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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역 방화 참사 막은 '75세 영웅'

서울 지하철 차량 방화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화한 공로로 소방방재청장의 표창장을 받은 시민 이창영(오른쪽)씨와 역무원 권순중씨. [변선구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10시52분쯤 매봉역을 떠나 도곡역으로 향하던 서울 지하철 3호선 네 번째 객실 내부. 열차가 매봉역 승강장을 출발해 터널로 들어서자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조모(71·구속)씨가 갑자기 가방 속에서 1ℓ짜리 시너 병을 꺼내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차량 내부 벽에 불이 붙었다.



역무원 권순중씨와 함께 불 꺼
소방방재청 '용감한 의인' 표창

 때마침 차량에 타고 있던 역무원 권순중(46)씨가 소화기로 불을 끄기 시작했다. 조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차례 더 시너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권씨의 초기 진화 덕분에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소방당국의 현장 CCTV 확인 결과, 그날 불을 끈 사람은 권씨뿐만이 아니었다. 세 번째 차량에 타고 있던 70대 노인이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끈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창영(75)씨가 주인공이다.



 이씨는 차량 옆 칸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차량 사이 문을 열고 이동한 뒤 곧장 옆에 있던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껐다.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70대 노인이 지하철에 큰불을 내려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같은 70대 노인이 막은 셈이다.



 양종환 매봉역장은 “이씨와 권씨가 큰 불길을 잡아준 덕분에 열차가 도곡역에 진입했을 때 비교적 쉽게 불을 끌 수 있었다”며 “불을 지른 조씨가 가방 안에 부탄가스도 4통이나 넣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큰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신속한 판단과 대응은 평생 화재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주로 건물 전기실에서 일하며 ‘방화관리자’(현재 소방안전관리자)로 활동했다. 지금도 건물 전기 설비와 안전을 관리하는 업체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사건 당일에도 강남구 자곡동 인근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 나가던 길이었다. 이씨는 “평생 화재를 예방하는 일을 해왔는데, 직접 불을 끄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당황하지 않고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불을 껐다”고 말했다.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은 이날 이씨와 권씨를 직접 정부서울청사로 초대했다. 남 청장은 도곡역 방화 현장에서 신속한 초동 진화로 대형 참사를 막은 두 사람을 ‘용감한 의인’으로 표창했다. 방재청은 지난해부터 재난 현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을 세운 사람을 ‘의인’으로 선정해 시상해 왔다. 이씨와 권씨는 각각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의인이다. 이씨는 “하루에 시민 500만 명이 자가용처럼 이용하는 지하철, 안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정종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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