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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모호한 대처 곤란한 미사일방어체제 논란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체제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주한미군이 미국형 MD의 핵심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THAAD) 도입을 추진하면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된 것이다. 우리 군은 사드(THAAD)가 들어오든 않든 독자적 미사일 방어망을 갖겠다는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받아들이면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해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를 취재하면서 자주 느끼는 거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와 걸린 문제에선 최대한 신중해진다. 숙성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도 드물다. 우리가 요청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만 해도 미국 입장은 “여러 조건을 따져 결정할 일”이라는 답에 머물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도 녹음기를 틀 듯 “공은 북한에 있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 점에서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한미군이 사드 도입을 위해 부지 조사까지 했고, 나중에 한국에 판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보도했을 때 미 국방부의 해명이 이어질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제임스 윈펠드 합참차장,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등이 되레 사드 도입 검토 사실을 인정했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 많은 군 관계자가 한·미·일 공동 미사일 방어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정부가 반박 회견을 하면 미국 정부 관계자의 추가 발언이 이어지는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드비아소 미 국방부 국장은 한국 정부가 사드의 성능과 가격을 문의했다고 밝혀 “어떤 협의도 한 적 없다”는 우리 국방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이쯤 되면 미국이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최종 결론 난 건 없다’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단서를 달긴 하지만, 한·미·일 MD체제 구축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고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대처도 더 유연하고 투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최근 논란은 국방부의 모호한 태도가 키운 측면도 있다. 논의한 적이 아예 없다든지,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 나서겠다든지 하는 주장은 뭔가 어색해 보인다. 주한미군이 부지 조사까지 했다는데 모르고 있었다면 소통 부족이다. 공격 방법이 바뀌면 수비도 변하는 게 당연한데 미사일 방어 이슈는 유연성을 잃어버리고 정책이 바뀌면 우리가 미국 압력에 굴복하는 것처럼 규정돼 버렸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 조심할 건 ‘우리가 친구 아이가’란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친한 사이니 알아서 우리 입장을 배려해줄 거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같은 지붕 안에 사는 부부간에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민감한 얘기는 대놓고 상대의 의중을 묻는 게 오해를 줄이는 길이다.



이상복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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