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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2할 자치 … 이제는 지방분권이다

오영환
논설위원
일본에서 ‘지방시대’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1977년이다. 지방자치 30년 만이었다. 당시 나가스 가즈지(長洲一二) 가나가와현 지사가 “복지시대, 인간시대는 지방시대여야 한다”고 역설하면서다. 정치와 행·재정 시스템을 위임형 집권제에서 참가형 분권제로 바꾸자고 주창했다. “작은 중앙정부, 큰 지방정부의 시대”가 지향점이었다. 그 이래 지방시대는 80년대 일본 지방자치의 목표가 됐다. 나가스는 사회·공산당의 연합 공천을 받아 75년 당선된 이른바 혁신 지사였다. 5기 20년을 재직하면서 지방자치에 큰 족적을 남겼다. 정보 공개 조례를 제정하고 환경영향 평가를 도입했다. 민간 브레인을 대거 보좌관으로 활용했다. 그때로선 파격이었다.



 나가스가 취임 때 밝힌 “국가는 본사, 도도부현(都道府縣·47개 광역단체)은 지점”이 70년대 일본 지방자치의 현실이었다. 3할 자치라는 얘기를 들었다. 지방 세입의 중앙과 지방 비율이 7대 3이었다. 국가와 지방사무 비율도 그 언저리였다. 자민당·관료·업계의 철(鐵)의 삼각형이 지배하는 중앙집권 구조였다. 그 속에서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려 나가는 데는 혁신 지사들의 중앙집권에 대한 도전과 지방자치론 정립을 빼놓을 수 없다. 미노베 료키치(美濃部亮吉) 도쿄도지사도 대표적 인물이다. 67년 이래 3기 12년간 ‘도민당(都民黨)’ ‘도쿄 헌법을’의 기치 아래 중앙정부와 대결구도를 연출했다. 71년 재선 때는 미국의 베트남전을 지지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를 겨냥해 압승했다. 선거 슬로건이 ‘사토를 막아라(Stop the Sato)’였다.



 일본은 지금 중앙과 지방이 상하(上下)·주종(主從)에서 대등·협력 관계로 가고 있다. 지방의 노력과 더불어 국회의 역할이 컸다. 법제화 없는 지방 분권은 그림의 떡이다. 93년 국회의 지방 분권 추진 결의는 기폭제가 됐다. 99년엔 국가의 지방 위임사무가 폐지됐다. 나랏일 일부를 지자체 단체장한테 맡기고 중앙정부가 지휘·감독하는 제도다. 2006년 후론 2차 분권 개혁이 이뤄졌다. 지방자치에 영향을 주는 국가 정책에 대해 중앙과 지방이 협의하도록 했다. 정부가 지자체에 개입하는 길이 막히고 있다. 지금은 지방 분권 대신 ‘지역 주권’이 새로 등장했다. 2년 전 ‘지역 주권 추진 대강(大綱)’이 각의에서 결정됐다.



 한국의 민선 자치단체장 6기가 출범한 날, 일본 지방자치를 돌아본 것은 우리의 현주소를 짚어 보기 위해서다. 한·일 간 지방자치의 역사나 환경은 차이가 있지만 중앙·지방 관계나 제도는 유사하다. 현재 우리 지자체·학계의 분권론도 예전의 일본과 닮았다. 하지만 지방 분권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분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행정 현장인 지자체에 권한·재원·책임이 넘어가면 보다 가까운 데서 더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원점이다. 분권은 팔도강산의 다양성·경쟁, 궁극적으로 활력을 부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2할 자치의 구조다. 국가와 지방사무, 지자체 세입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다.



 6·4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이 구조적 문제를 쟁점화하지 못했다. 지방의 파이를 키워내 고장을 바꾸는 발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공약의 쏠림과 빈곤현상이 빚어졌다. 지방선거가 정당 대결의 국정 선거가 됐다. 기초선거의 정당 공천은 지방자치의 말단까지 사실상의 양당체제로 묶어 두는 굴레였다. 선거만 있고 자치는 없다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공서비스의 일선은 중앙정치에서 해방돼야 한다.



국회의 책임은 다른 면에서도 크다. 중앙집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요청한 국가사무의 포괄적 지방 이양을 위한 법 제정과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를 외면했다. 지금 진행 중인 지방자치 주무부서인 안전행정부의 조직 개편은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을 비롯한 분권 문제를 다룰 호기다. 중앙·지방의 새 거버넌스를 뺀 국가 개조는 공허하다. 지방에서의 결기 없이 작은 정부, 큰 지방정부는 이뤄지지 않는다. 통념에 대한 도전이 세상을 바꾼다.



오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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