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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칼럼] 교육감에 당선된 두 친구에게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지자체 선거는 절묘한 무승부로 끝났다. 비록 표심이 홍동청서(紅東靑西)로 분할되기는 했으나 제발 싸우지 말고 타협정치를 하라는 유권자의 주문이었다. 교육은 성난 민심이 그대로 관통했다. 민심폭탄은 초·중·고생 85%인 605만 명을 진보교육계로 이전시켰다. 정책이야 어떻든 교육수장을 갈아치워야 그나마 속이 좀 풀린다는 앵그리 맘의 질타였다. 17개 시·도 중 13개가 전교조·민교협 산하로 전입 신고를 했다. 법외 노조로 위험시되던 전교조의 화려한 귀환, 시들해가던 민교협의 회심작이었다. 교육부 장관은 누가 되든 병력 없는 친위대인 반면, 교육현장은 반골기질이 역력한 야전 군단장들의 휘하로 편입되었다.



 대한민국의 보통 엄마들은 5% 특급인재를 위해 95% 범인(凡人)들이 따라가는 입시지옥에서 탈출하고 싶다. 교육이 청운의 꿈을 실현시키는 시대는 이미 지났음을 잘 알고 있는 터에 일등 인재 양성의 좁은 길로 자녀들을 몰아넣는 보수교육계의 엘리트주의적 발상을 뒤집고 싶었던 거다. 자사고·특목고와는 어차피 인연이 없다면 일반고에 만연된 패배의식을 일소하고 즐거운 학교로 만들어 달라는 단념과 기대가 응축된 표심이었다. 야전 군단장들은 우선 보수정권이 약속한 고교 무상교육, 학급 학생수 감축을 당장 요구할 것이다. 무상급식은 진보교육계의 공통공약이고, 거기에 국·영·수 학업에 열 올리는 자사고보다 자율·특기에 방점을 둔 혁신·창조학교가 떠오를 것이다.



 청소년 교육의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한 강력한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서울·인천·세종 찍고 광주·부산·제주를 잇는 경인·호남·경부 라인이 ‘성적과 능력’에서 ‘평등과 선택’ 위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특급인재 양성에 걸었던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보통인재의 평균상승 전략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표심이 그러하니 조타수를 바꿀 수밖에. 그게 시대의 명령이다.



 그 명령을 수행할 두 명의 수장이 필자의 대학 동기다. 조희연과 김석준. 서울과 부산 교육을 책임질 이 지휘관들은 대학시절부터 발군이었다. 유신시절 사회학과 동기 20명이 생성했던 열기는 가관이었다. 군부독재의 사주경계를 뚫고 사회운동에 투신했던 열혈청년들은 농촌, 노동, 빈민, 종교, 언론, 문학판에서 각각 체득한 현장지식으로 청춘을 불살랐다. 여기에 이론이 가미되면 근사한 무기가 생산됐다. 이론 생산은 주로 김석준의 몫이었고, 조희연은 효율적 사용전략을 강구했다. 졸업식 날 생존자는 10여 명 남짓, 김석준은 무사히 대학원에 진학했고, 조희연은 감옥에서 친구들의 졸업소식을 전해 들었다. 필자? 필자는 문학과 역사 속으로 망명한 관찰자였다.



 이후 동기들은 각자의 인생행로로 흩어졌다. 중기업을 일군 어떤 친구는 노동조합과 담판하느라 땀깨나 흘리고, 고위 관료직에 오른 친구는 요즘 ‘관피아’ 소리에 잠을 설친다. 난상토론에 지그시 웃던 친구는 나라의 포청천, 헌재 재판관이 되었다. 조희연의 행동가적 기질을 말릴 사람은 없었다. 참여연대 창립을 비롯해 시민운동은 주로 그로 의해 새로운 통로가 뚫렸다. 솟구치는 에너지는 기겁할 정도였다. 그의 유일한 결점은 출구를 뚫고 곧 떠나는 영구혁명적 기질이다. 신장개업 후 보증금 받지 않고 떠나는 그의 별명은 ‘조創業’.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김석준의 끈기와 오기는 따를 자가 없었다. 졸업 직후 고향 부산에 내려가 교수가 된 그는 교육현장의 중요성을 예의 주시해 왔고 두 차례 시장선거에 출마해 정치판을 익혔다. 목표가 정해지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우직하고 집요한 그의 기질 때문에 별명은 ‘불도저 킴’.



 PD계열의 좌우파에 위치한 이들의 이념적 성향은 친북·종북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 시달려온 대한민국 보통맘의 풍향계를 잘 못 읽을까 약간 걱정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공교육·인성교육·시민교육에 의기투합한 그들이 개성과 시민성을 갖춘 청소년을 길러줄 것으로 믿는다. 학교를 마을공동체와 결합하려는 조희연 당선자의 협력모델, 시민교육의회를 설치해 교육현장에 민의를 투입하려는 김석준 당선자의 협의모델이 결코 실험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입시개혁을 두고 대학총장들과 서슴지 않고 담판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이다.



 균형감각을 잃으면 캠퍼스를 찾으라. 그대들이 청년시절 익힌 ‘사회학적 상상력’은 전방위적 의견청취를 명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리라. 5% 인재를 버리지 말고, 사령탑 주변에 전교조와 민교협 일색의 인사를 배치하는 것만은 피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민심을 먼저 독해하기보다 이념과 열정을 앞세웠던 젊은 날의 독단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대들이 같은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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