단어나 내용만 집중해서 암기한다. 그는 “수업을 듣거나 교과서를 볼 때는 이해한 줄 알지만, 막상 문제를 보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머릿속에 지식이 얼마나 쌓이는 지 계속 체크하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탐구 인터넷 강의를 듣는 모습.
 고3이 된 후에 학원을 전부 그만둔 것도 같은 이유다. 중학교 때는 물론 고1 때까지 급한 마음에 국어·영어·수학·사회·논술 등 과목별로 학원을 다녔지만,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학원에서 분명히 배운 내용인데, 시험에 나오니 풀 수가 없더라”며 “내가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남의 수업만 듣는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고1 겨울방학에 사회·영어·논술, 고2 1학기 때 국어, 고2 겨울방학에 수학 학원을 차례로 그만뒀다. 현재 사회탐구 과목만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학원 가느라 시간 뺏길 일도 없고, 모르는 내용을 꼼꼼히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관리 능력을 기른 게 도움이 됐다. 고3이 된 후에는 수능에 맞춰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매일 아침 오전 5시40분에 일어나기다. 수능 국어 시험 시작 시간인 오전 8시40분보다 딱 3시간 전이다. 조군은 “아침에 일어난 뒤 3시간 후에 머리가 가장 맑더라”며 “학교에 가장 먼저 등교해 국어 공부를 하는 것도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얘기를 들어서”라고 말했다. 공부를 전략적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성환군 사회 교과서. 맨처음 모르는 부분에는 연필, 두 번째는 노란색 형광펜, 세 번째는 분홍색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아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시험 직전 공부할 때 도움이 된다.  


 그의 책상은 이런 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조군이 집에서 사용하는 책상은 모두 3종류. 방에는 일반 책상과 독서실 책상이 있고, 서재에 컴퓨터 책상이 하나 더 있다. 수학문제를 풀거나 암기과목을 할 때는 독서실 책상을 이용하고, 개념 이해가 필요한 건 일반 책상에서 한다. 또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는 서재에 있는 컴퓨터 책상을 이용한다. 컴퓨터 게임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거다. 또 공부 시작 전에는 반드시 책상을 깨끗이 치운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도 전교 1등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렵게 들어간 청심국제중에서 그가 한 일은 딱 두 가지, 게임과 축구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밤에는 기숙사에서 게임을 했다. 밤새 게임하고 수업 중에 잔 적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메이플스토리·서든어택 등 게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다. 그는 “기숙사학교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20등이었던 그의 성적은 중2 때 전교 80등 밖으로 떨어졌다. 중2 말 성적표를 보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 김수련(59)씨에게 “이러다 대학에 못갈 것 같다”며 “전학 가겠다”고 말했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옮기기가 아까웠던 김씨는 “고민을 좀더 해보자”고 했지만, 조군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김씨는 10일 후 전학 수속을 밟았다.



 기대를 안고 신반포중으로 옮겼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국제중에서는 친구와 교사 눈치라도 봤지만, 일반중에서는 그마저도 없었다. 학교 끝나고 학원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PC방에서 살았다. 머릿속으로는 ‘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발은 PC방을 향했다. 메이플스토리 최고 레벨이 200인데, 그는 방학 3주 동안 160을 기록했다. 하루에 14시간 동안 게임만 한 적도 있다. 공부는 시험 일주일 전 벼락치기와 학원 수업 듣는 게 전부였다. 전학 후 첫 시험은 전교 30등이었지만, 졸업할 때는 100등으로 졸업했다.



 중3 겨울방학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 날 문득 PC방에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안 좋은 성적 받아와도 혼내지 않는 부모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엄마에게 “왜 자신을 혼내지 않냐”고 물을 정도로 부모는 한번도 조군을 다그치지 않았다. 조군은 부모님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대 교수인 아버지를 본받아 서울대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운 건 처음이었다. 그는 “솔직히 ‘놀만큼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께서 나를 막 혼내고 좋은 성적 받아오기를 강요했으면 더 안 좋게 변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답답한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공부는 억지로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를 깨달을 수 있게 기다린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책상 위 교재



● 국어: EBS수능특강(EBS), 마르고 닳도록 수능기출문제집(마닳) ● 영어: EBS수능특강(EBS), 어휘끝(쎄듀) ● 수학: EBS수능특강(EBS), 자이스토리(수경출판사) ● 사회(경제, 한국사): EBS수능특강(EBS), 미래로 수능기출문제집(이룸이앤비)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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