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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툭하면 20점 … 스트라이크존 넓혀라

2014년 프로야구는 과열됐다. 두산은 팀타율 0.310(역대 최고는 0.300·1987년 삼성)을 기록 중이고, 넥센 박병호는 60홈런(역대 최다 56홈런·2003년 이승엽)을 때릴 기세다. 타자들이 득세하고 투수들이 무너지는, 이른바 타고투저(打高投低) 시대다.



"투구 판정, 세계에서 가장 엄격"
투수 던질 공간 작아 타격 인플레
기록 가치, 야구 재미 확 떨어뜨려

5월 31일 롯데-두산전 전광판. H는 안타를, R은 득점을 뜻한다. 롯데는 프로야구 한 경기 역대 최다인 29안타를 때려내며 23-1로 이겼다. 올 시즌 한 팀이 20득점 이상 뽑아낸 경기가 여섯 번에 이른다. [사진 OSEN]▷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엔 점수·홈런의 가치가 하락한다. 득점 인플레이션. 투수들은 물론 타자들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투타의 균형이 깨지면 기록도 승부도 감동도 왜곡될 수 있다. 점수가 안 나도 걱정이지만 올해처럼 너무 많이 나도 고민이다. 숨막히는 투수전, 승부를 가르는 공 하나, 어렵게 짜낸 1점의 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타고투저와 투고타저는 몇 년 간격으로 주기를 탄다. 투수가 진화하면 이에 맞춰 타자도 발전하기에 보통의 경우라면 문제될 게 없다. 2014년 타고투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환경이 급작스럽게 변한 탓이다. 이대로 두면 ‘핸드볼 스코어’가 고착화한다.



 표면적 이유는 외국인 타자들의 재등장이다. 2000년 이후 대부분의 구단은 외국인 투수를 2명씩 뽑았다. 올해부터는 타자도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영입했는데 이들의 기량이 상당하다. 팀마다 묵직한 타자가 가세해 투수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



 외국인 타자보다 투수들을 더 괴롭히는 건 좁은 스트라이크존이다.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이 세계에서 가장 좁다는 평가는 사실인 것 같다. 룰을 어기는 건 아니다. 야구규칙 2.73에 따라 너비는 홈플레이트에, 높이는 타자의 어깨와 벨트의 중간부터 무릎 아랫부분에 맞춰 ‘칼같이’ 보고 있을 뿐이다.



 스트라이크존은 가상의 공간이다. 리그와 개인차가 있지만 규칙보단 넓게 보는 게 관례다. 과거 한국은 스트라이크존 좌우로 조금 벗어나는 공을 잘 잡아줬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존 바깥쪽에 후하고, 일본야구는 높낮이에 관대하다.



 최근 몇 년에 걸쳐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은 점차 좁아졌다. 좌우폭이 좁아졌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이젠 높은 공에도 인색하다는 불만도 터진다. 심판들도 할 말이 있다. 중계방송사가 서비스하는 ‘가상의 스트라이크존’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피칭궤적 시스템을 활용해 투수가 던진 공이 존을 통과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가끔 보여주고, 일본은 거의 쓰지 않는 화면이지만 한국에선 매 경기 볼 수 있다. 피칭궤적 시스템 결과가 팬들에게 노출되면 심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살짝 빠지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경우 타자를 응원하는 팬들로부터 비난을 듣는다. 따라서 ‘칼같이’ 판정할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이걸 좁다고 느낀다. 존이 좁아지면 투수에게 불리하다. 2003년 메이저리그에 이 시스템이 처음 도입됐을 때 커트 실링이 기계를 부숴 벌금을 내기도 했다.



 득점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는 걸 막기 위해선 개입이 필요하다. 마운드의 높이를 올리거나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규정이 허용하는 최저치로 낮추는 등 물리적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보다 투구궤적 시스템의 방송 노출빈도를 줄이거나, 심판 각자의 판정 재량을 인정하는 심리적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프로야구는 1997년 스트라이크존을 공식적으로 수정한 적이 있다. 하한선을 무릎 위에서 아랫부분으로 낮춘 것이다. 아래로 10㎝ 정도 넓어졌을 뿐인데 낮게 제구하는 효과와 떨어지는 변화구의 효용이 커졌다. 이후로도 알게 모르게 존을 움직인 적이 몇 번 있다. 10㎝ 이하의 변화로 야구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0-0 경기도 야구고, 20-10 승부도 야구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다득점 경기는 과유불급이다. 게다가 올 시즌 경기시간은 평균 3시간26분(연장전 포함)으로 역대 가장 길다. 스트라이크존을 조금만 넓혀도 야구가 달라진다. 득점 인플레이션 시대의 훌륭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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