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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없는 교육감들 "대입 개혁" … 2017대선 핫이슈 될 수도

지난달 19일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학 서열 체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장만채(전남)·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이청연(인천) 당선자, 정찬모 전 울산교육감 후보, 장휘국(광주) 당선자. [뉴시스]


6·4 지방선거에서 조희연 후보가 서울교육감에 당선된 직후 서울대 재학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자유게시판엔 “공약대로 결국 서울대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 “아들은 서울대 보내 놓고 서울대를 없애자는 거냐”는 내용의 글 수십 개가 줄줄이 올라왔다. 조 당선자를 비롯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핵심 공약 1번으로 ‘대학 입시 개혁’을 내걸고 실행 방안으로 ‘임기 말까지 유럽식 대학 입학 자격고사를 도입하고,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학 서열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데 대한 우려 섞인 반응이었다.

'대학 평준화' 공약 실현 가능할까
"진보가 헤게모니 쥘수 있는 의제"
13명 뭉쳐 국회·대교협과 협상 계획



 유럽식 대입 자격고사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는 프랑스가 본보기다. 프랑스는 1971년 대다수 대학을 국립화·평준화했다. 대학 입학 능력이 있는지만 측정하는 ‘바칼로레아(Baccalaureat)’를 치른 뒤 합격선만 넘으면 파리 시내에 흩어진 1대학(법학·역사학·철학)부터 13대학(법학·경제학·문예학·의학)까지 선택해 입학하는 식이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진보 당선자들의 공약은 파격으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전례가 없지 않다. 2012년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나 2007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같은 취지의 공약을 했다. 진보교육감들은 ▶고교 평준화를 확대 하고 ▶수능을 자격 시험으로 바꾸며 ▶국립대 캠퍼스를 통합해 고교 내신 위주의 입시를 함께 치르고 ▶학점·학위도 공동으로 준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논란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들이 이런 공약을 밀어붙이는 건 대학 입시를 개혁하지 않고선 초·중·고 교육 개혁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 당선자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의장 시절 “대학 입시 개혁의 문제는 각론이 아니다. 진보 세력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헤게모니(주도권)를 쥘 수 있는 핵심 의제”라고 말했다.





  이런 입시 개혁안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을 관할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입 제도를 바꿀 권한이 없다. 조 당선자 스스로도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감 영역을 벗어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당선된 13명의 진보 교육감은 똘똘 뭉쳐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회를 상대로 ‘실력행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해 국회·대교협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원근 대교협 사무총장은 “그동안 교육감과 정기 협의회가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다”며 “만나서 대학 입시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교육감들이 원한다고 대학이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총장 수백 명이 건의해도 교육부·국회가 꿈쩍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2001년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론을 설계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그동안 수차례 논의됐지만 당사자인 서울대의 반발이 극심해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법인화한 서울대가 국립대로 묶일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엄격히 보면 사립대 범주에 포함돼 진보교육감의 국립대 통합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빠진 국립대 통합은 진보교육감들이 의도하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 서울대가 국립대로 통합되더라도 고려·연세대 등 사립 명문대가 그 자리를 차지해 입시 경쟁은 여전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학계에선 프랑스 대학 체제를 실패한 모델로 본다. 대학 통폐합 이후 프랑스 대학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에는 바칼로레아 합격 후 2~3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입학하는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 있다.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콜 졸업생들은 정·재계, 학계 고위직을 독차지해 프랑스에선 그랑제콜 폐지론까지 나온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프랑스·독일은 세계 대학 평가에서 미국에 크게 밀려 대학 경쟁력 강화 요구가 거세다”며 “문화·역사적으로 객관적 시험을 통한 서열 받아들이기에 익숙한 우리 문화에서 ‘대학 평준화’로 대표되는 프랑스식 평등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대학 서열을 해체하더라도 국립대를 묶는 식으론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화·특성화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진보교육감들의 대학 입시 개혁은 토론의 불씨를 댕기는 의미 정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입 개혁에 성공할 경우 2017년 대선에서 가장 폭발력이 큰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입시 개혁은 무상급식과 차원이 다른 이슈”라며 “전 국민의 관심사인 데다 지금껏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인 만큼 대입 개혁에 성공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대의 입시전형과 학점·학위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체제다. 지역 거점 국립대 캠퍼스는 학과별로 특성화하고, 서울대는 장기적으로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발전시킨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입시 경쟁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2001년 장회익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서울대 교수 20인의 서명을 받아 처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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