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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못 보여준 '모래알 보수' … 부산·충북서도 밀려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의 ‘대약진’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2010년 선거에서 서울·경기·강원·광주·전북·전남 등 6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을 배출했으나 이번에는 11명 이상의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체로 균형을 이룬 것과 다른 양상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인 정치지형상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온 부산·경남 같은 지역에서도 5일 오전 0시 현재 진보 후보들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 보수 교육계 인사들 사이에선 “수도권만 진보 후보들로 채워져도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남은 임기 동안 사실상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했었다. 하지만 진보 후보들의 약진은 그런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보수 후보들이 오히려 소수로 전락하는 반전이 예상된다.



 진보교육감의 대약진은 보수 진영의 분열이 1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이화여대 정제영(교육학) 교수는 “과거 선거를 보면 대체로 진보 성향의 표가 30% 정도는 나오는데 보수 성향으로 두 명 이상이 나오면 당선이 어려워지는 구조”라며 “정당이 공천하는 단체장과 달리 교육감 선거는 후보단일화 과정이 없는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 대거 출마하는 진보진영과 달리 보수진영엔 구심점이 없다”고 분석했다. 정당 선거에서 보수가 똘똘 뭉치는 것과 달리 교육감 선거에선 보수 후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흩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당선 유력한 진보 교육감 후보 중 6명이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보수 후보가 난립했다.



 보수진영의 퇴조 현상은 현직 교육감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성적표에서도 드러난다. 이번에 출마한 10명의 현직 교육감 가운데 보수 교육감 중에선 부산 임혜경, 경남 고영진 후보 등이 진보 후보에 밀렸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현직 교육감은 재선 가능성이 높은데 진보교육감의 경우 혁신학교와 무상교육 등 변화를 겪어본 주민들의 기대가 있었던 반면 보수 교육감 지역에선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수 진영이 유권자의 마음을 살 만한 적임자를 후보로 내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경남대 김성열(교육학) 교수는 “보수 후보 난립에다 보수 측이 지나치게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여 유권자들에게 ‘보수 교육감은 변화가 어려울 듯하다’는 인식을 줬을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국내 교육이 뭔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진보가 기존 교육을 낡은 것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것을 내세운 것이 어필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별로 보면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온 진보 후보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부산 김석준 후보는 2002·2006년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 2012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활동했다. 상대 후보가 이념 공세를 폈지만 먹혀 들지 않았다. 김 후보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대 사회학과 75학번 동기다.



 진보 후보가 강세를 보인 충북 지역의 한 보수 성향 교육계 인사는 “진보 성향 김병오 후보는 예전에도 30% 이상을 득표했는데도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못 하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과 공약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수를 아우른 진보 후보도 있다. 전남 장만채 후보는 2010년 선거 때부터 진보 후보로 분류됐지만 사실상 지역에서 이념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정책을 펼쳐 보수 성향 유권자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는 평가다.



 보수 정권의 교육부 장관과 진보교육감의 갈등 증폭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교육정책과 지방 교육감의 권한을 법률적으로 교통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교육 당국자는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을 짜는 교육부와 지방 교육감의 권한과 역할이 법률적으로 명확히 정리돼야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교육정책의 현장 집행자인 교육감이 중앙정부(교육부)의 결정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결국 법정으로 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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