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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제주도 흙밭, 청산도 구들장 논에서 배울 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영화 ‘서편제’는 길에서 시작돼 길에서 끝난다. 소리의 한(恨)을 품은 채 진도아리랑을 부르던 그 가슴 미어지도록 아름다운 청산도의 길을 걷다 보면 구들장 논을 만난다. 산비탈을 깎아 돌을 쌓고 물 빠짐이 심해 농사짓기 어려운 논바닥에 구들장을 설치했는데, 이는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소중한 농업유산이다.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형형색색의 밭과 돌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도의 흙밭에 들어 있는 구멍 숭숭 돌담은 끝없이 이어지며 ‘흑룡만리(黑龍萬里)’의 독특한 풍광을 이뤄 낸다. 돌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수분을 지키며, 이웃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표시하고자 했던 지혜가 놀랍다. 무심한 듯 쌓여졌지만 태풍에도 끄떡없는 튼실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 하면 고대 잉카문명의 유적 마추픽추가 먼저 떠오른다. 이곳엔 4000m가 넘는 산악지역에서 계단식 농법으로 옥수수와 감자를 심으며 전통 농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잉카의 후예가 살고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사하라 사막에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농지에 활용하거나 야자나무 그늘로 물을 절약해 채소를 재배하는 오아시스농업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곳들엔 공통점이 있다. 자연에 적응하며 삶을 가꿔 온 인간의 능력에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02년부터 인류의 역사와 삶이 담긴 전 세계의 독특한 농업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고자 2012년에 농업유산제도를 도입하고 지난해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도 밭담농업시스템’을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이후 유엔식량농업기구에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신청해 이번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인류 역사에서 농업은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자 문화의 기초가 됐다. 선사시대 농업을 시작한 농경민족이었던 우리나라에는 산을 깎고 물을 막아 온갖 곡식을 심어 삶을 이어 온 다양한 농업유산이 존재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과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농업유산과 농촌자원들은 외면되고 잊혀졌다.



 이제 농촌은 농산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단순한 식량 생산기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창조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융·복합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농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무형 자원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는 농업유산제도를 법제화해 그 권위를 높이는 한편 체계적인 보전·관리 및 활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업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지역주민들이 공유하고 이를 관광 자원화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른바 ‘지붕 없는 박물관’인 에코뮤지엄(eco museum)도 다양한 관리·활용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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