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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회원권 거래, 벙커에 쏙

국내 골프장 회원권 거래 1위 업체 ‘에이스 회원권 거래소(주)’가 회원권 거래업에서 손을 뗐다. 시장점유율 30% 정도를 차지하던 에이스는 스카이72골프장 등 골프장 운영과 신규 골프장 개발에만 주력하기로 했다. 회원권 거래 사업은 직원들이 종업원 지주제 형식으로 인수했다.



국내 1위 에이스 거래소 폐쇄
한때 5억↑ 투기세력 먹잇감
경기 침체로 값 4분의 1 토막
거래수수료도 80%까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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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초에 비해 많게는 4분의 1(25∼33%) 수준까지 급락했다. 그럼에도 회원권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량도 확 줄었다. 2008년 연 1000억원이던 회원권 수수료 시장은 현재 200억원 미만이다. 이런 여파로 2008년 250여 개에 이르던 회원권 거래소는 현재 150개 정도로 줄었다. 대부분 1∼2명이 운영하는 영세업체이거나 일부는 골프장 부킹을 알선해주는 회사로 재빨리 변신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골프장을 운영했던 황진국 IMG골프코스매니지먼트코리아 대표는 “일본에서도 한때 2400개 정도 있었던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가 대부분 사라지고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회원권을 매매할 때는 거래소를 끼지 않고 골프장과 직거래를 하는 추세로 변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골프장은 50개 미만이었고 회원권은 일부 상류층 사이에서 조용히 유통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 골프장 설립 권한을 청와대에서 지자체로 넘기자 골프장 수가 늘어났고 91년 일본을 본떠 회원권 거래소가 처음 생겼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는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골프장을 무더기로 허가했다. 그러면서 입회금 5억원 이상의 초고가 골프장이 대거 나왔고 잘 팔렸다. 이전까지 회원권을 가지고도 예약이 잘 안 됐는데 고가 회원권은 주말 부킹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 기대에 입회금이 보장된 회원권은 부동산 비슷한 투기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이 회원권을 사는 일도 있었고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을 누르면 상대적으로 회원권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도 나왔다.



 회원권 거래소들은 신설 골프장의 분양을 대행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부동산 미등기 전매처럼 회원권을 잠시 보유했다 팔아서 낸 차익도 컸다. 회원권 딜러들은 1∼2년만 열심히 뛰면 아파트를 산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 골프장도 모자라 해외 골프장에 가서 없던 회원권제도를 만들어 국내에 팔았다. 1위 업체 에이스는 증권거래소의 코스피 지수처럼 회원권 가격 지수를 만들었다. 에이스는 회원권 거래를 기반으로 국내 최대 매출을 내는 스카이72골프장의 대주주가 됐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회원권이 강세였을 때엔 일부 거래소가 작전세력처럼 회원권 가격을 조종하기도 했고 회원제 골프장의 ‘갑’으로 군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회원권 골프장은 구조적으로 부실을 안고 있었다. 골프장 회원권을 사고팔며 차익을 얻는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미국·영국 등의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 매매라는 개념이 없다. 한국에서 골프장 오너는 인허가만 얻으면 별다른 자본 없이 회원권을 분양해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주식 등과 달리 회원권은 실체도 없고 지분도 없는 체육시설 할인 이용권에 불과하다. 골프장 공급이 늘고 경기가 나빠지면서 제주를 시작으로 골프장들이 휘청거렸다. 회원권 가격이 입회금보다 싸지게 되면서 회원들은 반납을 요구했는데 상당수 골프장은 입회금을 건설비 등으로 써 돌려줄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30여 개의 골프장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회원권이 휴지 조각이 된 골프장까지 속출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은 퍼블릭 골프장 에 비해 채산성이 나쁘다. 개별소비세(2만1120원)를 내야 하는 데다 회원에게는 그린피를 싸게 해줘야 한다. 여기에 퍼블릭 골프장에 비해 4∼5배나 더 많은 종합부동산세도 낸다. 이런 탓에 지난해 10여 개 프라이빗 골프장이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올해 여는 골프장 중 회원제는 단 두 곳뿐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퍼블릭 골프장(231개)의 수가 프라이빗 골프장(230개) 수를 앞섰다.



 중앙회원권 거래소의 구진서 대표는 “회원권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골프장 이용권이라는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거래를 주선해야 한다 ”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골프장 회원권=회원제(프라이빗)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입회금을 주고 산 뒤 약정 기간이 지나면 반환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회원제 골프장은 원칙적으로는 회원이나 회원이 동반한 손님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약을 하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대중(퍼블릭) 골프장과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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