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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로 채워진 ‘교육 소통령’… 중앙정부와 마찰 예고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왼쪽)가 4일 밤 종로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박수 치고 있다. 이날 경기교육감 당선이 확실시 된 이재정 후보가 수원시 선거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박종근 기자], [뉴시스]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 진보 후보들이 최대 12명까지 당선이 확실시되자 전문가들은 “교육 현장의 변화·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중·고 교육 현장의 예산·인사 권한을 쥔 ‘교육 소(小)통령’ 상당수가 진보 인사로 채워지면 학교는 물론 교육정책 전반의 흐름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 예산 등을 두고 일부 진보 교육감과 보수 시·도지사들 간의 갈등도 예상된다.

혁신학교·무상급식 갈등 가능성
보수 시·도지사와도 엇박자 우려
진보후보 17곳 중 13곳 단일화
보수는 단일화 뒤에도 후보 난립



 진보 후보들은 선거 기간 무상급식·혁신학교 확대, 자사고의 폐지·축소, 고교 평준화 확대 등을 공언했다. 진보 단일후보 13명은 ▶유아교육 공교육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생태·인권·노동·평화·통일교육 강화 등의 공동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진보 교육감들은 공약 실현을 위해 교육감의 권한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 학교를 관할하는 권한은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 교육감에게 있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예산 편성, 학교 신설·이전, 고교 평준화 결정 등 17가지 권한을 가진다.



 ‘진보 교육감 벨트’ 확대에 따라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도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2010년 치러진 첫 직선제 교육감 동시선거에서 서울·경기·광주·강원·전남·전북 등 6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진보 교육감 벨트’를 형성한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 교원평가 이행 여부 등을 놓고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진보 교육감들이 ‘17개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과반 이상을 확보하면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 정책에 대해 교육청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공동 대응하는 모임이다. 진보 교육감이 주도하는 협의회는 정부를 견제하는 주요 통로가 될 수 있다.



 교사 징계, 역사교과서 등의 현안을 놓고 정부와 충돌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건 이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교사들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방침을 밝히자 진보 후보들은 반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예산 배분·집행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확대를, 진보 진영은 혁신학교, 무상급식을 우선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인데 한정된 재정을 놓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갈등을 빚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시·도지사가 당선된 지역에선 진보 교육감의 입지가 한결 좁아질 수 있다. 각 시·도가 교육청에 전입하는 예산은 연간 8조원에 이른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요즘 학교는 지자체와 협력 없이는 운영하기 어렵다. 시·도지사, 의회와 교육감이 엇박자를 내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진보를 도운 건 난립했던 보수 후보들”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부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보수 후보는 각각 6명에 이른 데 비해 진보 후보는 각각 한 명에 그쳤다. 진보 단체들은 17개 지역 중 13곳에서 단일 후보를 냈다. 반면 보수는 10곳에 그쳤고, 그나마 단일화 과정에 불만을 품고 독자 출마한 후보가 많았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등장에 학부모들의 우려도 나온다. 초6, 중2 자녀를 둔 김지훈(43·서울 성동구 옥수동)씨는 “자사고나 특목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던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혼란을 겪거나 피해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 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학생·학부모에게 혼란을 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건 ‘정책 널뛰기’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어떤 변화든 충분한 공감대를 얻으며 안정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교육복지 확대, 자유학기제, 선행학습금지법 등은 진보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며 “진보 교육감들도 대립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과 조화하면서 진보적 가치를 담아내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천인성·김기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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