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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해리포터와 책 안 읽는 나라 한국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캐릭터 상품인 무민(Moomin)은 1945년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연작 동화에서 처음 탄생했다. 이후 러시아·네덜란드·일본 등지에서 TV 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90년대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다이에이의 공식 마스코트가 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이모티콘 등으로 재창조되어 핀란드의 효자 문화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헬싱키 교외에 있는 무민 월드에는 무민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핀란드항공은 무민 캐릭터로 꾸며진 항공기를 도쿄~헬싱키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4억 부 이상 판매된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와 비디오 게임 등으로도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 개장한 해리포터 테마파크로 지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책의 성공이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캐릭터로 이어지면서 생명력과 부가가치가 크게 확장되는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최근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데 있다.



 최근 공개된 세계문화지수(World Culture Score Index)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주당 평균 3.1시간을 책을 읽는 데 사용해 조사 대상 30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연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도 94년 87%에서 2011년에는 69%로 하락했고, 성인 연평균 독서량도 9.7권에 그쳤다. 매년 30~40권씩 책을 읽는 독서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출판업계의 상위 15개 업체는 예외 없이 교과서나 참고서 등을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들로 채워져 있다.



그나마도 최근 수년 동안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7대 대형 소매서점의 도서 매출은 2013년 1조 6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판매량 상위 도서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외국 도서의 번역서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중소 출판사와 지역 밀착형 골목 서점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가히 도서 출판 업계의 위기이자 국민적 수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고 국민의 독서 진흥을 위해서는 크고 대담한 정책적 지원과 출판계 내부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정부는 책 읽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통해 국민 정서와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종합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서를 통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21세기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책으로 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독서진흥책을 내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 출판업계의 생산·유통·소비의 전 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출판사는 독자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하고 참신한 콘텐트의 개발과 기획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유통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의 출판시장을 파행으로 이끈 도서정가제 파괴와 과도한 할인경쟁, 책 사재기 등을 근절하고 출판업계와 도서유통 업계가 상생 협력을 통해 도서 콘텐트 생태계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도서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연·영화 등 다른 문화 콘텐트의 국내 가격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작가나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드라마와 K팝 등을 통해 조성된 한류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부가가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신문화의 근간이 되는 도서와 출판의 한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높은 문화 수준과 뿌리 깊은 전통을 세계인에게 제대로 알리고 깊이를 더해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원소스 멀티유즈의 추세에 맞추어 다양한 미디어로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도서출판 업계와 각 사회단체, 관련 부처의 인식 전환과 공조가 시급하다.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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