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살판 났군요, 기업 사냥꾼

적대적 인수합병(M&A)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겐 악몽과 같다. 미국 금융계의 추악한 이면을 다룬 영화 ‘월스트리트’의 교활하고 무자비한 주인공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가 바로 CEO들의 눈에 비친 적대적 M&A 주역(기업 사냥꾼)의 모습이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움직이다 2000년 닷컴 거품이 꺼진 직후 잠복기에 들어갔다.



저금리로 적대적 인수합병 급증
올해 25건 … 296조원 작년 2배 규모
금리 낮은 정크본드 내고 자금 조달
개인보다 현찰 많은 기업들이 앞장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적대적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컨설팅회사인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추진된 글로벌 M&A 가운데 적대적 M&A가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이른다”며 “2000년 이후 기업사냥 비중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추진된 적대적 M&A만도 25건이나 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2900억 달러(약 296조원)에 이른다. 지난 한 해 동안 추진된 액수의 두 배다.



 최근 사례가 바로 미국 제약회사 앨러건에 대한 사냥이다. 캐나다 제약회사인 밸리언트가 올 4월에 시작했다. 밸리언트가 앨러건 주주들에게 제시한 가격은 600억 달러다. 현재 진행 중이다. 모든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딜로직의 데이터엔 이미 좌절된 사례도 있다. 미국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올 5월 아스트라제네카를 1230억 달러에 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주주들이 그 가격에 만족하지 않아 화이자 시도는 무산됐다. 심지어 닭 쫓던 개꼴이 된 경우도 있다. 미국 통신망회사인 차터커뮤니케이션스는 경쟁 회사인 타임워너케이블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타임워너케이블 경영진이 컴캐스트와 우호적 M&A를 단행해버렸다. M&A 대금은 425억 달러였다. 그 바람에 차터 경영진은 지붕만 쳐다봐야 했다.



 딜로직은 최근 보고서에서 “적대적 M&A 시도 10건 가운데 성공하는 건 연도에 따라 2~6건 정도”라며 “성공률이 높지 않는데도 요즘 적대적 M&A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그럴까. FT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처럼 보수적인 조치보다 좀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그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첫 번째가 바로 저금리다. 적대적 M&A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은 정크본드(비우량 회사채)다. 기업을 사냥한 뒤 정크본드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값을 치르는 식이다. 요즘 미 정크본드 금리는 연 5%도 되지 않는다. 적대적 M&A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1986년 이후 가장 낮다.



 더욱이 정크본드를 사들이는 세력의 자금력도 80년대보다 훨씬 강해졌다. 당시엔 미국의 새마을금고 격인 대부조합(S&L)과 지역 군소 은행들이었다. 반면 요즘엔 정크본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주요 매입세력이다. 그만큼 기업 사냥꾼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풍부해졌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바로 현찰로 가득한 기업의 금고다. 사들이는 쪽이나 공격 대상 모두 많은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현금 자산이 지난해 말 현재 3조 달러 정도에 이른다. CEO들이 위험한 게임을 엄두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 경영전문매체인 치프이그제큐티브는 월가의 투자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요즘 기업 사냥꾼은 고든 게코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요즘 적대적 M&A 주역이 칼 아이컨 같은 자금력을 갖춘 개인이 아니란 얘기다. 대신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들이 풍부한 사내 현금과 외부 자금을 동원해 사냥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 CEO들이 고든 게코가 된 것이다.



강남규 기자



◆적대적 인수합병(Hostile M&A 또는 Takeover)=인수 대상 최고경영자(CEO)의 동의 없이 주주들을 상대로 매입가격을 제시하고 시작하는 인수합병(M&A). 사냥꾼 대리인이 어느 날 갑자기 CEO 사무실에 나타나 M&A 추진을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적대적 M&A의 개척자는 1960년대 미 셰런철강을 사냥한 빅터 포스너(1918~2002)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