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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163년 지킨 편집국 벽을 깬다

뉴욕타임스(NYT)가 신문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며 자체적으로 작성한 ‘혁신보고서’가 화제다. ‘디지털 우선’을 넘어 ‘디지털 중심’을 선언하는 모양새다. 1851년 창간 이후 종이 신문의 DNA를 뿌리째 흔든다. NYT 발행인 아서 슐츠버그의 아들인 AG 슐츠버그 등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6개월간 작업한 결과다. 수용자 개발, 디지털 우선 전략, 개인화된 뉴스, 교류매체 활용, 디지털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 등이 골자다. 서울대 이준웅 교수가 이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우리 언론에 대한 시사점을 짚어봤다.


NYT ‘혁신보고서’는 언론매체의 지형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 내용과 서비스, 기술과 디자인, 조직과 인사 등 언급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우리 언론인과 학자들도 부지런히 읽고 이런저런 제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를 디지털 복음서처럼 취급하는 태도는 문제 있어 보인다. 보고서의 제언은 NYT를 제외한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며, 누구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한국 언론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반성의 입지점으로 삼을 수 있을 뿐이다.

새로운 경쟁자, 파괴자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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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는 ‘파괴자’들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기술적 혁신과 수용자 개발을 통해 전통적 언론매체의 논리를 넘어서 기존 언론을 교란하는 혁신자를 의미한다. 아직 NYT와 겨루기에 한참 모자라는 듯 보이는 신생 언론사도 파괴자로 대접한다. 가디언 미국판과 야후 뉴스와 더불어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서카 등 인터넷 언론을 언급한다. 후반부에는 아예 ‘경쟁자’라 부른다.

 보고서를 읽으며 가장 부러웠던 점도, 혁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환경이 먼저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최근 몇 년간 언론매체 지형에 파괴자가 등장해 주류 언론사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은 경우가 있었던가? 한겨레가 창간된 이래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마이뉴스는 시민참여형 뉴스를 개척한 공적을 인정받겠지만 결국 제도 언론에 대한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수없이 명멸하는 팟캐스트 언론도 마찬가지다. 대안적 시각을 제공하는지 모르겠지만 대안적 정보원으로 의존하기 어렵다. 뉴스타파와 국민TV가 대안 언론이 아니라 어엿한 ‘그냥 언론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종편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이 파괴자라면 파괴자인 우리 현실이 서글프다. 파괴자라고 하기에 이들은 내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너무 주류언론과 가깝다.

충성스러운 수용자 개발, 고품질 저널리즘


  전반부의 주제는 수용자 개발이다. 독자가 아니라 수용자라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을 통해 유입되는 뜨내기 수용자를 충성스러운 독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자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교류매체를 통해 기사를 홍보할 것을 주문한다. 잠재적 독자를 찾아내서 더 많이, 더 오래 NYT 웹이나 앱에 머물 수 있도록 ‘이용자 관련성(engagement)’을 높여야 한단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해마다 신문 광고시장이 축소한다. 그럼에도 NYT가 건재한 까닭은 충성스러운 독자의 구독료가 재원으로 굳건하기 때문이다. NYT는 구독료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 험난한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이라고 믿는 듯하다. 수용자 개발을 위한 속류 마케팅 보고서 수준의 각종 제안 속에 “우리는 소식지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이기도 하다”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오래 머물러 있는 충성스러운 독자를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혁신보고서를 따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디지털-우선 전략을 도입한다면, 뉴스를 개인화해서 제공하고, 이동형 앱 서비스를 개발하고, 교류매체를 활용하고, 뉴스 이벤트를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 미안하지만 우리 언론이 이렇게 한다 해도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NYT에 있는 바로 그것, 품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혁신보고서는 그 품질을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람과 조직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어야

 최종 제언은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다. 이용자 개발, 서비스 혁신, 자료 분석 등 디지털-우선 전략을 전개하는 데 인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전통적 언론인이 아니라 수용자 개발과 서비스 혁신을 아는 언론인, 즉 디지털-우선 전략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춘 언론인이다.

 보고서는 NYT에서 일하던 디지털 인재들이 조직을 떠난 이유를 소개한다. 특히 서비스 개발자가 편집국 미팅에 소외되어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사례를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미국 언론사에서도 편집국 기자들과 서비스 개발자의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다. 보고서는 또 편집국과 사업 및 개발 부문 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제언을 거듭 강조한다.

 우리 언론을 보면 편집국과 기술 및 사업부문 간의 장벽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자들도 본사 기자와 디지털 기자로 나뉘어 서로 협력이 부족하다. 언론인 전반이 의외로 ‘소통의 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가령 언론의 품질을 염려하는 언론인이라면 디지털판의 내용도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신문이나 방송을 위해 쓴 기사가 인터넷에 아무런 재가공 없이 그대로 신문 문체와 방송 어투로 나가는 것을 민망해해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판 기사에 달리는 광고의 수준이 왜 그리 저질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NYT가 인재를 탐하듯이 우리 언론도 인재를 탐했으면 좋겠다. 특히 편집국 간부가 직접 나서서 디지털 글쟁이와 개발자를 영입했으면 좋겠다. 기존 언론인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일단 사람을 바꿔야 최소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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